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025년 6월. 또 매도를 결심하다

등기에 잉크가 마르지도 않았는데?

by 손프로

첫번째 주택을 매도하고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입주권 위주로 매물을 찾기 시작했다. 투자금과 사업진행 단계, 입지까지 모두 만족하는 곳을 찾으니 신당 8구역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많이 올라 눈에 보이는 안전마진이 크지 않았지만 빠른 속도와 입지, 단지의 상품성을 고려했을 때 괜찮은 선택지였다. 신당 8구역은 매물 자체가 귀해서 나오는 매물이 많이 없었고 자주 현장에 가서 발품을 팔아야 했다.


나 : 사장님, 여기 매물 좀 있을까요?

사장님 : 매물은 있죠. 그런데 가격이 비싸요. 매도인들이 너무 비싸게 내놔서요.

나 : 네.. 그래도 이 사업지가 제 조건이랑은 잘 맞아서요.

사장님 : 나중에 분담금도 내야 하고, 입주하려면 5년은 걸릴텐데 마진이 너무 없어요. 입주권은 신축을 제값주고 사는 것 같아요. 신축에 꼭 살고 싶은 실수요자 아니면 투자로는 좀 아쉽네요.

나 : 네.. 그래도 급매 나오면 연락주세요.


어떻게든 거래를 성사시키려는 다른 사장님들과 달리 이 사장님은 객관적으로 사업장에 대해 판단할 수 있게 해주셨다. 다시 고민에 빠졌다.


이 가격으로 여기를 사는 게 맞을까,
마진이 있을까,
진정한 똘 1이 여기일까.



고민을 거듭하다가 조언을 구할 대표님을 찾아갔다.


대표님 : 하나를 사도 좋은 걸 못 사는데 투자금을 쪼개면 안돼요. 이번에 둘 다 정리하고 똘 1로 세팅하세요.

나 : 네. 그런데 2번째 주택은 산 지 얼마 안되어서요. 지금 매도하기에는 너무 아쉬워요.

대표님 : 지금은 저 사다리를 누가 먼저 올라가느냐의 싸움이에요. 살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해요. 더 늦으면 살 수도 없어요. 그나마 그 주택이 그 지역의 대장 단지이기 때문에 거래가 되는 거예요. 더 안 좋은 물건이었으면 돈을 꺼내는 것도 어려웠을지 몰라요. 돈을 꺼내 기회를 잡는다고 생각하세요.


혼란스러웠다. 이 대표님을 23년에 만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왜 지금 와서야 알게 된건지, 등기에 도장이 마르지도 않았는데 4개월 만에 매도를 해야 하는 게 옳은 일인지 판단이 되지 않았다. 2년 동안 손품과 발품을 팔면서 최선의 의사결정이라고 자부하며 선택한 단지였는데 내가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들이 부정당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쓰라렸다. 하지만 감정을 빼고 이성적으로 판단해보니 더 늦기 전에 좋은 단지를 선점하려면 이참에 2채 다 매도하는 게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2번째 주택을 보유하면서 얻는 실익보다 하나로 합쳐서 얻는 실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고, 더이상 사고 팔지 않고 장기로 보유할 만한 주택을 사고 싶었다. 그렇게 등기를 가져온지 4개월도 채 안되어 등기를 넘겨줄 또다른 누군가를 찾아 나섰다. 취득세 할부는 여전히 나가고 있었고, 2주택에 대한 재산세 고지서도 날아왔지만 손절은 아니라는 것에 위안을 삼았다.


If~

1주택 1입주권 비과세 전략은 절세를 하며 2주택을 가져갈 수 있는 전략이다. 그런데 627 대책 이후로 기보유주택이 있는 경우 이주비나 중도금 대출을 받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웬만한 자금력이 아니면 이 전략을 쓰는 게 쉽지 않게 되었다. 만약 입주권을 매수했다면 이주비 대출을 받기 위해 2번째 주택을 6개월 이내 매도해야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1입주권+1주택 전략이 제대로 빛을 보지도 못하고 버리는 카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Tip.

부동산과 관련한 의사결정은 늘 어렵다. 특히 경험이 부족한 개개인은 숲(시장 전체)을 보지 못하고 나무(내 집)만 바라보기 때문에 시야가 좁은 상태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결정적 시기에 누구를 만나 조언을 구하고 간접경험을 하느냐가 생각보다 중요하다. 친구 따라 강남간다는 말처럼 실제로 친구가 이사가니까 따라 갔다가 대박나는 경우도 있고, 잠실에 사는 회사 부장님을 보며 부러워하다 얼떨결에 잠실로 넘어가기도 한다. 반대로 무주택을 고수하는 하락론자 지인을 보며 타산지석으로 삼기도 한다. 결정적 순간에 내 옆에 누가 있느냐, 나에게 좋은 자극을 주는 사람이 있느냐가 내 인생에 의외로 큰 영향을 준다.

만약 주변에 조언을 구할 사람이 없다면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 보는 것도 추천한다. 많은 데이터와 간접 경험의 누적으로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인사이트를 구할 수 있다. 전문가의 경험과 통찰을 레버리지해 잘못된 선택을 피할 수 있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스스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도 실행까지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기본 지식과 수용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keyword
이전 02화2025년 6월. 매도를 실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