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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너하리 Aug 23. 2024

땅만 보고 걷다 보면

정신과의사의 일기

#. 땅만 보고 걷다 보면

저마다 품은 꿈이 너무 간절해지면, 우리는 때로 행복에 조건을 걸곤 합니다. 대학만 합격하면, 취업만 성공하면, 이 일만 해결되면.. 모든 것이 나아질 거라 믿으며 당장의 행복은 잠시 미뤄둔 채, 목표를 향해 걸어가죠.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젊은 나이에 인턴을 마치고 전공의 임용에 실패했고, 군의관이 되어 보낸 3년의 시간.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친구들처럼 커리어를 이어가지 못한다는 생각에 스스로 자책하며 행복을 미루곤 했어요. 정신과의사만 된다면 정말 행복만 가득할 텐데.. 수없이 되새겼던 그 간절한 마음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정신과 전공의가 되었을 때, 정말 행복만이 가득했을까요? 물론, 아니었습니다. 막상, 전공의가 되어보니 바쁜 일상과 부족한 실력을 탓하며 또 행복을 뒤로 미루고 있었죠. 하지만, 생각해 보면 항상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저와 같이 행복을 어떤 목표 뒤로 미루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류시화 시인의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라는 책에 나오는 ‘산을 오르는 사람들’ 이야기인데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무거운 배낭을 지고 투덜거리며 땅만 보고 걷던 청년의 이야기입니다. 산 꼭대기에 오르면 모든 것이 끝나고 행복해질 줄 알았지만, 막상 정상에 올라보니 행복은 산을 오르며 만난 수많은 풍경과 힘들지만 함께한 경험들이었다는 이야기죠. 여러분도 간절한 꿈을 이루고자 산 꼭대기에 행복을 올려두고 자꾸만 오늘의 행복을 미루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나요? 명심해야 할 것은,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내가 느끼는 감정이자 상태라는 것입니다. 오늘도 힘든 하루를 보낸 당신과 함께 작은 행복을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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