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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메바 라이팅 Nov 06. 2019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사이의 미친 사람들

[나는 나를 사랑할 의무가 있다]

서양에서는 달이 사람의 정신을 이상하게 만든다고 생각들 했다. 그래서 lunatic이라고 하면 '이상하거나 위험하게 정신에 문제가 생긴' 증상을 나타낸다. 동양에서 달은 미지와 꿈의 대상이기도 해서, 달에는 토끼가 절구를 찢고 동양 신화의 항아라는 여신이 사는 동경의 마을이다. 하지만 중국이나 한국에서 달이 기울고 뜸에 따라 세상의 짐승과 인간이 모습을 달리 한다는 토템이즘은 서양과 다르지 않게 저변에 깔려 있다. 그래서 달의 움직임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에게 두려움을 자아냈다.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요즘 세상을 보면 정말 미치지 않고서는 눈 뜨고 귀 열고 살 수 없다. 머리의 전두엽을 망가뜨리고 아무런 사고를 하고 싶지 않은 세상이다. 너무 많은 독창적인 이견들, 너무 깊은 맹신들, 너무나 맹목적인 행동들, 그리고 너무나 많은 진영들. 현대의 미디어는 사람이 찾기 전에 모든 생활권의 영역에서 정보를 주입하기 때문에, 조용히 살고 싶어도 이것들을 피할 재주가 없다. 그래서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미치는 증세와 부류에도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사이코패스이고 다른 하나가 소시오패스다. 둘의 근본적인 정신 이상과 그로 인한 피해는 유형이 다르지 않지만, 표면적인 그들의 생활 방식은 천지 차이다. 그래서 둘을 두고 그냥 미친 사람들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정말 미친 사람들에게 모욕적이다.


사이코패스는 선천적 정신질환으로 인해, 타인에 대한 배려나 공감의식이 전혀 없고 부지불식 간에 타인이나 자신을 학대하거나 피해를 입힌다. 그래서 일반인들이 사이코패스라는 사람들은 누가 봐도 가늠할 수 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피해를 입히는 사람들이다.


반면에 소시오패스는 후천적 환경에 의해 성향 차이가 정신질환으로 이어진 케이스다. 그래서 타인의 감정이나 생각을 논리적으로 객관적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을 동감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소시오패스는 아들을 잃은 아비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구글링을 통해 유사한 사례를 찾고 공부하며 표정과 말투를 연습한다. 그리고 이들에게 다가가 비통한 표정과 심정을 토해내는데, 이런 모습을 보고서 '아,  이 사람은 소시오패스구나.' , 라고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소시오패스는 머리가 좋고 치밀한 계획 하에 반사회적이고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다. 뉴스에서 흉악한 연쇄 살인마의 동네 주민들을 인터뷰하면, 이상하게도 '걔가 그럴 애가 아닌데, 얼마나 착하게 살았는디?'라는 황당한 평가를 듣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미디어 속의 연쇄 살인마뿐만 아니라, 방송과 모바일에서 흔히 보아오던 사람들이 미친 사람들이 되었다. 그리고 소시오패스와 사이코패스 둘 중의 하나로 양분되었다. 예전에는 그래도 어리숙한 바보들이 대세였는데, 이제는 소시오패 스나 사이코패스가 대세인 미디어 시대가 닥쳤다.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과 정치인을 막무가내로 지지하기 위해 사람들을 비하하고 욕설하는데 미친 사이코패스들, 자신의 폭력 행위와 비인간적인 언행을 전혀 깨칠 생각이 없는 전근대적 사이코패스들, 내로남불로 자신의 진영이라면 평소의 소신도 저버리며 침묵으로 일관하는 소시오패스들, 그러다 반대 진영의 바보 같은 미끼를 덥석 물고는 이내 사이코패스로 바뀌는 미친 사람들, 십여 명의 대통령과 정치인들의 독선을 보고서도 반세기 동안 바뀌지 않는 그들의 추종자들, 인권과 자유의 권리를 깐족거리는 비아냥에만 사용하는 소시오패스들.

그리고 심심할 틈도 없이 '국민의 이름'를 외치는 사이코패스들. '국민'이라고 거들먹 거리는 자들은 분명히 사이코패스임이 확실하다. 내 주변의 국민들 가운데 아무도 그녀가 말하는 국민은 없다. 다시 말하지만 공감능력 없이 미친 사람이 사이코패스다.


미디어 세계의 실상은 사이코패스들이 상대적으로 눈에 잘 띄기 때문에 득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보다 조용히 미친 행각을 보이는 소시오패스 집단의 행동력은 간담을 서늘하게 할 정도다. 요란한 수레에 별 게 없다, 라는 속담처럼 시끄러운 사이코패스는 거들떠  거리조차 되지 않는다. 그냥 시끄러워 미칠 지경일 뿐이다. 게다가 사이코패스들은 미친 행동과 말을 아무런 의식없이 발산하기 때문에, 이를 지켜보는 대중들까지 저능아가 되어 가는 고통을 받는다. 더우기 미디어에서 잔치를 벌이는 사이코패스들로 인해 저능의 일반화가 국민들 속으로 급속히 확산된다.  


문제는 그 사이에 끼여 급속히 미쳐가는 대중들이다. 대중들은 제발 조용히 살게 해 줬으면, 이라는 원초적인 소망밖에 없다. 다음 달 생활비를 걱정하고, 조금 더 멀리는 커가는 자식과 곧 맞을 부모의 장례를 준비하고, 어느새 늙어버릴 자신의 노후에 불안한 삶을 보낼 뿐이다. 가만히 놔둬도 미칠 노릇인데, 소시오패스와 사이코패스들이 가만히 두질 않는다. 네들은 돈 걱정이라도 없지? 그래서 사이코가 되었다 소시오가 되었다 반복해도 결국 밥벌이는 다 하고 살지 않나? 베블런이 비웃은 유한계급의 광란이 사이코와 소시오를 오가는 여류 작가 선생과 같은 사람의 집착과 작품 활동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Low Level의 유한계급. 정말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미칠 거면 혼자 미쳐라는 격언처럼, 그대들끼리만 어두운 달밤에 광란의 춤을 추며 즐겨라.
이제는 좀 내버려두어라.



죽기 전 한번이라도 대낮의 태양볕에 고운 살을 쬐면서 고요를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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