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생 마라톤 : 2020 뉴욕 시티 버츄어 마라톤 - 세 번째 페이지
토요일 아침, 매주 한주를 마무리하는 롱런 (Long Run) 이 있는 날이다. 나이키 러닝 앱에서 마라톤을 트레이닝하는 코치와 함께 한지 4주째이다. 이번 주는 12 마일 (19.312km)를 뛰어야 한다. 전날부터 긴장하지 않으려고 한다. 긴장을 한다고 해서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니까. 대신 저녁을 맛있게 먹어둔다. 내일 아침 1,000 칼로리 넘게 소모할 테니 아무거나 막 먹어도 될 것 같지만, 자제를 해본다.
내일 아침을 위한 오늘 저녁은 스파게티 스쿼시 (Spaghetti Squash)를 만들었다. 아이들은 스파게티 국수에, 나는 스파게티 스쿼시에 먹기 좋게 잘게 썰어진 버섯이 가득 들어간 마리나라 (Marinara Sauce) 소스를 듬뿍 부어서, 파르메산 치즈 (Parmesan Cheese) 가루를 솔솔 뿌려서 먹었다. 기분 좋게 건강하게 맛있는 맛.
스파게티 스쿼시는 참 예쁘고 맛있는 야채이다. 내가 좋아하는 노란색이기도 하다. 반 잘라서, 올리브 오일을 바르고 오븐에 구워 주면 된다. 다 익으면 포크로 석석 긁어 주면 파스타같이 덩굴손이 나오고, 고소한 맛이 파스타 국수보다 더 매력적인 맛이다. 소화가 잘 됐을 때쯤, 혈액 순환이 잘 되는 스트레칭을 하고 일찍 잔다.
5:53 AM. 일어났는데, 몸이 찌뿌둥하다. 아침 묵상을 하며, 따뜻한 차로 몸을 풀어본다. 그리고 조금 천천히 움직여 본다. 오늘 쓰고 싶은 글감을 정리하고 나니, 해가 떠오른다. 커피에 코코넛 오일 조금 넣어 살살 저어 마시고 집을 나선다.
7:10 AM. 12 마일. 호수를 두 바퀴 달리면 되는 거리이다. 스트레칭을 하고, 달리기를 시작한다. 첫 한 바퀴까지 몸이 풀리기를 기다리면서, 항상 그렇듯이 시작은 천천히 한다. 1마일 이 정도 달리면 나오는 이곳. 내가 좋아하는 구간이다. 매주 보는데 매주 좋다. 같은 자리에서 사진을 찍어둔다.
이미 해가 떴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해를 정통으로 맞을 때면 너무 감사하다. 나를 위해 오늘도 열일 해주고 있는 것 같아서, 감사합니다!
2 마일이 지나서 나오는 나의 또 다른 포토 스폿에 도착하니 몸이 풀려 웃음이 조금 난다. 다. 행. 이. 다.
그리고 그렇게 탄력이 붙고 나니, 한 바퀴를 돌고, 두 바퀴를 돌아 정신을 차려 보니 15km을 지나가고 있었다.
뛰기 전에는 생각이 많았는데, 막상 뛸 때는 생각이 없고, 그냥 뛰기만 했다. 그래서 좀 더 가볍게 뛸 수 있었나 보다. Controlled and Confident. 힘을 조절하며 뛰어야 했다. 25%, 50%, 75% 거리가 지나가고 나니 더 힘이 난다. 자신감이 점점 생겼다. 오늘 달리기 잘 끝낼 수 있겠다. 아침에 좀 무거운 몸으로 집을 나설 때랑은 나른 나의 몸 상태,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10 마일을 지나가던 구간, 이젠 정말 끝이 보인다. 2마일만 더 뛰면 된다는 생각에 한 걸음, 한걸음 더 빨라진다.
아침에 생각하고 나섰던 12마일을 지나가며, 남은 1마일을 그냥 더 달려 하프 마라톤을 채워 보고 싶었다.
하프 마라톤의 거리는 13.11 마일 (21.10 km)이다. 작년 10월 26일 하프 마라톤을 도전을 일주일 앞두고, 첫 하프 마라톤 거리를 뛰어 보았었다. 2시간 4분 11초였다. 그리고 11월 3일 프린스턴에서 첫 하프 마라톤 뛰었었다. 얼추 1년 뒤 12마일 뛰러 나갔다가, 하프 마라톤 거리를 뛰었다. 2시간 7분 2초였다. 아직 더 뛸 수 있을 거 같았다. 일 년 사이 내가 달려온 그 길들이 말해주는 것 같다. 하프 마라톤 두 번만 뛰면, 마라톤 거리이다. 계속 이렇게 천천히 꾸준히 트레이닝을 하면 될 것 같다.
오늘 아침 또 큰 깨달음을 얻고 들어온다. 천천히 시작을 하고, 준비를 믿고, 페이스대로 꾸준히 욕심내지 않고 달리면, 건강하게 완주할 수 있다. 매우 작은 선택들이 모여서, 큰 성과를 이루어 낸다. 오늘의 달리기가 가능할 수 있게 허락해 준 아침에 감사하며 나의 주말을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