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 서울엔
치킨 체인이 미처 생기기 전이었다.
닭요리집이라곤 기껏해야,
골목 안을 연기와 냄새로 가득 채운
숯불바비큐 생맥주집정도가 전부였다.
난 원래 닭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숯불바비큐 치킨은 무척 좋아했다.
닭을 간장과 고추장 소스에
적당히 숙성시켜 숯불에 구운 닭요리.
그 맛.
월급쟁이 퇴근길을 가로막던 그 연기, 그 냄새.
무더운 여름날 왼종일 땀 흘려 일하다가
퇴근길에 회사 선배, 후배와 함께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생맥주 한잔 앞에 두고
구워먹는 숯불바비큐 치킨.
퇴근하는 동료들 다 불러들여서 피로를 풀던
구의동 먹자골목 숯불바비큐 치킨.
다행히 아내도 닭요리를 좋아해
신혼 때 무척 많이 날라다 먹었다.
그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페리카나 치킨’을 필두로
서로 앞을 다퉈 치킨 체인점이 생기는 바람에
대부분 사라지고
요즈음은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다.
간혹 남아 있다하더라도
맛이나 가격 면에서 그 시절 그 맛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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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같이 무척 더운 날.
숯불 향 풀풀 나는 검붉은 숯불바비큐에다가
젖은 흰 와이셔츠 바람에 마시는 생맥주 500CC.
딱. 한. 잔.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