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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코스 전, 마지막 장거리 러닝

그날을 위한 예행연습

by 냥냥별

첫 풀코스 마라톤을 앞두면, 두려울까? 설래일까?



작년 상반기만 하더라도, 나의 마라톤 대회 출전 종목은 10km가 최장거리였다. 더 이상 할 수도 없었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얼른 풀코스에 도전해보고 싶어 하는 남편에 비해, 나는 도전 정신이 약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부터 실패하는 것을 싫어하고 두려워했던 나는, 내가 할 수 있을 정도의 것에만 도전했고, 한 번 마음먹으면 성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그래서 러닝에서도 마찬가지로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장거리 도전은 하고 싶지 않았고, 내가 할 수 있는 거리 안에서 기록을 향상시키도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너무너무너무 힘들 것 같아서이다. ㅎㅎ


하지만 계속 취미로 러닝을 이어 가면서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10km에 이어 하프코스에도 몇 번 참가해보고, 이젠 풀코스도 신청해 버렸다. 나는 절대 하지 못할 것 같았던 산을 넘어보려고 도전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건 내 몸에 풀코스를 뛸 수 있을 정도의 러닝 근육이 만들어졌고, 심폐능력이 향상되었다고 스스로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젠 10km 정도는 훈련으로 가볍게 뛸 수 있고, 하프코스도 별문제 없이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에 30km까지도 달려봤는데(물론 더위에 너무 지치기는 했지만 ㅠ.ㅠ) 다음날 활동하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아직 더 건너야 할 12km가량의 숙제가 남아있지만, 대회날에는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30km 러닝 성공 이후로 자신감이 뿜뿜 솟아오른것 같다. ㅎㅎ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자신감'이지 '자만심'은 아니다. 아직은 '풀코스 정도는 무조건 완주하고도 남는다'가 아니라 '잘~하면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기 때문이다. 먼저 2번의 풀코스를 체험해 봤던 남편과 다른 러너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을 때, 30km 이후로 찾아오는 고통과 변수는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래도 30km까지의 달리기에서 속도에 욕심을 부리지 않고 체력을 잘 유지한다면, 첫 풀코스에서도 완주에 성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게 또 쉽지 않긴 하다. '속도에 욕심을 버리자!', '완주만 하면 된다'고 마음먹었던 다짐이, 슬슬 '4시간 30분 안에 들어가고 싶다', '컨디션만 좋으면 서브 4도 할 수 있을지 않을까?'로 바뀌어 가고 있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러다 대회날 아드레날린이 폭발하게 되면, 또 욕심을 부리다 결국 차량을 타고 들어가게 될까 봐 걱정이다 ㅠ.ㅠ


이제 진짜 대회 한 달 전이 되어, 남편과 나는 30km 장거리 훈련을 한 번 더 하기로 했다. 지난번 훈련할 때와는 달리 햇볕 없이 서늘한 날씨여서 좋았다. 이번엔 코스도 다른 쪽으로 짜서, 바닷가에 차를 세워두고 하천 옆 도로를 따라 15km 갔다가 다시 돌아오기로 했다. 그리고 4시간 안에 들어오는 것을 목표로 평균페이스는 6:00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날이 시원하니 역시 뛸 맛이 났다. 갈증도 나지 않고, 몸도 지치지 않았다. 무엇보다 심박수와 호흡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날씨가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구름이 잔뜩 끼었던 하늘에서 비가 조금씩 내렸다 안 내렸다 반복하는 것이다. 처음엔 큰 비도 아니니 오히려 시원해서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계속 몸이 젖다 보니 점점 추워지기도 했다.



그렇게 반환점을 돌고 다시 돌아오다 보니 20km를 넘게 되었다. 그런데 참 희한하게, 천천히 달리니 전혀 무리 없던 몸이 하프를 더 넘어가자 조금씩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25km 정도 되자 발목과 무릎이 삐걱대는 것 같이 느껴지고 약간의 통증도 오기 시작했다.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나보다 땀을 더 많이 흘리는 그는 중간에 수분 섭취를 못해서인지 종아리가 엄청 당긴다고 했다. 더 아프기 전에 여기서 그만둬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일단 코스 상 집에 가려면 차가 있는 주차장까지는 가야 해서 중간에 멈출 순 없었다. 그래서 속도를 조금 더 늦춰서 끝까지는 가보기로 했다. 그렇게 2번째 30km 훈련을 마쳤고, 차에 타서 집으로 가는 길에 기가 막히게 비가 많이 쏟아졌다.(더 늦었으면 흠뻑 젖을 뻔ㅜ.ㅜ) 다행히 수분을 섭취하고 쉬고 나니 다리는 회복되었다. 그래도 장거리 러닝으로 무리가 갔을 것 같아, 다음날까지 푹 쉬었다.


사실 컨디션이 좋으면 35km까지도 뛰어보자고 했었는데, 그러질 못했다. 역시 30km 이후의 구간은 우리에게 쉽지 않은 거리인 것 같다. 특히 첫 도전자인 나는 욕심을 버리고 또 버리고, 내 몸이 보내는 반응을 잘 살피면서 달려야 한다는 걸, 이번 훈련에서 또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얼마 전 열린 마라톤 대회에서도 2명의 참가자가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지고 1명은 결국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도 작년에 참가했었던 코스였다. 대회날 그 몇 시간 동안의 내 몸은 결국 내가 컨트롤해야 한다. 너무 힘들면 중간에 좀 걷거나 스트레칭을 해도 괜찮다. 우리는 프로 선수가 아니라 아마추어이니까. 그저 러닝을 즐기고 대회를 축제처럼 재미있어하는 러너이니까. 성적, 기록은 그다음이 되어야 한다. 오늘도 이렇게 다짐하며 그날 내가 흥분하지 않고 컨디션을 잘 유지하기를, 그래서 웃으면서 두 팔을 벌리고 피니쉬 라인을 통과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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