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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힙합 좀 듣자니까요

by 찬우

페스티벌이 유행하는 건 취향이 없어서다. 인스타그램은 최근 게시물 탭을 없애면서 마이크로 광고판이 됐다. 이름만 브랜디드 콘텐츠다. 거기 광고비를 낸 사람들에게 속아 이상한 책을 하나 샀다. ‘꽃은 예쁘다. 너도 그렇다.’를 간신히 판정승한 수준의 에세이집이다. 도서정가제가 이런 폐해를 낳는다. 모든 문화 향유는 과시에 불과하다더니 이제는 밴드 붐이 온다며 어디 숨어있었는지 락 덕후들이 우후죽순 튀어나온다. 취향의 파편화라는 허울 아래 너무나 비슷한 행색의 취향을 공유하는 大 검정치마, 실리카겔, 데이식스의 사람들. (no diss) 플레이브는 전기 코드를 뽑으면 사라지나요? 따위의 편견이 대중문화의 사각지대에 여전하고 QWER의 성공 사례는 음지의 양지화란 이명으로 머리채 잡힌다. 음악도 아이팟처럼 세대를 나누는 건 대체 어떤 돌대가리들의 아이디어인지 그것도 아니면 어디 아이돌 문화의 잘못된 수입 사례인지 이젠 모호하다. 나는 힙합을 18년째 사랑하는 사람이라 뿔이 나서 첨언한다. 마약이 나쁜 거 누가 모르나, 중산층 가정에서 된장국 먹고 자라면 ‘started from the bottom’과 조응하지 못하는가. 스포티파이는 힙스터들의 똥폼이다. 내 숏폼 알고리즘을 따르는 알고리듬. 플레이리스트 없이는 취향도 MBTI처럼 증명할 수 없다니. 내가 서른 먹고 스트릿 패션을 입고 힙합을 흥얼거리면 영서티가 된다니. 래퍼들의 군 면제 리스트를 들추며 우르르 몰려와 힙찔이 특) 태그를 달면 배알이 꼴린다. 야, 쇼미 더 머니가 유행했을 땐 니들도 맨날 클럽에서 따라 부르고 좋아했잖아. 왜 안 그랬던 척해. 이번 슈퍼볼 하프타임 쇼는 좋아라하면서, 셀린느 플레어 진, C-Walk는 검색하면서 말이야. 이러다 지드래곤이 EDM이라도 다시 유행으로 가져오면 스크릴렉스에서 멈춰있던 시계가 다시 몇 년을 건너뛰겠지. 귀가 아닌 뇌로 음악을 듣다 보니 코에선 낯익은 포름알데히드 냄새가 난다. 이제는 면허가 정지된 늙은 차 안에서 들을 개지리는 음악들을 골라놨는데 망할 애플뮤직에서 90년대 올드팝만 주구장창 틀어준다. 여기 죄 없는 놈들만 돌을 던져라. 당장 잡혀가도 이상하지 않을 내가 뻔뻔하게 돌을 던지고 싶다. 근데 돌 던지는 건 죄가 아닌가? 역사 안 90% 정리세일도 업자에겐 남는 장사. 리인카네이션, 리인카네이션! 둘을 부활시키려고 했는데 나만 살아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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