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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홀 - 스크린 골프

독수리 잡는 매

by 뭐 어때
춥다 추워. 추울 땐 스크린 골프장으로!


이번주 한파주의보에 오늘 역대급 추위가 몰려올 거라고 연신 떠들어대더니 정말 오랜만에 살 에이게 추운 날씨다. 추울 때는 무조건 이불속이 최고이긴 하지만 그래도 놀 궁리를 살살 해보려고 스크린 골프를 소개한다. 이렇게 춥거나 비가 와서 필드에서의 골프를 즐기기 어려울 때, 긴 시간이 허락되지 않을 때 잠깐의 시간으로 재미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스크린 골프장이다. 골프가 대중화되고 젊은 사람들도 접근하기 쉬워진 데는 스크린골프장이 큰 역할을 했다. 지금 40대 남성들의 10대, 20대 시절에 당구장을 놀이터로 삼고 지내온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때의 당구장 역할을 요즘은 스크린 골프장이 어느 정도 대체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당구장이 점점 사라지고 스크린 골프장이 많이 생겨났다.

당구장에서의 짜장면을 기억하는가? 얼마나 맛있었는지. 스크린 골프장에서 먹는 짜장면도 그 못지않게 맛있다. 게임을 하면서 커피도 마시고 음식도 시켜 먹을 수 있으니 어른들의 놀이터로서 좋은 장소인 듯싶다. 한 여름 시원하게, 한겨울 따뜻하게 놀 수 있는 곳이다. 예전에 맥주 마시며 스크린을 치던 때도 있었는데. 아! 옛날이여~!!!


처음에 생겼을 때보다 프로그램이 점점 업그레이드되면서 가격도 업되어 아쉽기는 하다. 실제 골프장과 비슷하게 구현해 내려고 무언가를 계속 개발하는 중인 것 같다. 조만간 벙커샷 할 때 모래가 날리고 해져드에 빠지면 물이 튈 것도 같다. 아무튼 계속 현장감 극대화를 위해 애쓰고 있는 것 같다. 가격은 올리지 말고 업그레이드만 되면 좋겠지만 어렵겠지? 욕심이다. 싸고 좋은 건 없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평일 오전시간을 이용하면 그나마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쿠폰을 찍어주는 곳도 있으니 같은 곳을 집중 공략하는 것도 약간의 요령이 될 수 있다.


스크린 골프를 치면 필드에서의 샷이 망가진다고 치지 말라는 사람들도 간혹 있었지만 내 생각엔 겨울에 감각을 잃지 않고 꾸준히 연습 삼아 할 수 있으니 가는 것을 추천한다. 스크린 쳐서 샷이 망가진 게 아니고 원래 이상했을 수도 있다. 스크린 골프는 잘못이 없다. 몸에 익기 위해서는 자주 해보고 재미를 붙여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스크린 골프를 게임이자 연습으로 생각하고 하면 좋을 것 같다.

아프기 전까지 내가 사는 아파트 골프동호회에서 경기부위원장을 했었다. 갑자기 아픈 바람에 내려놓기는 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내 상태와 상관없이 코로나와 맞물려 단체활동을 거의 할 수 없긴 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연부킹 해놓은 곳으로 단체로 필드에 나가기도 했고 정기적으로 스크린 골프대회도 개최했었다.

보통 3-4개의 방을 잡고 십여 명 남짓이 참가해서 대회를 개최하면 국가대항전만큼이나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골프장 방이 커넥팅 룸으로 되어 있어서 모든 방을 연결해 경기를 할 수 있는 곳도 있고 깔깔거리며 웃다 보면 야유회에 온 느낌마저 들었다. 니어리스트, 롱기스트, 최저타 등으로 시상도 하고 끝나고 나서 뒤풀이하러 우르르 몰려나가 호프집 반정도를 차지하고 앉아 오랜 시간을 떠들었다.

그 시절 우리는 동네 VIP손님들이었다. 술들도 어찌나 많이 드시는지. 가끔 그때가 그립다.

지금은 다 내려놓고 삼삼오오 조신하게 놀고 있지만 언제 또 완장차고 진두지휘 하고 있을지 모른다.


스크린 골프장의 기능 중 네트워크 플레이도 무척 재미있다. 롤게임 하는 것처럼 온라인 접속으로 만나는 것이다. 모여서 칠 시간은 안되지만 같이 치고 싶을 때 네트워크 플레이로 경기를 하면 같은 구장에서 상대방 공 날아가는 것도 보면서 함께 게임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난 가끔 스크린을 혼자 가기도 하는데 그럴 때 친구와 네트워크를 하면 외롭지 않게 칠 수도 있으니 아주 좋은 시스템이다. 사실 혼자 친다고 외롭지는 않다. 그래도 같이하면 더 재미있으니 한번 해보시길.


스크린 골프를 누적해서 계속 치다 보면 게임유저들 등급이 있는 것처럼 골프도 등급이 생긴다. 몇 가지 스크린 골프가 있지만 가장 보편적이고 많이 사용하는 골프존을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등급은 아래와 같다.


출처 : 골프존 홈페이지



20경기 이상을 치고 그중 좋은 스코어를 낸 10경기 평균을 내서 G-핸디를 부여해 준다. 각종 새들로 등급도 매겨준다. 저 등급이 뭐라고 빨리 높은 등급으로 올라가고 싶어서 꽤나 열심히 했었다. 아이들이 게임레벨 올리려고 현질 해서 아이템 구매하고 날새며 게임하는 걸 욕할 수도 없다. 나도 독수리 한번 되어 보겠다고 참 열심히 했던 적이 있었으니까.

아주 잠시 잠깐 독수리가 되었다가 다시 매로 떨어졌다. 가끔 그분이 오셔서 잘 맞는 날에는 독수리 잡는 매가 될 때도 있다.

그러나 스크린 골프에서의 스코어와 필드에서의 스코어를 혼동하면 안 된다. 내 경험상 두 경기는 같은 규칙을 가지고 있지만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크린에서 잘 맞는 샷이 필드에서 잘 안 맞는 게 대부분이니 스크린 스코어에서 10개 이상은 필드에서 더 나온다고 보면 된다. 물론 둘 다 잘하는 사람도 있지만 스크린 80대 치는 필드 백돌이들을 아주 많이 봤다. 나의 바람은 스크린 스코어와 필드 스코어가 같아지는 것이다. 그럼 싱글 자주 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스크린에서는 홀인원도 두 번 해봤다. 홀인원을 하면 스크린 화면에 사진 찍을 시간까지 주면서 축하해 준다. 내가 간 골프장은 비용을 면제해 줘서 무료로 경기를 하는데 그쳤지만 홀인원 기금을 모아 돈으로 주는 골프장도 있다. 스크린에서도 내가 친 공이 한 번에 홀컵으로 들어가는 순간의 짜릿함이 이리 큰데 필드에서 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필드에서의 홀인원은 아직도 못해봤지만 언젠가는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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