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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치미 익는 소리

by 별하


바람이 살을 타고 드는 날
무 하나, 배 하나
깎고 다듬고 절이고 담근다

큰 단지 안, 말없이 눌린 것들
소금은 적지도 많지도 않아야 하고
물은 맑아야
겨울 내내 입 안이 덜 외롭다

김장은 떠들썩했지만
동치미 담그는 날은
다들 조용했다
물도, 무도, 사람도
그때는 다 절이는 중이었다

며칠 지나
뚜껑 여는 순간
콧등부터 찡하게 스며오는 냄새
그게 그 집 겨울의 시작이었다

말 안 해도 안다
그 속이 다 익으려면
마음도 오래 눌러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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