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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 1983년(5)

by 신화창조

1983년 4월


사실

그 당시 내게 진지함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언제 군대에 불려갈지 모른다.’

머릿속은 늘 그런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저

재미있을 것 같으면 하고 아니면 안 하고.

모든 중요한 일들은 제대 후에 생각하자.


이것이 당시 나를 지배하는 가치기준이었다.


‘군대 가기 전의 모든 건, 그저 허구(虛構)일 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

스물셋 생각의 길이가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그 와중에 한 여자애를 알게 되었다.

무료하고 갑갑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친구를 위해 동아리 동기가 나선 것이다.

정말로 아무 생각 없이 응했을 뿐이다.


‘할 일도 없는데 잘 되었다.

오늘 하루는 시간을 죽일 수 있겠구나.’


사람의 일은 아무도 모른다.


내일이 없고 생각을 비우기로 했다.

이성을 사귄다는 것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다.

이렇게 결심을, 결심을 한 터이지만

이게 한 순간에 무너지다니.

어이가 없었다.


만나자마자 30분 만에 정신이 나가버렸다.

물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그 애도 별반 다르지 않았나보다.


순조로웠다.

순식간에 하루가 지나갔다.


우리는 매일 만났다.


‘미래니 장래니, 그런 건 정말 아무래도 좋다.

가슴 터질 것만 같은 지금, 그것만이 전부다!’


머릿속 생각이 한꺼번에 대체되어버렸다.

쉽게.


세상의 모든 빛은 보라색으로 물들고

우리가 걷는 길은 구름길이 되었다.

보이는 것들이 전부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경험은 스물셋 인생에 처음이었다.


하필 이런 시기에

‘첫사랑’이 찾아온 것이다.


하필.......

겸손1.jpg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다른 글을 쓸 때보다 조금 빨리 지칩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음 주 6부에서 이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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