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가 죽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토록 처절하게 울어대더니 말라비틀어져 추락하고 말았다. 매미의 죽음을 애도하듯 하늘에는 잠자리만 날아다닌다. 17년이라는 긴 세월을 기다려 단 한 달을 불타오르듯 살아낸 매미다. 이른 아침 종족번식을 위해 그토록 세차게 울어대던 매미의 죽음이 안타깝지도 서글프지도 않은 것은 매미의 열정이 지나쳐서 인지도 모른다.
공원 산책 사람들은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걸어간다. 앞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걷는 것이다. 어쩌다 사람들과 반대 방향으로 걸음이 옮겨졌다.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거나 시선을 내리고 땅을 바라보며 걸어야만 한다. 마스크에 가려진 얼굴은 이제 눈만 바라보며 그 사람의 생각과 표정을 읽어내야 한다.
하얀 고양이 한 마리가 운동장 안에서 서성거리는 것을 포착했다. 길고양이들이 많은 공원이지만 색이 너무 하얀 것이 집고양이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밖으로 나온 고양이는 집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한 바퀴를 돌아오니 어디로 갔는지 고양이가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걷는 것은 얼마나 편한가? 누군가 걸어간 길을 안전하게 뒤따라 가면 그만이다. 가끔 조금 앞서가며 다른 사람에게 나의 뒷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혹은 뒤 쳐 저 다시 앞사람을 따라가는 인생을 살았다. 뒷처진 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 앞서가는 이들의 속도를 가늠할 수 있기에 불안하지 않는 삶이다.
다른 사람들과 역행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나를 바라보며 걸어오는 표정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걷는 것이다. 시선을 회피하거나 그 시선을 잠시 마주 해야 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를 스캔하는 느낌이 계속 몰려오더라도 그들은 그냥 스쳐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나 또한 그들의 모습을 맞서 걷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여전히 뛰어야 사는 여자는 아침일찍부터 공원을 뛰고 있다. 운동복에 땀이 범벅이 되어도 뛰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줄넘기하는 여자의 줄넘기 소리가 시작되었다. 매미처럼 처절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 속에서 그저 게으른 산책을 하는 나는 제자리를 맴돌 뿐이지만 하늘을 나는 잠자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