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74년경, 중학교 1학년 때.
반려동물에 대한 개념은 전혀 없었던 시절.
어머니가 앞집 순이네에서
닭 두 마리와 강아지를 바꿔오셨다.
드디어 내게도 강아지가 생겼다.
나의 인생 첫 반려동물 ‘메리’
무려, 족보가 있는 순종 셰퍼드 강아지로
내 기억엔 분명 암컷이었다. 이제 겨우 어미 젖을 뗀.
태생적으로 강아지를 좋아했던
난 기절할 만큼 좋아했다.
물론 가축의 의미밖에 없었던
어머니의 속마음과 별도로 말이다.
귀가 얼굴만큼 크고 뾰족 서 있는 녀석은
다른 동네 개들과는 다른
멋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당장 이름을 정해주고
(당시 멍멍이 이름으로는 메리 아니면 쭁이었다.)
품에 안고 방에서 함께 생활하고 싶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단호했다.
가축은 절대 방안에 들어올 수 없다.
자꾸 고집피우면 무르겠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종이상자에 넣어 신발장 앞에 재우는 것으로
어머니와 타협을 봤다.
첫날밤. 메리는 밤새도록 울었다.
앞집 어미도 함께 울었다.
잠을 설친 어머니께서 하루만 더 울면 돌려보내겠단다.
근심 속에 이튿날 밤을 맞았다.
근데 이게 웬일.
두 번째 날부터 정말 조용히 잘도 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메리는 우리 식구가 되었다.
메리는 하루가 다르게 자랐다.
셰퍼드가 그렇게 빠르게 자랄 줄 상상도 못 했다.
한 육 개월쯤 지나니까 송아지만 해졌다.
먹는 것도 엄청났다.
당시에는 사료라는 개념이 없어서
주로 남은 밥을 주었는데
하루에 두 번, 세숫대야로 가득 주어야 했다.
먹이가 모자라 어머니와 내가
시장의 생선가게에서 생선 대가리를 얻어와
끓여줘야 했을 정도였다.
온 집이 생선 냄새로 진동을 해
다른 식구들로부터 가끔 불평을 사기도 했다.
그래도 좋았다.
마당에 사는 메리는 성격도 좋고 친화력도 좋았다.
입질이 없음은 물론 사람을 엄청 좋아했다.
하지만 어린 두 동생은 메리의 덩치에 눌려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
메리는 장난을 친다고 덤비는데 동생들은 무서웠나 보다.
오로지 나의 전용이었다.
어쩌다 산책이라도 데리고 나가면
아주 기분이 좋았다.
엄청난 메리의 덩치에 사람들이 썰물처럼 물러섰다.
“안 물어요! 착해요!”
난 메리의 목줄을 잡고 온 동네를 쏘다녔다.
중학교 1학년, 내게 이만한 행복은 더 없을 것 같았다.
우리 집에서 메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단 두 사람.
나와 어머니.
난 메리가 그냥 좋았고
어머니는 산처럼 커지는 메리의 덩치를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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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의 이야기는 2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