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두 편의 메리 이야기가 기대 이상으로
여러 애견인의 관심을 받은데 대해
감사함과 함께 미안함을 느낀다.
길게, 오랫동안 할 이야기가 많으면 좋을 텐데
유감스럽게도 메리와 함께 보낸 시간은
겨우 2년밖에 안 된다. 그만큼 전할 수 있는 이야기도 짧다.
50년이 지난 이야기고,
아직 펫 문화가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았던 시절이었다는 점,
널리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메리는 도사견과 싸워서 크게 다친 이후,
나와 한 해 정도 더 함께 지내다가
환경이 더 나은 곳으로 입양을 갔다.
살면서 수많은 강아지를 보아왔지만,
메리처럼 얌전하고 충직한 아이는 겪지 못했다.
메리는,
누구에게도 위협을 가한 적이 없지만
도사견과의 경우처럼 주인이 위기에 빠지면 망설이지 않았다.
다만 털이 길어, 털갈이 시기가 되면 관리에 손이 많이 가고
덩치에 걸맞게 대단히 많이 먹는다.
가을엔 온 집안이 개털투성이가 되고
왕성한 식욕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다.
활동량도 왕성해서 좁은 마당에서 키우기 힘들다.
좁은 도시 공간보다는
넓은 공간이 확보된 곳에서 살게 해야 한다.
이제 헤어지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힘들다.
위압적인 덩치 탓에 쉽게 스킨십을 하지는 못했지만,
어린 동생들도 메리를 특별한 가족으로 여겼음은 분명하다.
물론 내가 함께 있을 때만이지만
2년 동안 같이 산책도 하고 사람 없는 공간에서
즐겁게 뛰어놀기도 여러 번 했으니까.
메리가 떠나던 날,
나는 물론이고, 두 동생도 엄청 울었고
누나, 어머니 모두 슬퍼했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중학교 2학년 때, 이별을 배워 버렸다.
군대 시절,
우리 옆 부대가 군견 훈련소였다.
제1 군견 훈련소.
잘 생기고 위풍당당한 저먼 셰퍼드를 참 많이 봤다.
메리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면 어땠을까 상상을 해봤다.
아마 멋진 군견이 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