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은 김치를 즐겨 먹는다. 김장의 역사가 언제부터인지 확실치 않지만(그 내력을 알려면 아마도 삼국시대까지, 1000년은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고춧가루가 도입되기 전 염장류 채소 시절을 거쳐 통배추 김장이 처음 문헌에 등장한 것은 1850년쯤이란다), 배추를 주원료로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 만들고 삭혀서 겨우내 먹고 또 1년 내내 먹는다. 쌀 다음의 주식이라고 해도 엄청난 거짓말은 아니리라. 지금은 먹을거리가 풍부해져 전보다 소비가 덜하지만, 김장철이 되면 아직도 대 장관이 벌어진다.
한때는 김장철 시장 경기가 나라 경제의 지표가 되기도 했다. 하나의 먹거리로 이런 축제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나라가 우리 말고 또 있을까. 내가 어릴 때는 6인 가족 기준 한 가구당 배추 60포기 정도를 감당했었다. 오로지 김치로만 겨울철 반찬을 해결하던 시절이었다. 지금도 우리 집은 20포기 정도는 한다.
예전엔 김치 포기 수로 그 집의 풍족함을 과시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100포기 이상 담그던 집도 흔했다. 지금은 식당이나 가야 그 정도를 구경할 수 있지만, 그때는 그랬다. 아이들끼리도 자기 집에 김치를 얼마나 했느냐를 가지고 어깨에 힘을 주는 경쟁을 하곤 했다. 그래서 이 무렵이 되면 과연 우리 집은 올해 얼마나 하나 부모의 눈치를 본다. 웬만한 회사에서는 김장 보너스도 나온다. 그런 거 없는 회사의 社主는 졸지에 스크루지가 되기도 했고 말이다.
우리 집도 매년 김치를 담근다. 아내는 35년 경력의 김치 장인이다. 결혼 전까지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는데, 결혼과 동시에 장하게도 스스로 통달했다. 물론 하루아침에 그렇게 된 건 아니다. 이웃과 시장 할머니들을 선생님 삼아 많은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솜씨를 완성했다. 김치 장사를 나가도 인기가 있을 것이다. 그 성장 과정이 눈에 선하다.
장하다…….
서울 기호지방에서 배워서 서울 기호지방 스타일의 아내표 김장. 경상도 본가나 처가의 김장과는 그 결을 달리한다. 경상도 북부권 김치는 담백한 편이고 서울 김치는 무채, 갓등 속을 많이 넣어 시원한 맛이 풍부한 편이다. 지금은 어머니나 장모님도 아내의 김치를 좋아하고 그것만 드신다. 멋지다. 우리 마님.
올해 우리 집 김장도 대성공이다. 1년 내내 먹다가 여름쯤 여름 김장 한 번 더 담글 것이다. 그 사이에도 열무김치나 무말랭이 김치 등등도 해먹을 테고.
김장 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