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를 생각하며
어린이날 아침, 교회 예배당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예배를 드리고 함께 점심을 먹은 뒤, 고성 당항포로 나들이를 갔다. 햇살은 부드럽고 바람은 살랑살랑, 그 자체로 축복 같은 하루였다.
공원엔 이미 많은 가족들이 봄을 누리고 있었다. 돗자리에 둘러앉아 김밥을 나누고, 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긴장된 눈빛으로 바라보는 아빠들.
넘어질까 조마조마한 표정 속에 사랑이 줄줄 흘렀다.
어느 아이 하나는 속상한 일이 있었는지 울음을 터뜨리고, 엄마아빠는 안아보고 달래보고 또 안아보았다. 누구도 짜증 내지 않았다. 사랑은 그렇게, 때로는 눈물조차 끌어안는 방식으로 보였다. 잔디밭에서 공을 차는 아이들과 아빠들의 모습이
꼭 한 폭의 풍경화 같았다.
함께 간 우리 아이들도 잘 놀았다. 바닷가를 걸어보고, 그물다리를 건너고, 수동 루지 미끄럼틀을 타고 한참을 웃으며 봄날을 껴안았다. 즐거운 오후였다.
아이들을 모두 집으로 보내고, 집에 도착하자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목사님, 우리 애가 집에 오자마자 너무 서럽게 울고 있어요. 와그랄까예?”
전화를 걸었다. 아이는 말했다.
“다른 애들은 엄마, 아빠랑 왔는데... 나는 앞으로도 그럴 수 없을 것 같아서 너무 슬펐어요. 집에 와서 그냥 막 울었어요.”
옆에서 듣고 있던 할머니가 조용히 한마디를 덧붙였다.
“애가 그리 우니, 참... 아무것도 해줄 게 없어서 그냥 모른 척했어예.”
그 말이 마음을 세게 흔들었다. 아무 말하지 않고 옆에 있어주는 사랑이 있다는 걸 다시 배웠다. 무심한 듯 곁에 머무는 사랑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깊은 울타리인지도 모른다.
통화 마지막에 아이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목사님 있어서 좋았어요. 내일 아동센터 갈게요.”
그 말을 듣는데, 봄바람이 유독 맑고 시리게 느껴졌다. 하루 동안 함께 웃고 놀았지만, 마음 깊은 곳의 외로움 하나를 건드려버렸다는 생각에 자꾸 미안한 마음이 인다. 그래도 아이가 웃으며 남긴 한마디가 길게 남는다.
언젠가 오늘처럼 맑은 5월의 바람 부는 날이 오면, 이 아이가 꼭 떠오를 것 같다. 그 눈빛, 그 미소, 그 조용한 속상함까지도.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래서 바람에게 부탁해 본다. 아이에게 가 닿는다면, 꼭 전해주라고.
“엄마, 아빠처럼은 안 되겠지만... 나는 네 곁에 있을게. 울 때는 안아줄게. 언제나 네 편이 되어줄게. 그러니 힘내렴, 사랑하는 아이야.”
언젠가 이 아이도 바람 앞에 서게 되면, 바람이 오늘의 이 마음을 대신 전해주길 조용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