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아 Aug 11. 2024

아프게 하는게 사랑인줄 알고





그래서, 나는 항상 이별을 말하는 것이 두려웠다. 차라리 때리는 사람보다 맞는 사람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나는 너무 흥분했고, 무절제했으며, 너무 감정에 깊이 휩싸여있었다. 그래서 울면서 이별을 고했다. '헤어지자'라는 말은 안 했다. 그런데 그만하자고 했다.



그는 끝까지 미안하다고 했다. 이렇게 미안하다는 말을 잘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대부분은 미안하단 말을 하지 않거나 적반하장이었다. 그래서 그에게 처음 '미안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감동을 받았다. 이 사람은 이렇게 자신의 잘못을 쉽게 인정하는 사람이구나.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구나. 그래서 더욱 믿음이 갔고 급속도로 끌렸었다. 그렇지만 그는 미안하다는 말을 너무 쉽게 했다. 내게 미안하다는 말을 너무 많이 했고, 결국엔 그 말이 의미가 없어졌다.



'미안해'



다시 '미안해'



그래서 나는 슬펐다. 이 사람은 앞으로도 내게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하게 되겠구나. 나는 그 사실을 인정하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하겠지만 결국엔 마음속 깊은 곳에 응어리가 남겠구나.



그만하자고 했을 때. 절대 쉽게 한 말이 아니었다. 유리가 깨져서 다시 붙이면 절대 첫 모습이 될 수 없는 것처럼. 그러면 너무 쉽게 다시 깨질 걸 아니까 그 말은 정말 참을 수 없을 때 해야지 했었다. 근데 난 참을 수가 없었다. 날 외롭게 만드는 그를, 자꾸 미안하다고 하는 그를, 너무나 쉽게 내 뇌리를 잠식한 그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말보로를 피우면 자꾸만 그를 생각하게 된다. 담배를 끊는 것과 함께 그를 보내기로 집에 올 때까지만 해도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안 됐다. 난 다시 담배를 샀고 술을 마셨고, 다시 나를 혹사시키면서 내 마음속도 그로 인해 혼돈이 되었다. 항상 나를 사랑하는 법보다 아프게 하는 방법을 먼저 알았다. 아프게 하는 게 사랑하는 건 줄 알고. 더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망가뜨리고. 그래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아픔을 받는 게 사랑인 줄 알고 더 파국으로 치닫고 더 나를 잃으려고 하고. 그래서 그는 결국 떠났다.



그의 연락처를 지웠다.



그의 연락처를 핸드폰에 입력을 했다가, 전화까지 걸려고 했다가 그 손을 멈췄다.


내가 상처를 받지 않으려면 그래야 하는 것이다. 친구는 차라리 지금 끝낸 게 다행일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마음이 자꾸 아프다. 눈물이 난다. 사무실에 있을 때조차 눈물이 나는 걸 어쩔 수가 없다. 만일 눈물이 난다면, 눈이 건조해서 엄청 건조했다 갑자기 눈물이 나기도 하고 그래요,라는 변명거리를 생각한다. 그렇게 울음이 나오려 할 때 전화가 온다면 상대방에게 약간 물기가 있는 말을 내뱉고는, 그래 상대방이 내가 울고 있는지 비염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비염으로 방심했으면 한다.



그래서 연락을 하지 않겠다. 이렇게라도 써놓지 않으면 난 또 순간의 감정에 의해 전화를 걸고, 그가 전화를 받지 않는 것에 상심하여 또 기다리고.. 기다리고.. 이게 만약 동성 친구라면 전화 한번 안 받는 거 전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거면서.








이전 05화 고마웠어 그동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