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24. 고마웠어, 미얀마!

다시 양곤 둘째 날

by 오늘윤

2019 10월 31일



이젠 정말 안녕, 미얀마


미얀마를 떠나야 할 아침, 눈을 떠보니 8시였다. 늦잠이었다. 어제저녁 게스트 하우스 직원의 권유로 핼러윈 파티를 하는 펍에 따라갔다 오느라 12시가 넘어 들어왔던 게 너무 고됐던 모양이다. 다행히 짐은 얼추 다 싸놨고 재빨리 씻고 모든 짐을 챙겨 내려가 조식을 흡입하듯 해치웠다.


체크아웃까지 마친 뒤엔 공항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양곤의 분주한 아침 골목 한가운데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정류장은 역시나 1km는 넘게 떨어진 술레 파고다 근처, 아침이었으나 양곤의 날씨답게 덥고 습한 데다 온몸을 휘감은 배낭들, 직원에게 택시를 불러 달라고 할걸 그랬나 하는 뒤늦은 후회가 들기도 했지만 이제 와서 할 수 있는 건 전력질주뿐. 다행히 숨이 턱 끝까지 차도록 달려 때 맞춰 등장해준 버스에 올라타는데 성공했다. 숙소에서 나온 지 30분도 안되었건만 이미 온몸이 땀범벅이 되어있었다.


공항버스 안


공항에 가까워 오자 정말 미얀마를 떠난다는 게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어떤 기분이었다고 말해야 할까? 시원섭섭한 마음? 아니, 사실 시원한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미얀마 찬양을 해댈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아쉬움 하나 없이 시원하기만 했다고 말하는 것이냐 할 수 있겠지만 미얀마 여행은 찬양했던 만큼 충분히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로 꽉꽉 채운 채운 뒤라 아쉬움은 없었다.


더 많은 곳을 여행해 보지 못한 것이, 혹은 더 길게 머물지 못한 것이 아쉬울 법도 하지만, 넘치지 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여행이었다고 그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가 이미 느끼고 있었다. 여행 뒤에 밀려오는 진한 아쉬움은 다음 여행을 위한 원동력이자 행복한 여행을 한 증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쉬움 없이도 다음을 기약해보게 되는 여행이라니 이 또한 멋진 경험이었다.


물론 여행의 만족도가 높았기에 아쉬움이 없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13일간의 여행의 피로감이 쌓인 것도 있었다. 언제나 장기여행을 꿈꿨지만 내 한계는 한 달도 아니고 보름도 아니고 고작 보름 도 안되는 시간이었다니 역시 현실과 이상은 다른 것인가 보다.



버스는 예상보다 훨씬 빨리 공항에 도착해 주었다. 수속을 마치고 짐을 부치고 게이트를 찾아갔고 이제부턴 비행기 탑승까지 기다림의 시간... 그리고 탑승, 비행기가 슬슬 이륙하려 할 때 13일간의 기억이 영화 속 장면처럼 내 눈 앞에 촤르륵 하고 펼쳐졌다. 화창한 가을날 떠나와 도착했던 습한 양곤의 날씨, 바이크를 타고 달리며 자유로움을 만끽했던 바간, 밤샌 줄도 모를 만큼 신나게 구경했던 껄로의 5일장, 조금은 힘들었던 트레킹, 인레의 보트 투어, 그리고 다시 양곤에서의 기억까지 행복하고 감사한 순간들로 넘쳐났던 시간들이었다.


붓다를 섬기는 나라, 붓다를 닮고자 하는 사람들, 그리고 붓다를 닮은 사람들이 사는 나라, 그런 미얀마를 만날 수 있었던 건 내 인생에 행운이었다고 아무리 해도 부족한 그 인사를 마음으로나마 전해보았다.


"고마웠어, 미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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