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바라봐도 무섭지 않아요.
솜털 같은 눈송이가 천지를 날아요.
함박눈 바둑이도 어쩔 줄 모르네요.
이제 길을 나설 거예요.
저만치 동구 밖까지 걸을 거예요.
천년 소나무와 바위를 친구 해서 걸을 거예요.
살랑살랑 흩어지는 눈을 맞으며
산들산들 참새 바람 엉덩이도 흔들며
저 건너 큰길까지 시나브로 걸어요.
손님 같은 눈송이가 다정히 오는 날은
아무 생각 없이 저만치 산허리까지
빙싯빙싯 볼웃음 품고 마냥 걸어요.
대청마루 자락에는 키가 큰 할아버지가
감자 삶는 할머니는 정지 간에서
한 폭 그림이 되어 세상을 지켜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