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 러닝의 장애물

아파도 달리기를 포기할 수 없어!!

by 냥냥별

지속적인 러닝으로 발톱이 빠진다면?



나는 러닝을 시작하기 전에는 발톱이 빠지는 경험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언젠가 방송에서 러닝과 기부의 대명사 '션' 님이 발톱이 몇 번이나 빠진 경험을 이야기하는 걸 들은 적이 있었다. 그걸 보면서 '얼마나 아팠을까? 그래도 계속 러닝을 한다고? ' , '그 정도로(365일 뛰고 기부런을 위해 엄청난 거리를 또 뛰고 ㅠ.ㅠ) 많이 뛰니까 발톱이 빠지겠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랬던 내가 그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러닝을 시작한 지 고작 1년 만에 말이다.


나는 '션'처럼 매일 뛰지고 많이 뛰지도 못했는데 어느 순간 내 양쪽 엄지발톱에 시커먼 멍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아프진 않았기에 영광의 상처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다 그 멍은 둘째, 셋째 발톱까지 번졌고, 어느 날 발을 씻다가 그 발톱이 흔들거림이 느껴졌다. 놀란 내가 남편에게 이야기했더니 예전에 군대에서 발톱이 빠져 본 경험을 늘어놓으며, 별로 아프진 않으니 저절로 빠질 때까지 놔두라고 했다. 정말로 몇 주 뒤 오른쪽 둘째, 셋째 발톱이 정말 스스로 빠져 버렸고, 나의 걱정과는 달리 전혀 아프지도 않았다. 빠진 후에도 일상생활 할 때나 러닝을 할 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평소처럼 러닝 훈련을 이어갔고, 발톱도 다시 잘 자라났다.


그런데 첫 풀코스 대회를 3주 정도 앞둔 상태에서 갑자기 오른쪽 발가락 통증이 생겼다. 둘째, 셋째 발가락, 즉 지난번에 발톱이 빠졌던 그 아이들이었다. 그동안 발목이나 무릎이 아팠던 적은 있었는데 발가락이 아픈 건 처음이었다. 달릴 때 신경 쓰일 정도의 약간의 통증이 있었고, 달리고 나서 쉬고 있을 때도 발가락이 욱신 거렸다. 그리고 그다음 날 일상생활을 할 때에도 두 발가락에서 우릿한 아픔이 느껴졌다. 슬슬 걱정이 된 나는 러닝과 발가락 통증 관련 정보들을 검색해 보았다. 공통적으로 알려주는 원인은 첫째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 달리기를 하거나, 둘째 달리는 방법 즉 발의 착지 방법에 문제가 있거나, 셋째 급격한 운동량 증가에 있었다.


나는 아직 러닝화를 그리 많이 사지 않아, 대회용 2개(장거리, 단거리용)와 평소 훈련용(가장 많이 신는 것) 1개가 전부이다. 훈련용 신발은 쿠션감도 좋고 자주 신고 달리는 것인데, 그동안 이것을 신고 발가락이 아픈 적이 없었다. 그래서 신발은 통증의 주 원인이 아닌 것 같아 내가 달리는 방법에 대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내가 착지를 할 때 발가락 쪽으로 힘을 많이 주는 것일까? 그래서 체중의 무게가 그쪽으로 실려 충격이 많이 가는 것일까? 나의 러닝 동작을 정확히 체크할 수는 없지만, 나도 모르게 그런 습관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앞으로 달리기를 할 때 이 부분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세 번째 원인인 급격한 운동량 증가에 대해서는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었다. 1년 반 동안 러닝을 하면서 서서히 거리나 속도에 변화를 주고 크게 무리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사실 힘들어서 무리할 만큼 할 수도 없었다. ㅎㅎ 그런데 최근에 '풀코스' 대회 준비 때문에 그동안 뛰어보지 못한 30km를 2번이나 달렸던 것이다. 생각해 보니 발가락이 아프기 시작한 것도 2번째 30km 달리기를 하고 며칠 뒤였다. 다른 곳은 크게 아픈 곳이 없길래 그동안 체력도 좋아지고 달리기 근육도 많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발가락엔 무리가 많이 간 모양이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하고 강력한 원인이 또 하나 있었다. 바로 내 '발이 모양'이다. 러닝과 발가락 통증에 관해 열심히 검색하던 도중에 '무지외반증'이란 단어를 발견하게 되었고, 관련된 발 사진을 보고 깊은 깨달음이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아~~~ 딱 내 발이네~"


내 양발은 엄지발가락이 바깥쪽으로 휘어진 모양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릴 때부터 발이 길쭉하게 생겨서 '칼발'이라는 말을 엄마한테 들은 적이 있는데, 원래부터 엄지발가락이 휘어진 모양이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난다. 이게 유전적인 영향을 받은 사람도 있고, 후천적으로 변형된 사람도 있다고 한다. 내가 부모님을 닮은 건 지, 잘못된 습관으로 러닝을 해서 이렇게 변한 건 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이것이 발가락 통증의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 이런 모양인 탓에, 엄지발가락이 자꾸 둘째, 셋째 발가락을 밀어 발톱에 멍도 들고 빠지기도 하고, 장거리를 달리면 이렇게 통증이 생기기도 하는 거였다.


그동안은 아프지 않아 몰랐는데, 내 몸이 이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더 심해지기 전에 관리하고 노력하라고. 왜냐하면 나는 앞으로도 러닝을 하고 싶고, 풀코스도 완주하고 싶고, 기록도 계속 향상하고 싶 기 때문이다. 알아보니 이 변형된 발모양이 심해지면 수술까지 해야 되고, 그전에는 교정기 사용과 발가락 운동으로 관리해줘야 한다고 한다. 나는 재빨리 폭풍 검색을 하여 *팡에서 교정기를 주문했다.


그래도 그냥 무작정 쉴 수만은 없었다. 또 달려야 했다. 일단은 통증이 있으니 매일은 아니고 하루 걸러서 달리기로 마음먹었다. 달릴 때도 엄지발가락을 고정해 줘야 안 아플 것 같아, 동영상을 보고 따라서 '테이핑'을 하고 나가 보았다. 그렇게 달렸더니 훨씬 통증도 덜하고 괜찮은 것 같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니 일상생활에서 욱신거리는 것은 사라졌고, 달릴 때도 아프지 않았다. 그렇다고 멈추면 안 된다. 귀찮아도 교정기와 발가락 운동, 테이핑을 빼먹지 말고 나의 발 모양을 예쁘게 되돌려 보려고 한다. 이제 재미를 붙인 내 취미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과를 이뤄낸 드라마가 더 큰 감동을 주는 법이니까. ㅎㅎ 내가 그 드라마를 만들어 보려 한다.




keyword
이전 28화풀코스 전, 마지막 장거리 러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