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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영교에게 나타난 에이코

[제국의 화양연화 시리즈]

by 아메바 라이팅

목이 죄이면서 머리로 공급되던 산소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약에 취해 선몽에 빠지듯 나른한 공중부양을 경험했다. 죽는구나, 라는 판단도 희미해지던 즈음에 엄청난 산소 떼들이 세상에서 가장 큰 하수구로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배설물처럼 머릿속으로 범람해 왔다.

화면조정 같이 흐렸던 화면이 선명한 컬러 화면으로 급변했다. 사정없이 조이던 손아귀 힘을 버텨내려고 발악했던 목 근육이 고통스러웠을 뿐, 숨 쉬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다. 살았다, 싶었다.


약간의 어지러움으로 가위눌린 듯 했지만 이 순간의 상황을 알아채려는 강인한 생존력이 곧바로 그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왼쪽 옆 다다미 위에 널브러져 가슴과 음부를 드러낸 채 가쁜 숨을 몰아쉬는 영교가 보였다. 조금 전 눈앞에서 마주한 광녀의 섬뜩했던 그 표정이 아직도 그녀의 얼굴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입술을 바른 빨간색이 입 꼬리 아래로 퍼져나가 땀과 백색 분가루에 뒤엉켜 지저분한 때국물을 만들었다.

혼잣말인지, 중얼거림인지, 타츠야를 향한 울분인지, 알 수 없는 영교의 음성이 섬뜩한 광녀의 공포를 극대화했다. 영교는 몸을 비틀다 오른쪽으로 가로 누워 왼손으로 그녀의 음부를 후벼 파는 듯한 행동을 하며 무서운 음성을 방구석 끝까지 찔렀다.

헝클어진 머리와 흰자위가 두드러진 낯선 눈빛에서 타츠야의 목을 조르던 광녀의 광기가 파란색 살기를 발산했다. 영교는 사라지고 에이코가 환생한 것인가, 해군 중위의 가슴에 총검을 깊게 찔렀던 에이코로 돌아간 것인가? 타츠야는 아직도 목 주변에 따스하게 남은 영교의 손자국을 만져보며 어찌할 줄 몰랐다.

실제로 죽을 뻔한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뼈 있는 말 속에서 살의일지도 모른다고 여기던 섬뜩했던 순간들을 타츠야는 기억해 냈다. 돈이 떨어지고 테스를 찾아가기 시작한 무렵일지, 타츠야를 위해 사케집 주인에게 사타구니를 열어 줬던 그때부터일지, 아마도 거의 비슷한 무렵부터 영교의 말 속에는 도를 넘는 앙탈이 가끔씩 그의 가슴을 섬뜩하게 찌르곤 했다.

몸으로 술값과 밥값을 치른 데 대해 여자로서의 단순한 창피함을 가리기 위한 애교라고 애써 위안했다. 그러다 횟수가 늘어나면서 정말 성적 흥분이나 감정을 느낀 것인가 싶을 정도로 예민한 변명이 늘어났고 또 그 변명을 무마하려는 딴청이 커졌만 갔다. 딴청은 살의가 박힌 집착으로 변해 가슴 한가운데를 서늘하게 훔볐다.

그리고 오늘 그는 거의 죽을 뻔 했다. 죽이려 한 이유와 죽이지 않은 이유를 알고 싶다는 의구심보다 그 이유들을 알게 될까 염려되어 더 큰 걱정과 두려움이 일었다.

"테스와 뒹구는 당신 몸을 상상하면 지옥에서 백번 죽는 게 나아!"

술값을 몸으로 치르고 나와 살갑게 타츠야의 품에 안겨 한참을 걷노라면 섬푸른 밤하늘의 음탕함에 영교의 마음이 물들어서인지, 타츠야에게 별다를 위안이 되지 않는 딴청을 중얼거리곤 했다. 그저 미안함 혹은 쑥스러움이 자격지심으로 뒤틀어져 딴청을 피운다 생각했다.


한번은 요란한 광고 문구가 그려진 청취권을 보여주며 함께 구라파 음악을 관람하러 가자고 졸랐다. 음악을 듣는 게 아니고 보러 가는 거라니, 하고 의아해 했지만 영교가 무척이나 원하는 것 같아 타츠야는 함께 시간을 보내다 왔다.

요시와라 객실로 돌아온 후 방안 공기를 급속히 물들이는 영교의 빨간 집착이 거슬렸다. 외출용 양장 원피스를 벗어 다다미 바닥으로 내던지더니 타츠야를 유혹할 때마다 입던 빨간색 기모노를 꺼내 입었다. 그리고 빛나는 선붉은 색감이 투명 유리와 뒤섞인 비녀 두 개를 하늘 방향에서 내리 꽂았다.

타츠야가 곁에 있다는 사실을 잊은 것처럼, 한 번도 흘겨보지 않고 바닥에 놓인 화장대 거울 앞으로 얼굴을 파묻었다. 하얀 분가루로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리고 빨간 색깔로 입술을 크게 그리기 시작했다. 구라파의 입술 굵은 글래머처럼 빨간 입술을 크고 굵게 그려 넣었다. 입술 사이에 깨끗한 손수건을 몇 번이나 머금어 빨간 입술이 매끄럽도록 다듬었다.

“담배 꺼”

무언가를 위한 채비가 모두 끝난 것인지 영교는 짧고 날카로운 화살촉 같은 말을 타츠야에게 날렸다. 담뱃불을 검지 끝으로 재떨이 바닥에 비벼 끄자 영교는 힘껏 달려와 타츠야의 품에 세차게 안겼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눈물방울을 머금은 채 고개를 들어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그 눈빛을 타츠야가 가만히 바라만 보자, 무언가를 결심한 듯 영교의 갈색 동공이 급격히 작아지면서 적의어린 시선으로 바뀌었다. 같이 죽을 거야, 라는 단단한 음성으로 그 시선을 거두었다. 바다 위로 놓았다면 큰 배들도 단숨에 침몰시킬 만큼 무척이나 단단한 음성이었다.


이내 초점을 놓아버린 영교는, 아마 그때부터 에이코라는 이름이 더 합리적으로 들릴 듯하지만, 타츠야의 유카타를 걷어 양쪽으로 벌린 뒤 평소와 다르게 타츠야의 양쪽 고환들을 집어 삼키듯 빨아 들였다. 마치 잘 훈련된 프랑스 돼지가 땅속의 보석같은 트리플을 찾아낸 듯이, 영교의 입이 타츠야의 알들을 집중적으로 사랑해 주었다.

이내 성에 차지 않았는지 성기를 수없이 빠른 속도로 애무했다. 세상의 어떤 강력한 펌프보다 거세게 빨아들여 타츠야의 몸속에는 한 방울의 정액도 남기지 않으려는 듯했다. 쓰라리고 찢어지는 통증이 타츠야에게 이어졌지만 감히 말리지 않았다. 그랬다간 더 큰 고통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그를 포기시켰다. 그래서 영교가 원하는 대로 한 치 빼지 않고 그의 몸을 던져 주었다.

사정 중인 정액을 깨끗이 자신의 몸속으로 삼키려던 영교는, 타츠야가 사정하기 쉽도록 입의 흡입력으로 그를 거들어 주었다. 요도 끝의 물 기운이 없어질 때까지 혓바닥과 입술로 빨고 닦던 영교는 에이코처럼 중얼거렸다.

"이건 나만 가질 거야."

타츠야의 검붉은 성기를 부여잡고서 아랫입술을 침으로 다시며 중얼거리던 에이코는 더 이상 타츠야를 쳐다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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