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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에는, 사랑의 반찬나눔을

가서 너도 이와같이 하라...

by 강석효

매달 셋째 주 수요일 아침 아홉 시가 되면, 선한이웃교회 주방은 언제나처럼 따뜻한 분주함으로 깨어난다.

한 사람, 두 사람 문을 열고 들어오면 금세 기도의 숨결과 손길의 열기로 가득 차오른다. 직장에 휴가를 내고 달려온 분도 있고, 농번기의 바쁜 손을 잠시 멈추고 나온 분도 있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다른 핑계를 댈 수도 있는 자리이지만, 이들은 언제나 기꺼이 발걸음을 옮긴다.

"가서 너도 이와같이 하라"는 주님의 말씀 앞에서, 자기의 귀한 시간과 물질을 내어놓는 것이 조금도 아깝지 않은 까닭이다.


이 섬김의 시작은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는 푸드뱅크를 통해 후원받은 두부를 어르신들께 전해 드리며, 그 자리에서 안부를 묻고 짧은 대화를 나누는 작은 나눔이었다. 두부 한 모를 받아 들고 “고맙다” 하시며 웃던 어르신들의 얼굴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비록 소박했지만, 그 작은 두부에 담긴 사랑이 이웃들의 삶을 데우고, 나누는 이들의 마음에도 은혜를 남겼다. 그 후로 먹거리 나눔으로 이어지더니, 2020년부터는 본격적인 반찬 나눔으로 자리 잡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멈춤 없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껏 만든 반찬들은 영오면 일대 독거 어르신 스무 가정에 배달된다. 교회의 봉사부와 여선교회가 힘을 모으고, 어르신 돌봄 선생님들이 직접 발걸음을 옮겨 따뜻한 손맛을 전한다. 이제는 어르신들뿐 아니라 교우들이 발굴한 사회적 약자 가정에도 반찬을 나누게 되었다. 작은 도시락에 담긴 국과 반찬이지만, 그 속에는 깊은 사랑과 진심이 담겨 있다.


아주 가끔씩 배달 선생님들은 어르신들이 가정에서 식사하는 모습을 짧은 영상으로 보내오신다.

작은 밥상 위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과 반찬이 놓이고, 어르신은 잠시 카메라를 바라보다가 이내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이렇게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맛있는 음식을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작지만, 오래 묵은 진심이 담겨 있어 듣는 이들의 마음을 저릿하게 만든다.

어떤 영상에는 손주가 옆에 앉아, “할머니, 이 반찬 맛있다” 하며 젓가락을 바삐 놀리는 모습도 담긴다.

또 어떤 장면에서는 혼자 앉은 어르신이 밥 한 숟가락을 천천히 드시다가, 이내 눈시울이 붉어져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그 순간 화면 너머로 전해지는 것은 단순한 감사가 아니라, 외롭지 않다는 안도감이고, 여전히 누군가 나를 기억해 준다는 위로다.


그리고 가끔 영오면 장날이나 면사무소 볼일을 보러 나갔다가 동네 어르신들이나 주민들을 만나면, 꼭 먼저 인사를 건네오신다. 그러면서 “선한이웃교회가 참 좋은 일을 하고 있더라” 하고 덧붙이신다.

“우리 동네에 이런 교회가 있어 참 좋다”는 말씀을 들을 때면, 봉사하는 손길마다 더 큰 기쁨과 감사가 차오른다. 누군가의 밥상에 놓이는 작은 반찬이 단순히 한 끼의 식사에 머무르지 않고, 마을 사람들의 마음까지 데워주는 셈이다.


배달이 끝나고 나면 교회 주방은 또 다른 풍경으로 변한다.

점심 무렵, 수고한 손길들이 모여 함께 식탁을 나눈다. 교회 어르신들도 초대하고, 근처 성도들에게도 연락해 작은 주방은 순식간에 뷔페 식당처럼 활기를 띤다. 서로의 수고를 격려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고, 웃음과 이야기꽃이 피어난다. 오전 봉사에 함께하지 못한 이들은 말없이 설거지로 자리를 채운다.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기쁨으로 이어지는 봉사의 고리다.


이 모든 풍경은 마치 작은 천국의 단면 같다.

누군가는 음식을 만들고, 누군가는 그것을 배달하고, 또 누군가는 남은 일을 묵묵히 도우며, 모두가 한 마음으로 사랑을 나눈다. 주방 가득한 온기가 따뜻하게 피어올라 영오면의 골목마다, 어르신들의 식탁마다, 그리고 봉사자들의 마음마다 잔잔히 스며든다.


그리고 우리는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모든 것이 오직 하나님의 은혜임을.

“그러나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고린도전서 15장 10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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