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모기는 왜 귓가에서 앵앵거릴까?」라는 그림책이 생각났다. 내용이 뭐였더라? 본 지 한참 돼서 그런지 내용이 가물가물했다. 아이들 책장을 뒤적이며 그림책을 찾아본다. 이 책은 서아프리카에서 전해오는 옛이야기를 다시 쓴 것으로 모기가 이구아나한테 하는 짧은 허풍으로 시작하는 숲 속에서 벌어진 한바탕 소동 이야기다.
모기가 저런 말만 하지 않았더라면 앵앵거리지 않았을까
먼저 글밥 위주로 쭉 읽어본다. 그리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이제는 그림만 찬찬히 살펴본다. 다시 읽을 때는 책 면지에서부터 보여주는 미처 찾지 못한 여러 숨은 얘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찾지 못한 것이 혹시 더 있을까 싶어 출판사가 제공하는 설명을 더 읽어보니 역시나 못 찾은 한 가지를 짚어준다. 바로 처음부터 끝까지 매 장면마다 등장하는 분홍색 새인데, 이 녀석은 사건의 전말을 모두 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눈만 초롱 뜨고 입은 꼭 다물고 있다. 이 새는 전지적 관점의 존재인 걸까? 이렇듯 그림책은 작가의 숨은 그림과 그 의도를 찾는 재미가 있어 아주 큰 매력을 가진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무엇보다도 표지에서부터 드러나는 스테인드글라스풍 그림과 그 색감이다. 여러 선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음에도 굵은 테두리로 인해 전혀 복잡하지 않고 각 개체들이 뚜렷이 구분된다. 여러 동물의 다양한 눈빛과 역동적 표정도 재미있고, 과감한 화면 분할과 구성도 인상적이다. 특히 나뭇가지로 귀를 막은 세상만사 귀찮은 이구아나의 그 시니컬한 표정은 단연 압권이다. 그림책은 천천히 보지 않으면 절대 보이지 않는 존재다.
그런데 왜! 오늘 새벽에 하필 이 책이 떠오른 것인가. 지난밤 단 한 마리의 모기 때문에 잠을 설쳤다. 설피 잠이 들 무렵 느닷없이 귓가에 스치는 앵~ 소리. 그 소리가 더 진저리가 났다. 더군다나 한방에 모기를 때려잡는 퇴치 달인 남편은 출장 중이다. 모기 출몰을 인식하자마자 벌떡 일어나 우선 자고 있는 아이들 방 문부터 봉쇄한다. 평소 숨어 있는 모기를 잘 찾아내지 못하는 나는 '이미 틀렸어' 하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을 자본다. 그러나 잠이 잠깐 들려고 할 때마다 귓가에 윙 소리는 다시 맴돈다. 이불만 부여잡고 잠을 계속 청하기를 반복, 그렇게 이불을 필사적으로 감싸고 있었지만 그 약간의 틈새도 모기는 비웃기라도 하듯 거하게 쪽쪽 식사를 한 듯하다. 나는 이미 손등을 무의식적으로 벅벅 긁고 있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