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셰퍼드 메리의 진면목 -
메리와 함께 즐거운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그날도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메리와 함께
동네를 지나 인적이 없는 순환도로를 따라
콧노래를 부르며 걷고 있었다.
하늘은 맑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오후였다.
그런데,
저만치에서 도사견 두 마리가 목줄도 없이
주인과 함께 쉬고 있는 게 아닌가.
한 100m 남짓 거리였다.
오싹한 느낌이 들어 오던 길로 황급히 돌아섰다.
늦었다.
두 마리 도사견이 우리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것이 아닌가.
엉겁결에 나는 줄을 놓아버렸다.
메리도 그들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나갔다.
2대1 싸움이 벌어졌다.
그러나 우리 메리는,
덩치는 크지만 겨우 6개월 된 새끼 셰퍼드이고
저쪽은 분명 전문 싸움꾼 도사견 같았다.
하얗게 질린 주인이 달려와 뜯어말려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한 5분쯤 싸웠나.
놀란 나는 울고만 서 있었고
도사견 주인이 겨우 세 마리를 떼어냈다.
메리가 다리를 전다.
왼쪽 다리를 물린 것 같았다.
도사견 주인이 상처를 살펴보고 명함을 줬다.
투견협회 경북 챔피언 어쩌고저쩌고…….
(당시는 투견이 합법이었음.)
그렇게 적혀 있었다. 나중에 연락하란다.
도사견 주인이 이렇게 말했다.
“어린 강아지가 대단하네. 물러서질 않네. 역시 셰퍼드네.”
보통 개 같으면 죽었을 거란다.
싸움 개는 습관적으로 상대방의 목을 물고 던져버린단다.
그러면 십중팔구 죽게 된다고.
나는 울면서 절뚝이는 메리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화가 난 어머니가 울면서 돌아온 나를 끌고
명함에 적힌 주소로 찾아갔다.
“어떡할 거요!”
어머니께서 웅장한 목소리로 화를 내셨다.
개 주인이 항생제 등 약을 한 보따리 주셨다.
약을 먹여보고 안 되면 다시 오란다.
며칠 동안 메리는
그렇게 잘 먹던 사료로 잘 안 먹고 끙끙 앓았다.
셰퍼드는 털이 길다.
상처 찾기가 쉽지 않았다.
다리털을 다 밀고 나서야 겨우 상처를 찾았다.
곪았다.
어머니와 함께 고름을 전부 짜내고
약을 바르고 먹이길 며칠.
조금씩 회복 기미가 보였고 음식도 먹기 시작했다.
살았다!
괜히 끌고 나가 사고를 치고 돌아왔다는
죄책감에 한동안 기가 죽어지낼 수밖에 없었지만,
메리가 죽지 않고 살았다는 안도감으로
마음의 상처는 충분히 보상받았다.
메리가 너무너무 불쌍했다.
밥도 안 먹고 밤새 끙끙 앓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어린놈이 주인 지키겠다고
잠깐도 망설이지 않고 큰 개 두 마리에게
맹렬히 달려들어 2대1로 싸우기를 서슴지 않은 모습,
얼마나 대견했던지.
메리에게도 의외의 혜택은 있었다.
특별식!
한동안 어머니께서 메리가 제일 좋아하는 우유를
식사할 때마다 공급하신 것.
(아마도 도사견 주인이 보상해줬겠지?).
그렇게 메리와 첫해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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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의 이야기는 3편으로 이어집니다. 예상 밖으로 길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