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job is a job.
신입 영업사원 시절, 거래처 담당자와의 갈등으로 감정까지 상하고 힘들 때면,
‘나와 저 사람이 이 일을 하지 않으면 감정이 상할 일이 있을까?’
하고 생각하며 일을 하며 최대한 감정을 분리시키려는 노력을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감정을 분리시키자 열정은 떨어졌고, 열정이 떨어지자 재미가 없었다.
재미로 일하는 것도 아니고 돈 벌려고 하는 일이니 재미없어도 일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자,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괴롭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게 괴로움은 견디고 배우고 경험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짧은 깨달음을 깨달음이랍시고 1-2년 후배들에게 세상의 비밀을 깨달은 것처럼 조언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도 있었다.
그러던 시기의 어느 날, 거래처 대리점의 영업사원분 한분께
“힘드셔도 뭔가 배우시는 게 있지 않으세요?”
라고 묻자,
”옘병, 이거 배워서 내가 어디다 써먹게? 내 인생이 바뀌나? “
라고 대답을 했다.
솔직히 할 말이 없었다.
내가 지금 막연히 참고 배운답시고 "갈아 넣는" 시간이 과연 내 삶의 어떠한 목표와 맞닿아있는지 그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다음 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힘들지만 배우는 것들이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어떻게 연결이 되는가를 고민하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내가 다니는 회사애서 내 역할을 수행하며 배울 수 있는 것은 복잡한 상황을 최대한 단순화시키고 그 단순화된 형태를 시스템화해서 사람들이 불필요한 노력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거래처 담당자가 내게 화를 내고 짜증을 내는 것은 대부분 본인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게 되었을 때이고, 보통은 복잡한 시스템이나 상황 때문에 발생했으며, 모든 것이 복잡한 상황 속에서 나는 무언가 놓치거나 실수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학창 시절 법학을 공부하면서 항상 연습했던 것이 복잡한 사건을 단순하게 도식화하여 사건과 쟁점, 판결문의 틀을 잡는 연습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서 세상을 바라보자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단순화되지 않는 복잡함 속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고 있고, 그것을 관성적으로 지속하고 있는지를 깨달았다.
그렇게 나 스스로의 상황부터 단순하게 정리하고 나자 내가 지금 경험하고 배우는 것들을 통해 내가 이루고자 하는 스스로의 목표를 잡았다.
‘세상의 복잡한 시스템을 최대한 단순화시켜서 사회가 보다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사람들의 삶이 보다 더 윤택해질 수 있도록 하자’
라는 것이었다. 그 무렵 UN 무슨 기관에서 나온 30년 뒤의 유망직업 중 하나가 바로 ‘단순화 전문가(Simplification consultant)라는 직업이었다.
이름만 들어도 내가 생각하는 그런 직업이었다.
그 이후 나의 회사 생활의 목표는 최대한 모든 것들을 단순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에 집중되어 있었다.
놀랍게도 모든 것을 단순화시키는 것의 첫 번째 단계는 가장 복잡한 방식으로 하나하나 일을 수행해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복잡하고 의미 없어 보이는 일도 최소한 왜 의미가 없는지를 깨닫고 더 나은 방법을 찾는 과정들이 즐겁게 느껴졌다.
그렇게 지금의 나의 Job은 미래에 내가 꿈꾸는 Job과 맞닿게 되었고, 나의 업무는 더 이상 괴롭지 않았으며 (대개는), 더 이상 내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억지로 감정을 분리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게 되었다.
A job is a job.
하지만 지금의 job이 당신의 영원한 job도 아니며, 영원히다고 생각하면 next job은 당신이 원하던 job이 아닐 수도 있다.
당신의 job을 스스로 결정하지 않으면, 당신의
Job이 당신에 대해 결정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