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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신의 공기는 어땠나요?

: 죽음의 먼지가 내려와요

by 윌버와 샬롯

당신은 스마트폰에 있는 앱 중에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게는 단연 미세먼지 수치를 알려주는 앱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의 날씨보다 미세먼지 상태를 습관처럼 확인한다.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데 있어 내게 미세먼지는 매우 중요한 데이터다.


밖의 공기가 어떻냐에 따라 아이들을 밖에서 놀게 할 수 있을지, 환기를 얼마나 시켜야 할지, 외부 활동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가장 중요한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아무리 하늘이 파랗고 공기가 따뜻해도 미세먼지 수치가 나쁨 상태일 경우에는 불가피한 상황이 아닌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출을 자제한다.


어차피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는 항상 쓰고 다니니 상관없지 않냐며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호흡기뿐 아니라 피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기사를 어디에선가 본 것 같아 되도록이면 신경을 쓰는 편이다.


미세한 먼지는 눈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안일하게 생각될 수 있다. 더군다나 당장 그 공기를 마신다 하여 눈에 띄는 큰 병에 걸리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 작은 먼지들이 걸러지지 않고 폐에 차곡차곡 쌓일 거라는 생각을 난 강박적일 만큼 떨칠 수가 없다. 나도 아이들도 시간이 지난 후의 건강을 장담할 수 없으니까.


담배도 피우지 않는 주부가 폐암에 걸리는 이유가 장기간 가스불에서 조리를 했기 때문이라는 기사를 보고 화들짝 놀란 적이 있다. 가족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열심히 만들었을 뿐인데 암이라니, 너무 기막히고 억울하지 않은가. 그 이후 난 아무리 추운 날일지라도 가스를 켜고 하는 요리를 할 경우 창문을 열어놓는다.


오늘 참 따뜻하다. 정말 봄이 오긴 오나보다. 하늘도 어느 정도 파랗게 보이지만 미세먼지 수치는 여전히 나쁨이다. 근데 공기청정기를 언제 청소했더라. 다가올 먼지의 역습에 대비해 오늘은 공기청정기 속을 말끔히 정비했다.

이 그림책은 제목에서부터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 이야기는 픽션이 아니다. 2013년 중국의 여덟 살 소녀가 미세먼지로 인해 폐암에 걸린 실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다.


메이링과 나는 둘도 없는 단짝이에요.


최근에 본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미래는 모두 암울하다. 그곳에서 미래인들의 모습은 모두 방독면을 쓰고 있고 과거로 가는 딸에게 아빠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가면 맛있는 거 많아. 통조림 말고 진짜 과일도 있다. 거기 가서 너 먹고 싶은 거 실컷 먹고 하고 싶은 거 다하고 그냥 신나게 살아." 딸은 과거로 와서는 따뜻한 햇살과 옥상의 작은 화단에서 자라는 방울토마토에 감격해한다. 미래를 밝게 그린 얘기는 드라마나 영화든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도대체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맞이한단 말인가.


여름부터 메이링이 아프기 시작했어요.


솔직히 몇 년 전만 해도 그런 일은 아직도 먼 얘기, 내가 사는 시대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 여겼다. 그러나 이제는 어쩌면 내가 사는 시대, 조금 멀리 간다 해도 우리 아이들이 성인으로 살아갈 시대에 그런 때가 바로 오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운 생각이 든다. 일 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오래도록 마스크를 쓰며 살아가는 시대를 살아갈지 그 누구도 몰랐던 것처럼 환경오염과 바이러스 침투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욱 빠르게 현실이 되고 있다.


며칠 전엔 이런 꿈을 꿨다. 친구를 만나는데 나만 마스크를 하지 않고 있는 거다. 꿈속에서 얼마나 놀라고 당황했던지. 마스크를 어서 찾아 써야 한다는 두려운 생각으로 꿈은 뒤엉켰다. 오래도록 만나지 못한 친구와의 반가운 조우보다는 마스크 부재에 대한 공포가 꿈의 주된 잔상이었다. 이전에 이와 같은 경험을 했다는 다른 이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분의 글을 읽고 꿈에서조차도 자유롭지 못한 이 현실이 참 씁쓸하다 여겼는데 나마저도 그런 꿈을 꾸다니. 환경에 대한, 전염병에 대한 이 공포는 내 무의식마저 점령하고 있었다.


가을이 오기도 전에 메이링은 쓰러지고 말았어요.


그림책 전반의 색은 모두가 뿌연 흙빛이다. 공장 굴뚝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학교 운동장은 안개가 낀 듯하다. 도시의 거리에는 차와 오토바이로 가득하다. 밝은 낮일 텐데도 자동차 전조등을 켜야 할 만큼 도시는 어둡다. 중국 소녀의 이야기는 8년 전 이야기이지만 현재 중국 사정은 어떨까? 그리고 우리나라는?


병원에서는 메이링이 폐암이라고 발표했어요.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 먼지가 원인이라고 했어요.


엄마,
이거 결말이 뻔한 얘기일 것 같은데.


그림책 제목을 보자마자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 아이 생각대로 그림책 마무리는 아주 빤하다. 그것도 너무나 냉혹하게. 아이들이 볼 그림책이 맞을까 싶게 어떤 희망도 보여주지 않는다.


날이 포근해지니 잘 단장되어 있는 도심 속 공원에 사람이 북적인다. 밀폐된 공간이 아닌 곳에 사람이 모인다. 거기에서나마 몸을 움직이고자 공원 주위를 뱅뱅 돈다. 사람들 얼굴에 무표정의 마스크는 여전히 쓰인 채.


봄이 오고 있다. 그리고 봄의 불청객 미세먼지도 더 빈번히 올 것이다. 코로나는 좀 진정될까? 제발 신이시여. 시련은 하나씩 하나씩 내려주시길.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그것들은 모두 신이 내린 형벌이 아니다. 그 주범은 바로 인간. 가해자이며 피해자이기도 한 이 아이러니한 상황을 누구한테 원망할 것인가.


온라인 마트에서 장을 보고 배달이 오면 신선식품에 아이스팩이 많이 딸려 온다. 물로 얼린 아이스팩이 아니면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양도 그렇지만 다시 재활용이 가능한 것을 버리는 게 영 마뜩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 해당 마트에서 아이스팩을 다시 수거하는 서비스를 알게 되었다. 배송받는 날 그동안 모아두었던 아이스팩을 문 앞에 내놓았다. 배송 기사분이 정말 회수하실까 반신반의했지만 다행히 가져가셨다. 내 작은 실천이 조금은 지구 환경에 도움이 되었을까 싶어 좀 뿌듯했다. 그렇다면 내가 보낸 아이스팩들은 마트에서 다시 활용을 할까. 가져가기만 하고 다시 쓰이지 않는다면 절반만 성공이다. 무턱대고 생산만 하지 말고 기업과 정부는 리사이클에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 모두가 살 길이다.


파란 물감을 칠한 것처럼 하늘이 보여요.
솜사탕 같은 구름도 보이고요.
밤하늘에는 수많은 별이 반짝여요.
나와 메이링은 한 번도 진짜 별을 본 적이 없어요.
눈부시게 하얀 구름도요.


환경 이슈는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는 문제가 됐다. 몇 년 뒤가 아니라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다. 파란 하늘도 별도 보지 못했다는 중국의 어느 이름 모를 소녀만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나, 내 옆의 아이,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맘껏 숨을 쉬며 봄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봄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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