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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nt Aug 12. 2024

그리고 네가 아니라도,




석에게 연락이 왔다.


그리고 그날 venue에서 마주쳤다.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친구들과 술 한잔 한다며 와있는 너나, 잔다는 말도 카톡답장도 없이 그곳에 갔던 나나.


"나와" 그가 말했다

"..."


나는 결국 나가지 않았다. 나간 그가 다시 내려오길 기다렸다. 하지만 그는 내려오지 않았고 끝이라는걸 알 수 있었다.



다음날 전화가 왔다.


"넌 그 공간에서 날 보며 무슨 생각 들었어?" 내가 물었다.


"다른 사람이 너 만지는 거 싫었어."



그래서, 왜 날 끌고 나갈 생각 안 했는데. 왜 나보고 나오란 말로 선택권을 준 건데. 바보 같게도 그 순간 내가 움직이지 못했던 건 그곳에서 마주쳤단 죄책감 때문이었던걸 그 사람은 몰랐다.



"니가 취하도록 마시는 게 싫어. 네 몸이 그리운 건지 보고 싶은 건지 모르겠고. 다른 남자가 널 보고 만지는 게 싫어."



그렇지만 돌이킬 수 없었고 그 사람은 이제 연락 안 하겠다고 했다. 난 안된다고. 노력하면 된다고. 당신이 연락 왔을 때 예전처럼 연락이 안 돼도 다 이해하겠노라 했다고, 하루가 되고 이틀이 되고. 일주일이 돼도 괜찮으니 만나서 얘기하자 했다.



"알겠어" 그는 말했다. 하지만 그건 관계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대답이 아니라 체념의 대답이었다.



그리고는 연락이 없었다.



난 죽은 듯이 잠을 잤다.



금요일에 함께 놀았던 여자애 한 명과 남자애, 그리고 예전에 만난 찔러보는 남자가 연락 왔다.



지긋지긋해



항상 엇갈려. 사랑하는 사람에게 집중했더니 그 사람이 떠나서 집중 안 하려 했더니 그래서 또 떠나.



나 알아. 네가 나 왜 만났는지. 처음 봤을 때 만취하지 않았거든. 네가 만취하는 사람 정말 싫다고 한 거 기억하고 있어. 그래서 앞으로 네게 연락이 없어도 체념할 수 있어.



오늘은 회사에서 첫 번째 이별과 다르게 울컥하는 정도도 덜했어. 이렇게 무뎌지겠지.



내가 날 알아. 사실 네게 반했던 건 네 자유로움. 내게 매달리지 않았던 점. 남자다움이 있었지만, 넌 재력도 그렇다 할 명예도 없어 차라리 널 바빠서 싫다는 이유로 밀어냈었어.



넌 내가 왜 좋았니? 때 되면 집에 갈 줄 아는 절제. 자취하지 않아서 문란하지 않으니 네가 무슨 짓거리를 하든 내 사람은 깨끗하다는 위안감? 아님 학벌 아님 번듯한 직장이라 결혼상대로 누구에게 말해도 꿀리지 않을?



미안. 근데 난 너 내 사람들에게 보이기 꿀려.



그래서 차라리 잘된 것 같기도.



내가 식어가는 것만큼 너도 그럴 것이라는 직감.



그래서 우린 다시 보지 못하겠구나.





그리고 네가 아니라도. 사실 그곳에서 더 괜찮은 사람이 보이더라. 이기적 이게도.



좋은 사람 만나.



이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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