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능욕당한 영교
[제국의 화양연화 시리즈]
공병 소좌는 조선에서 일본 이름을 사용하는 에이코의 이야기에 깊이 빠져 연거푸 술잔을 들이켰다. 노기 소좌에게 노기의 이야기를 끝낸 에이코는 살며시 곁눈질로 소좌의 얼굴을 살핀 후 입 끝을 올리며 알 수 없는 큰 미소를 지었다.
공병 소좌는 이야기 속 에이코가 현실의 에이코와 같았으면 좋겠다는 육욕 어린 상상을 했다. 그리고 그 상상이 사실이기를 바랬다.
에이코에 푹 빠져 헤어 나올 생각이 전혀 보이지 않는 노기 소좌를 쏘아보면서, 주변의 보병 장교들은 박탈감에 분노하며 미친 듯이 흥분했다. 모두가 에이코를 노기에게서 되찾고 싶었다. 박탈은 내 것이었어야 할 것을 다른 자가 갖은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주변 보병 장교들의 분노와 흥분은 극을 향해 달려갔다.
에이코는 소좌의 손에 이끌려 다다미 6장이 깔린 넓은 방으로 내몰렸다. 기모노를 강제로 벗기려는 노기 소좌의 가슴에 따스한 한 손을 얹어 달랬다.
"제가 할게요."
가슴에 닿은 에이코의 손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에 노기 소좌의 아랫도리가 더욱 뭉클해졌다. 급체한 욕정은 마무리도 급히 치를 뿐이다. 순식간에 노기의 욕정이 찰나에 해결됐다.
다행이다, 싶어 다시 화장을 다듬으려는 에이코의 등 뒤로 예닐곱 명의 빡빡머리들이 고추를 빳빳이 세운 체 달려들었다. 고함을 지르려던 노기 소좌는 두어 명의 빡빡이들에게 흠씬 얼굴을 두들겨 맞았다. 고함은커녕 무슨 말인지조차 알 수 없는 짐승의 낮은 신음 소리만이 들렸다.
미리 순서를 정한 것인지 에이코의 몸으로 들어오는 남자들의 순서가 혼잡 없이 질서정연했다. 하지만 에이코의 입 속으로 쑤셔 넣는 것들은 질척거리는 액체를 공유하며 칼부림같이 부딪혔다. 그 순서에도 들어가지 못한 빡빡머리들은 에이코의 가슴과 옆구리를 핥고 빨았다.
그러다 조금 창의적이다 싶은 안경잡이가 서양의 소설에서 보았는지 뒤로 몸을 돌린 에이코의 항문 주변을 자신의 침으로 윤활유처럼 바르더니 자신의 물건을 두어 번 항문 속으로 욱여넣었다. 잘 들어가지 않는지, 생소한 고통에 쾌락이 극대화되어서인지, 남자도 여자도 고통스러운 비명을 마구마구 질러댔다.
그러자 여자의 배 아래로 들어간 다른 남자가 그녀의 음부 속으로 또 다른 물건을 어렵사리 찔러 넣었다. 이제 더 빠른 속도로 남자들의 순서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에이코의 눈, 코, 귀, 배꼽을 제외한 모든 구멍들이 출정군 장교들의 페니스로 채워져 여자 에이코는 홀연히 사라지고 껍데기만 노란색인 벌거벗은 구멍만이 남았다.
달의 인력으로 어김없이 바닷물이 썰물 되어 나가듯이 한껏 아낌없이 사정하던 장교들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마음의 아픔도 육신의 고통도 느낄 사이 없이 또다시 먼발치에서 나무 바닥을 울리는 소리가 다다미 바닥을 통해 울려왔다.
또다시 윤간당할 짧은 미래가 떠오르자 에이코는 누더기 하나 걸치지 않고 바로 옆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천장의 전기불이 꺼져 있어 누가 자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에이코는 이것저것 생각할 틈도 없이, 무작정 이불속으로 알몸을 밀어 넣었다.
어떤 남자라도 좋으니 차라리 이 한 명에게 당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어두운 방안의 한 겨울 두꺼운 이불 속은 검정색만이 채워져 어느 윤곽도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영교의 피부가 촉감으로 알아챘고 영교의 후각이 그를 알아보았다. 타츠야, 타츠야, 영교는 소스라치는 비명을 소리 없이 속으로 질렀다.
바로 옆방에서 출정군 빡빡이들에게 수십 차례 능욕당할 동안 왜 말리지 않았냐고 하염없는 눈물로 원망했다. 타츠야는 그저, 미안하다, 라는 말만으로 무기력한 체념을 답해 주었다. 그의 체념을 받아들인 순간 그녀의 뇌리에 큰 망치 한방의 충격이 내리쳤다.
"타츠야, 혹시 테스 짓이야?"
또다시 그는 체념으로 답했다.
"노기 소좌를 따라가는 널 바라보는 나에게서 테스가 확신을 가진 것 같아."
체념보다 못한 무기력을 답으로 대신했다. 황급히 달아난 두 번째가 어쩌면 마지막 윤간이 아니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영교는 그녀의 모든 구멍들이 찢어지는 상상이 떠올랐다. 눈 앞에서 그려지는 찢김은 이내 그녀의 가슴을 찢어내는 고통으로 오금을 저렸다. 눈물이 오른쪽 눈가만을 넘치게 흘렀다.
"테스와 이 방에서 했어?"
흥미 없지만 사실을 모두 알아야겠다는 사무적인 말투로 영교가 부사달에게 물었다.
"일본 장교들에게 네가 당하는 한 시간 동안 테스도 나를 능욕했어, 나를 완전히 너에게서 떨어뜨리려고 완전히 무너뜨렸어."
부사달은 일본인 아내의 강간 피해자처럼 말했다.
"타츠야, 내게는 당신뿐이야, 내가 당신을 사랑하게 해 줘."
보이지 않는 그녀의 눈빛과 표정에 그의 공포심은 최고조에 달해 갔고 상냥한 영교의 음성은 사형수가 듣는 마지막 새소리처럼 들렸다.
수없이 타츠야의 성기를 입과 손으로 흥분시켰다. 말초 신경의 감각 하나하나까지 자극하고 통제하여 인간이 닿을 수 있는 최고 절정의 카타르시스로 타츠야를 묻어버리고 싶었다. 지금까지와 달리 비교할 수 없는 가장 높은 수준의 절정으로.
영교의 입 속에 집어삼킨 부사달의 성기는 이내 타츠야의 그것으로 달아올랐다. 타츠야의 절정이 높아질수록 흥분을 일으키는 입놀림의 주인이 영교에서 에이코로 변해갔다. 두 번의 절정마다 타츠야가 사정하지 못하도록 에이코는 흥분을 조절했다.
세 번째 절정에서야 타츠야가 아낌없이 사정하도록 허락했다. 사정의 쾌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에이코의 입은 성기를 감싼 빨대가 되어 큰 흡입력으로 사정의 쾌감을 더해 주었다.
"싸~~~~악"
타츠야는 날카로운 금속의 날이 순식간에 자신의 살덩어리를 베어내는 소리를 들었다. 타츠야의 사타구니를 따뜻한 체액이 가득 적셨다. 온수보다 뜨끈하고 질액만큼 끈적한 느낌이 묘하게 자극적이었다. 항상 테스나 영교와 같은 여자들의 몫이었는데, 오늘은 내 몫이구나, 라며 한없는 고요와 평안을 즐기기 시작했다. 기분 좋은 마침표라 생각하며 에이코의 모습을 한 영교를 바라보다 편안히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