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에서는 신입 영업부 직원이 들어오면 적어도 4주 이상 제품 교육과 더불어 고객 응대 교육을 한다.
가상 연습은 물론이고 기존 필드 담당자와 동행하는 현장 교육도 여러 번 실시한다.
교육의 결과를 가지고 적응 가능하다고 판단할 때만 정식 담당자로 배치한다.
당연히 탈락자도 발생하고 때에 따라서 영업부가 아닌 다른 부서로 배치하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현장에 내보내도 적응 못 하는 직원이 생기곤 한다.
연습 땐 무척 잘 하던 친구가 고객 앞에만 서면 머리가 하얗게 되어 땀만 삐질삐질 흘리다가 도망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누구나 처음 며칠은 똑같이 떤다.
그래도 참고 견디며 계속하다 보면 금세 적응하곤 한다.
문제는 도저히 안 되는 친구다.
현장에 나가면 거의 혼자 다니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잘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없다. 보고서 등으로 간접 확인할 뿐이다.
적응이 안 되는 친구는 대부분 혼자 고민하다가 정체를 드러내고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거나 탈락한다.
주위 동료 선배들이 물심양면 도와줘 봐도 안 되는 사람은 역시 안 된다.
그래서 다른 어떤 부서보다 이직률이 높다.
3고비 설이 있다. 이른바 3.3.3 고비. 3일, 3개월, 3년에 고비가 있다는 말이다.
첫 3일이 제일 어렵고, 그다음은 3개월, 그다음은 3년.
많은 동료, 후배들을 그렇게 떠나보냈다.
물론 천부적으로 안 되는 사람도 있지만 결국 정신력 싸움이다.
돌아갈 곳이 있다고 생각하는 친구는 포기가 빠르고 그렇지 않다고 여기는 친구는 어떻게든 3의 고비를 넘기고 살아남는다.
딱히 근거는 빈약하지만,
서울에 집이 있는 친구보다는 상경한 친구,
차남 이하보다는 장남,
부잣집 아이보다는 가난한 집 아이의 생존율이 높다.
나는 지방 출신에, 장남에, 가난한 집 출신이라서 이 험한 환경에서 살아남았는지도 모른다.
입사 1년 만에 동기생 절반이 사라졌다.
나중의 일이지만 과장 진급 땐 달랑 둘만 남았다.
그러나 같이 살아남은 동기는 서울 출신의 부잣집 아이였으니 통념이 꼭 맞는다고 할 수도 없다.
아~ 맞아. 그 녀석도 장남이었지.
관리자가 되기 전까지 많은 동료 후배가 지나갔다.
잘 적응해서 업계에 오래 있었던 친구도 있었고 일찌감치 떠난 친구도 있었다.
매일 고객 앞에서 부들부들 떨다가 견디지 못해 떠난 친구,
‘을’로서 ‘갑’의 모욕에 참지 못하고 싸우고 떠난 친구,
실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다고 호소하기도 하고
체력 부족을 탓하기도 하며 떠났다.
매달 송별회가 있었다. 확실히 우리 일이 힘든가 보다.
입사 8개월 만에 첫 후배가 들어왔다. 기대가 컸다.
‘친동생처럼 잘 해 줘야지. 도망가지 않도록 살갑게 대해 줘야지.’
굳게 결심했다.
B군. 아~~ 그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