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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기언 May 06. 2024

11. 죽여줄까?

템플스테이 로망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인가 보다.

아파트 화단엔 공벌레가 많았다.

그것들을 잡아서 손바닥에 굴리면 콩처럼 몸을 둥글게 굴린다.

그럼 나는 소꼽장난감 밥그릇에 혹은 조개껍질 큰 것을 골라 모래를 퍼담은 담은 후에 공벌레들을 섞어 콩밥이라고 만들었다.

반찬은 소박했다.

또다른 조개껍질 그릇에 진달래나 철쭉 꽃을 따서 돌로 짓이겨 꽃잎물을 짜내 모래로 뭉쳤다.

그것은 또다른 공벌레 모양이었지만 엄연히 소세지가 되었다.

잡초를 뽑아 나머지 꽃잎 주스로 김치를 담가 놓았다.

그렇게 주변에 있는 것들을 가지고 놀다가 엄마가 밥먹으라고 들어오라는 소리를 지르면 그때 나의 잔인성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내가 만든 콩밥이 다시 공벌레가 몸을 펴기 전에 완성된 채 없어져야 했다.

다른 아이들이 내 콩밥에 손을 대면 안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콩을 발라내어 (엄마가 보면 등짝을 쳐맞을 짓이지만) 편편한 보도 블록에 공벌레들을 일렬로 세워 놓은 다음 한마리씩 넙적한 돌로 찧어대기 시작했다.

내장이 튀어나오는 소리와 함께 들리는 것 같은 비명소리, 비명소리, 비명소리.



밖에서 들리는 소리를 자꾸 듣자 하니 내게 여자가 뭐라하는 것 같다.


“야! 이 늙은년아! 너 거기 숨지 말고 나와!”


“오메…스님들 주무시는 시간인데 큰일이고마…아가씨 방이 어디요? 저 끝방이요?”



“야!!!!야~~~아!!! 이 미친!!!!!놔!”



“아가씨, 좋은말로 한다한다항께 더 하구마,, 다들 깨기 전에 언능 들어가쇼. 아따 그 청년 여기서 머문다 하지 않았나? 어디갔데? 코빼기도 안비치고”



“악!!!!!! 토할거 같애 씨봘!”



“오메메메메~~ 여기서 토하면 안되지! 언능 여기 아가씨 화장실로 데려가세!”



“와마마…이게 뭔일이랑가. 이 조용한 산에서 별꼴을 다 보는구마잉!”



북적북적한 발걸음 사이로 질질 끌려가는 듯한 발걸음 그리고 그 뒤를 조심스레 시간차를 두고 따라가는 듯한 한 사람의 발걸음이 느껴졌다.

그다.

그 남자애가 어디선가 보다가 뒤를 밟는 듯하다.


치사한 새끼….


나도 모르게 입으로 튀어나온 작은 목소리.

절에서 정진하는 스님들 방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온 산이 떠나가라 고래고래 욕을 해대는 그 여자의 뒤를 밟는 그 발자국의 주인공도 산에서 쫓겨나기 일보직전이다.

내가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고, 내가 말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몇 십분 동안 화장실쪽에서 소란이 일어나고 여자를 씻기고 방으로 누인 후 남도 여자 셋은 쯧쯧 거리며 내일 아침이 걱정이라는 듯한 늬앙스의 말을 하며 자기들 방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조금 더 때를 지켜봐야할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의 발자국이 아직 여자들 숙소를 머물고 빙빙 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툇마루에 앉아있던 남자의 발자국이 멀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돌아간 모양이다.


숟가락으로 창호지 문을 걸어잠가뒀던 내문의 숟가락을 위로 수욱 뺐다.


그리고 살짝 문을 문을 여는 데 자꾸만 끼이익 하는 문소리가 난다.

아무도 기척이 없는 풀벌레만 시끄러운 한밤중이다.

목만 꺼내어 좌우를 살펴보고 그녀의 문이 살짝 열려 있는 걸 확인했다.


순간 맨발로 방을 나가 화단에 있던 제법 굵직한 돌덩이를 손으로 감아쥐고 그녀 방으로 홍길동처럼 한달음에 들어갔다.

그리고 새근새근 이불속에 잘 자고 있는 그녀의 머리채를 뒤로 채 그녀가 놀란 토끼눈을 하고 있는 걸 보며 말했다.


“너도….죽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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