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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들레는 민들레 Jul 07. 2024

성장하고 싶다면 연대하라

연대로 성장했고  지금도 성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성장 할 것이다

연대(連帶): 여럿이 함께 무슨 일을 하거나 함께 책임을 짐. 한 덩어리로 서로 연결되어 있음

유의어: 단결, 연합, 협력  

   

 나는  연대로 성장했고 지금도 성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성장 할 것이다.  성장하고 싶다면 연대하라.

  

2006년 3월. 보건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한 지 년 만에 발령을 받았다.초임지인 그 학교는 새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서 12학급에서 24학급이 되었다. 내가 발령받기 전에는 초등선생님이 교담과 보건업무를 하며 보건실을 운영했었다. 한동안 일부 학생들은 그 선생님을 보건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병원에서는 신규였을 때 친절하지 않은 무서운 선배들이 해야 할 일들을 모두 알려주었다. 학교에서 신규였을 때는 친절한 교감 선생님과 보건업무를 했던 초등선생님이 나에게 업무를 가르쳐주었다. 그러나 그들은 보건업무를 잘 몰랐기에 일의 전부를 가르쳐 줄 수는 없었다.


초등교사였던 친언니가  선배 보건 선생님 두 분을 소개해주었다. 업무를 하다가 궁금한 것이해되지 않는 것들은  선생님들에게 물어 하나씩 하나씩 알게 되었다. 보건일지, 보건실에 필요한 약품, 물품, 연간계획 세우는 법, 가정통신문 쓰는 법, 응급상황 시 학생처치 방법까지. 나는 무수히 많은 것들을 그 선배 보건선생님들에게  배웠다. 지금 생각하면 귀찮았을 법도 한데 그 선생님들은 단 한 번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선배 보건 선생님들은 나와 다른 구에 소속해 있었다. 그래서 보건소에서 하는 사업이나 내가 소속된 권역의 학교 분위기는 몰랐다. 그로 인해 어떤 부분에서는 조언받기 힘들었다. 다만 자신들이 아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해 정성껏 가르쳐 주셨다. 지금도 그 무한한 가르침에 감사할 뿐이다.    

 

세상이 많이도 바뀌었다. 지금은 학교 내 다른 교사들과 거의 소통이 없다. 언제부터인가 비교과 교사라는 말이 등장했다.  초등교사와 비교과 교사의 분리는 이 단어가 등장하면서 시작되었다. 지금은 학교 내 많은 활동들을 비교과끼리 묶어서  한다. 그러나 그 당시는 일반 교사들과 비교과 교사들이 학교 내 활동을 함께 했었다.  나는 교담실 소속이었다. 교담 선생님들은 나의 업무 고민을 잘 들어주셨고 여러 가지 해결방안도 제시해 주었다. 하지만 그 선생님들은 항상 보건교사의 입장보다 담임교사의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담임교사의  이해되지 않는 행동들은 그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지금도 나는  종종 그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다. 그들도 자기 학교의 보건실과 관련해 궁금한 점이  생기면  나에게 묻고 나의 도움을 받는다.

     

초임지에서 만난 교감 선생님은 비교과 교사인 나에게도 선배 교사로서의 역할을 했었다. 보건실을 방문해서 힘든 점은 있는지 묻고, 업무 고충에 대한 해결방안도 함께 모색해 주었다. 나는 그 교감 선생님께 수업에 대해 많이 배웠었다. 덕분에 수업은 내가 학교 내에서  학생들과 소통하는 가장 즐거운 일이 되었다. 그러나 교감 선생님도 보건이라는 특수 영역에 대한 한계를 가지고 계셨고 본인도 그 부분을 알려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안해하셨다. 그 당시에는 학교 간 친목 행사인 배구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 학교와 친목 행사를 했던 학교는 2개 학교였다. 처음 친목 행사가 있던 날 교감 선생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선생님, 오늘 친목 행사에 가면 바로 강당으로 가지 마시고 그 학교 보건실로 가셔서 보건실도 둘러보시고, 그 학교 보건 선생님들에게 궁금한 것도 물어세요."라고 말씀하셨다.  친목 행사가 있던 날 옆 학교 보건 선생님들과 안면을 트게 되었다. 두 분 다 나를 후배로 받아들이고 아낌없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보건실 운영 노하우를 알려주었다. 당시 나는 차가 없었다. 출장 갈 때는 그 두 분 선생님께서 언제나 나의 호위무사가 되어주었다. 지금 생각해도 감사할 일이다.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때도 옆 학교 선생님께서 체온측정 조 구성에서부터 예방접종을 위한 강당 환경구성까지 모두 알려 주셨다.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것이 아니라던데 그 선생님들은 날 거두어 주셨다. 지금도 그 선배 선생님들은 교육청 연수에서 만나면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늘 고맙고 자주 연락하지 못해 미안할 뿐이다.  


나와 결이 비슷한 전교조 보건위원회는 5년차부터 하고 있었고 동기모임은 발령직후 부터 했었다. 이들과의 연대는  내가 보건교사로 성장하는데 밑거림이 되었다.


8- 9년차 정도 되었을 때 보건교사 단체의 요청으로 교육청에서 보건교사끼리 권역별 협의회를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었다. 그 덕에 나는 정정당당하게 출장을 내고 권역별 협의회에 갔다.  내가 처음 방문한 권역별 협의회 장소는 신규선생님께서 운영하는 특수학교 보건실이었다. 나보다 경력이 많은 선배님들이 많이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 가지 업무에 대해 누군가 이야기하면 그 업무를 해결하는 방법을 학교마다 돌아가며 이야기하고 나누었다. 권역별 협의회에서 그간 알지 못했던 선후배 보건 선생님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권역별 협의회에서는  결이 다른 선생님들을 만나게 되면서 보건실 운영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틀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들에게 학교에서 내가 처한 입장을 이야기했을 때 모두들 귀 기울여주고, 함께 내 일처럼 나서 주기도 했다. 공기청정기의 설치 및 관리가 한 참 이슈로 떠오르던 시기 나는 공기청정기는 에어컨과 같은 시설물이므로 그 업무를 담당할 수 없다는 의견을 관리자에게  피력했었다. 관리자가 나의 이런 태도를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학교에는 타인에 대한 이해 없이 권력자의 입맛대로 생각하고  움직이기는 교직원이 간혹 있다. 권역별 협의회에서 선배 보건 선생님께서 내가 근무하는 학교의 교직원과  친한 자기 학교 교직원이 나를 지칭하며 "그 보건 선생님은 보건업무도 하지 않는 선생님이잖아요."라고 말했다고 했다. 선배 보건 선생님께서 "그 선생님을 제가 잘 아는데 그런 분 아닙니다.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라고 따끔하게 말했다고 했다. 만약 권역별 협의회가 없다면 그 선배 선생님이 날 그렇게 대변할 수 있었을까? 권역별 협의회를 통해 나의 이야기를 듣고 나의 상황을 알았기에 그 선배 보건 선생님께서 나를 대변할 수 있었다. 그 당시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나는 다른 보건 선생님들과의 연대로 성장했고 지금도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도 성장 할 것이다.  보건업무를 하다 보면 언제나 매뉴얼에 없는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두더지 게임기의 두더지처럼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당뇨병 학생을 처음 지도했을 때 난감한 상황들이 종종 생겼었다. 나는  당뇨병 학생을 지도해 본 경험이 있는 보건 선생님께 조언을 많이 구했었다. 그 선생님께서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적절한 대안을 함께 찾아 주셨다. 덕분에 나는  당뇨학생을 삼년 반 동안 별 탈 없이 지도할 수 있었다.

      

우리는 학교 내에서는 한 명뿐인 보건교사이지만  모이면 수십명의 보건교사가 된다. 내가 해결책을 3개 가지고 있다면 옆 학교 보건 선생님도 해결책을 3개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해결책을 합한다면 중복되는 것을 제외하고도 내가 가진 3개보다는 많아진다.


 보건교사로 성장하려면 다른 보건교사와 연대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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