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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월 Oct 22. 2024

두브로브니크는 문어다!

두브로브니크 여행에서 함께 한 음식

8.15 광복절은 우리 세 자매의 크로아티아 여행 마지막 닷새 째 되는 날이었다.

일정에 여유를 둔다고 했지만 혹시나 무리가 될까봐 여행 마지막 날은 아무 스케쥴도 짜지 않았다. 그날은 그저 맘 가는 대로 바람 부는 대로 가고 오고 앉고 즐기려고 하였다.


유일하게 계획한 게 있다면 '꽃보다 누나'에 나왔던 부자 카페에 가서 맥주 한 잔을 바다와 함께 즐기는 것이었다. 그! 런! 데! 아뿔싸, 계획에 오차가 생겼으니 8월15일은 카톨릭을 믿는 크로아티아에서도 공휴일이었다는 거다. 크로아티아 8월 15일은 '성모 승천 대축일'이었으며 국경일이었으며 거의 모든 가게가 다 문을 닫았다!


유일한 일정이었던 '부자 카페' 방문이 펑크가 났다. 어럽사리 찾아 간 '부자 카페'의 맥주가 가득 찬 냉장고는 스크루지 영감이 온 몸에 칭칭 감고 있던 쇠사슬로 굳게 잠겨있었고 햇빛을 막아 줄 파라솔과 손님들의 아픈 발을 쉬게 할 의자는 죄다 접혀 절벽에 붙여져 있었다. 우리처럼 헛걸음을 한 관광객들만 허털한 표정으로 멍하니 바다를 바라볼 뿐이었다. 40도가 넘는 뙤약볕에 레몬 맥주 한잔을 걸치며 우리 세 자매도 '꽃보다 더 아름다운 척'을 하려고 했는데 계획이 허사가 되었다.

하지만 이젠 틀어진 계획에도 낙담하지 않는다. 신께서 아마도 우리가 두브로브니크를 다시 한번 올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일 수도 있고, '부자 카페'에서 돈을 쓰면 부자가 되기 어렵다는 교훈을 주려는 것일 수도 있다. 이깟 것은 그저 흘러가는 대로 놔두면 된다. 지천명(知天命)의 끝과 한가운데와 가장자리에 걸터 앉은 우리 세 자매는 이제 이런 변동 정도에는 끄덕도 없다. 이것 아니라도 인생은 늘 변화무쌍하다.


'부자 카페'가 문을 닫은 바람에 점심 메뉴를 바꿔야 했다. 원래는 맥주와 간단한 안주로 아점을 먹으려고 했었다. 급히 주변 맛집을 검색했다. 내가 크로아티아 전통 음식을 제안했다. 구글 별점이 높은 곳으로 식당을 찾아 나섰다.

가까운 곳에(사실 올드 타운은 거기서 거기지만) 보스니아 전통 퀴진 식당 <Taj Mahal>이 비교적 높은 평점을 가지고 있었다. 보스니아 전통 식당이라면서 식당 이름이 타지마할인 것은 좀 이상했지만, 배가 고팠으므로 타지마할로 이동을 했다.


구글 리뷰를 보고 사진으로 맛있어보이는 메뉴를 주문하고 쥬스와 맥주도 주문하였다. 종업원은 아주 친철했다. 공산권의 문화가 아직 남아서인지 전반적으로 식당의 서빙은 퉁명스러운 곳이 많았는데 <타지마할>은 너무도 친절하였다. 식당에서 셀카가 아닌 남이 찍어주는 사진은 <타지마할>이 유일하였다. 우리가 주문한 음식은 모스타르에서 먹었던 거와 비슷한 빵 속에 손가락같은 고기가 있는 것과 약간 매콤한 고기와 야채가 있는 국물 요리였다. 식사 후 보스니아 전통 커피도 한 잔 마셨다.

음식은 괜찮았지만 구글 리뷰에 써져 있는 것처럼 "우와~"하는 맛은 아니었다. 크로아티아는 파리나 로마나 중국보다는 음식이 비교적 단순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이탈리아와 바로 맞붙어 있어서인지 피자와 파스타 파는 곳도 되게 많았다. 우리가 크로아티아에서 먹었던 음식 중에 가장 좋았던 것은 문어를 이용한 샐러드와 튀김이었다.

스르지산 전망대를 다녀온 날, 야외 테라스가 있는 식당에서 문어 샐러드와 맥주를 마셨다. 깊은 여름 밤이었는데, 낮보다 밤이 더 후끈하였다. 테이블마다 사람으로 가득찼다. 한밤이 한낮보다 더 활기찼다. 여름과 휴가가 만들어 낸 여유임이 분명할거다. 새콤한 채소와 쫄깃한 문어의 맛이 지금도 입 안에서 가상현실처럼 재현되고 있다. 침이 고인다.


줄 서는 식당 중 하나였던 곳에서(식당 이름을 기억/기록하지 않는 나를 원망한다) 저녁거리로 사 와서 맥주랑 같이 마셨던 문어튀김도 생각하니 침이 꿀꺽 넘어간다. 양이 어찌나 많았던지 간식으로 먹고 저녁을 따로 먹을 요량이었으나 본의 아니게 저녁을 넘기는 다이어트를 하게 되었다. 두브로브니크는 문어다! (영어로 Octopus이지만, 실제로 보니 우리의 한치, 쭈꾸미, 오징어를 통칭하는 것 같았다.)

두번째 날 저녁으로 먹었던 음식이 블랙리조또와 트러플 파스타와 또 문어튀김이었다. 식당 이름은 카메니스, 우리 숙소 바로 밑에 있는 곳이었다. 첫날 사람으로 꽉 찬 식당을 보고 한번 가봐야지, 하고 마음 먹었다.

마침 식사를 위해 갔을 때 한 테이블이 비었길래 바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가 자리를 잡고 이내 웨이팅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운이 좋았다.

서빙된 음식의 땟깔은 아주 좋았으나, 맛은...글쎄 웨이팅 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럭저럭 먹을만한 느낌? 야외 테라스와 지중해색 색감과 여행자만이 가질 수 있는 관조가 파스타와 리조또에 조미료처럼 더해졌기에 그래도 우리는 만족하는 식사를 완료하였다.


이 외에도 또다른 오징어 요리와 파스타를 먹어본 적도 있다. 두브로브니크의 식당은 평타는 쳤던 것 같다. 크게 실망하지도 크게 기대를 상회하지도 않았다. 굳이 구글이나 블로그를 검색하여 맛집을 찾는 수고를 하기보다 서 있는 곳 가까운 곳 아무데나 들어가서 먹을면 될 것 같다.

우리는 숙소 앞 리어카와 마트에서 장을 봐와서 직접 해 먹는 횟수도 많았다. 투어를 일찍 가는 날은 가까운 빵집에서 크로와상과 바게트를 사서 커피와 함께 먹기도 했다.

한국에서 가져간 아메리카노와 맥심 믹스 커피는 두브로브니크에서도 발군의 솜씨를 발휘했다. 어디에서나 사랑받는 K-푸드다.



7박 8일(기내 2박으로 실제로는 5박 6일)의 두브로브니크 자유 여행은 이제 끝났다. 우리 세 자매는 들뜬 마음을 갖고 인천공항을 떠났고 아쉬운 마음을 품은 채 같은 곳으로 돌아왔다. 언니들은 벌써 다음 여행지를 찾기 시작했고 일정을 어떻게 비워야 할지 고민을 시작했다.

여행은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상에 액센트가 되어주었고, 맨날 먹는 배추김치가 아닌 어느 한철 우리를 돋아주는 고들빼기가 되어주었다. 지나간 여행은 추억이 되었고 다가올 여행은 설렘이 된다. 50대를 지나 60대가 되어도 우리는 어린 시절 한 방 한 이불에서 수다떨던 소녀시절 처럼 계속 함께 설레이련다.



*여행 일정

 -8/10 23:50 출발   8/17 17:00 도착

*여행에 쓴 돈(대략, 인당)

 -항공료: 125 만원 (에미레이트 항공)

 -숙박비/관광세: 43만원 (Apartment Nerio)

 -모스타르투어: 10만원

 -로크룸섬 투어: 8만원 (55유로)

 -성벽/케이블카/크라비체폭포 입장료: 12만원 (83유로)

 -왕복 공항버스: 2.2만원 (15유로)

 -식비: 18.5만원 (126 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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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계  대략 218.7만원 / 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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