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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도 외로운 갈망

Sam Smith - To Die for

by 훈자까 Mar 19. 2025

 근원적인 외로움을 잔잔하면서도 아름답게 풀어낸 곡.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는 20대 초반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이었다. 오픈시간이라 활짝 문을 열고 홀로 청소를 하던 중, 틀어놓은 가게 플리에서 듣게 되었다. 초반 부분이 지나서 부드러운 피아노 음과 가수의 여청한 음색에 나는 그 자리에서 정지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청소도구를 테이블에 걸쳐놓고는 홀린 듯 플리를 확인했다. 그러고는 1곡 반복 재생을 눌렀다. 그날의 첫 고객이 오기 전까지, 30분 정도 오픈을 담당했던 내 시간은 온전히 그 곡과 함께였다.


 초여름의 날씨에 맞이한 곡에는 갈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원초적이면서도 당연한. 그런데 그 목소리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신성하다는 표현이 가장 알맞을 듯하다. 높은 통유리창들 사이로 비추던 여름날의 햇빛에 덩그러니 혼자 서있던 내 모습은, 지금껏 잊히지 않는 장면이 되었다. 흐르는 선율에 올라탄 그 당시의 나는, 당장 현실의 해야 하는 무언가가 아닌 아득한 낭만의 모습을 머릿속에서 재생시키고자 했다. 신기했다. 어떤 노래에서도 한 번도 느끼지 못한 기분이었으니까.




 "모든 이들이 혼자 죽음을 맞이한다면. 너는 그게 두렵지 않아? 나는 혼자이고 싶지가 않아."


 시작하는 가사가 마음을 울렸다. 사랑은 인간의 행복 가장 가까이에 닿아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매일 저녁잠에 드는 것도, 언젠가 맞이해야 할 아주 긴 잠도. 결국 혼자서 행해야 하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아는 사람이라서, 외로움을 느끼고 사랑을 갈구하는 게 아닐까. 받는 것뿐만이 아니라 주는 것에도 격렬한 충동을 가져야만 하는.


 매일 밤마다 너를 찾아 헤매고. 두려움을, 심지어 밝은 빛조차도 피하려 눈을 감고 길거리를 헤매는 인간의 모습에는 얼마나 많은 번뇌가 담겨있는가. 그리고 조용한 휴일 핑크 레모네이드를 마시며 걷는 연인을 보며 자신의 환상통을 자극받는 그런 장면에서는 더더욱.


 여기서 너라는 존재는 단순한 외로움의 해소 대상이 아니라 어떠한 운명적인 존재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찾고자 함은 사람에게 내재된 가장 강력하면서도 외로운 동기부여가 아닐까.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목숨과도 바꿀 만한 가치를 지닌 단 하나의 무언가라고 미리 정해놓은 듯이.


 행복해 보이는 이들을 내 시야의 액자로 걸어놓고. 그러면서 실시간으로 무너지는 자신의 세상을 허망하게 관찰해야만 하는. 쓸쓸한 그림자를 따라서 정처 없이 떠도는 모습에는 내리쬐는 완벽한 햇살과 아주 현실적인 대비를 이루고 있다. 아마 나도 그런 기분이어서, 잠깐 우뚝 멈춰 서지 않았을까. 항상 행복을 찾아서 살고자 했으니까.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의 풍경이 바뀌지 않으면, 외로움은 더욱 살갗을 옭아매는 것 같다. 그러면서 또 체념하고 행복을 멀리서 그리기만 하는.


 '난 그저 누군가를 위해 죽을 만큼 사랑하고 싶어.'


 아웃트로를 장식하는 아련한 푸념이자 외침이 나를 깊은 사유에 빠지게 했다.


 울음을 터뜨릴 만한 슬픈 곡은 아니다. 단지, 쓸쓸함을 이렇게 완벽할 정도로 공감해 주는 곡이라서. 소담스러운 사과 한 알을 바라볼 때의 웃음을 짓는다.


 그 달콤함과 산미에 피어날 산뜻함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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