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아이 친구 엄마가 저를 보자마자 대뜸 제게 이렇게 말했어요. 동네에서 만나는 거였지만 나름 약속된 외출이라 평소보다 신경 썼거든요. 화장도 세심히 꼭꼭 눌러 바르고, 옷에 신경도 썼고, 머리는 고대기로 좀 힘도 주고 나왔어요. 몇 개 없는 액세서리 중에 오늘 입은 옷과 어울리는 펜던트 목걸이로 나름 심사숙고해 패션에 포인트도 줘봤고요. 그런데 어머니, 보자마자 살이라뇨!
그래요. 저, 얼마 전에 제 인생 최고 몸무게 찍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대놓고 말씀하시다니. 정말 그렇게 티나요? 풍성한 옷으로도 감춰지지 않던가요? 진정 그렇게 보인 건가요? 그렇다 해도 어머니, 저랑 친하다해서 그러시는 거 아니에요.
태어나 처음 보는 몸무게 앞자리 숫자에 작년 너무 절망했었어요. 체중계에 올라선 채로 시간이 멈춘 듯했죠. 울고 싶었어요.
여태 내 몸에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특단의 결심이 필요한 시점이었죠. 그때 마침 간헐적 단식이 붐을 타고 있었어요. 운동과 별개로 먹는 양은 평소와 같아도 음식 섭취 시간을 줄이는 방안이었죠. 이건 해볼 만하다 생각했어요. 아침은 거르고 12시부터 식사를 시작해 적어도 저녁 8시까지만 먹는 8시간 룰을 지키고 있습니다. 물론 매일은 그렇게 못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평일 5일 정도 하고요. 주말은 가족과 함께 자유롭게 먹고 있습니다. 간헐적 단식으로 작년에 봤던 충격적인 첫자리 숫자는 아슬아슬하게 사라졌습니다. 8시간 룰로 야식 군것질을 하지 않은 게 큰 원인이지 않나 싶어요.
물론 운동도 하긴 했습니다. 3개월 정도 전신 스트레칭 위주의 운동이었는데 이상하게 살은 안 빠지대요. 제 몸을 쥐어짜 내는 3개월 간의 그 운동은 하는 동안 솔직히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가을에는 다시 제가 좋아하는 걷기 운동으로 매진하려고 여름방학 지나 아이들 학교 개학하자마자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만보 클럽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비가 개고 날씨가 오래간만에 화창해 공원에서 운동하는 사람이 오늘은 꽤 있었어요. 하얀 구름은 뭉개 뭉개, 하늘은 참으로 파랗고, 바람은 살랑거리고, 햇살은 제게 비타민 D를 완충해주고 있었죠. 엔도르핀이 마구 솟아나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혼자 공원을 걷다 문득 떠올랐죠.
이 좋은 걸 여기 브런치에서 함께 나누고 기록해보자.
같은 것을 함께 한다는 것은 예기치 않은 대단한 결과를 낳기도 하잖아요. 혼자보다 같이 공유하면 더 오래도록 할 수 있고 더 힘이 나게 하는 동기 부여가 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하루에 딱 만보입니다. (초)미세먼지가 우리나라 기준으로 나쁨이거나 비가 오는 등 걷기에는 생명에 직접적/잠재적 지장을 주는 적합지 않은 날씨에는 걷지 않습니다. 전 일주일에 두 번, 월요일과 목요일로 요일을 정해 걸으러 나가요. 요일을 정하니 그날은 걷는 날이라 생각하고 다른 특별한 일정을 되도록이면 잡지 않습니다. 거창하게 걸으러 어디 멀리 나가지 않습니다. 그렇게 거대한 포부를 갖다가는 며칠 내로 진이 빠지게 되니까요. 그냥 집 앞 산책길, 공원, 조금 더 간다면 낮은 동네 뒷산 정도일 뿐이에요. 가끔 여행 일정이 있는 날이면 만보를 쉽게 훌쩍 넘기게 됩니다.
만보 걷기로 단시간에 살을 뺄 수 있을 거라고는 솔직히 기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더 늘어나지는 않고 조금은 건강하게 현상 유지는 될 것이라 장담합니다. 다른 변화가 있을지 또 누가 아나요.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거잖아요. 그러니 우리, 그냥 같이 해봅시다.
하루에 한 컷의 사진과 만보 인증샷을 함께 올리는 매거진을 시작하려 합니다.
하루 한 컷 만보 클럽 어떻게 하는 거죠?
1. 당신도 만보 클럽의 작가가 되어주세요. 이 모든 곳에 공감하는 분이라면 누구든 환영합니다.
2. 일회성이 아닌 성실하고 꾸준히 당신의 만보 여정을 매거진에 공유해주실 분을 찾습니다.
3. 당신이 만보 이상을 걸은 날 인증 매거진을 발행해주세요.
4. 만보기 앱 갖고 계신가요? 만보 인증샷을 올립니다.
5. 만보 인증샷만 있으면 매거진이 심심하잖아요. 걷고 있는 그 장소를 적어도 한 컷 찰칵해서 함께 올려주세요. 일상이 아마도 다르게 보일 겁니다. 다만 너무 많이 찍지는 마세요. 우리는 출사를 하러 걷는 게 아니잖아요.
6. 집이나 사무실에서 걷는 자잘한 일상 걸음은 카운트하지 말아 주세요. 다만 출퇴근, 외근, 여행, 약속, 데이트 등은 상관없어요. 저는 운동이나 가까운 외출을 할 때도 만보기 앱을 켭니다.
7. 만보를 채우기 위해 가짜 카운트는 하지 말아요. 우리는 함께 걷는 과정을 즐기려 하는 것이지 만보 자체가 아니잖아요.
8. 걷는 일상을 공유하며 느끼는 점들이 하루하루 다를 거예요. 당신의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분량은 상관없어요.
9. 매거진 구독하기에서 참여작가 신청을 누르시면 함께 매거진에 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전 준비됐습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 우리 벌써 반이나 한 거죠. 이제 그 나머지 반을 채우러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