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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바다 Mar 20. 2023

스즈메의   문단속

스즈메의 문단속과   2011.3.11 대지진

      스즈메의 문단속(すずめの戶締まり) 애니메이션 영화를 관람했다. 신카이 마코토(新海誠)가 본인의 소설을 직접 감독하여 영화를 제작하였다.  2011311오후 246분에 일본 동쪽 가까운 태평양 해저에서 발생한 거대한 지진을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한다.      

3.11 대지진 때, 이탈하여 바퀴가 굴러갈 것 같았던 대관람차

   후쿠시마 해역에서 일어난 진도 9.0의 거대 지진은 요코하마에서 생활하고 있었던 나에게도 진한 트라우마로 남았다. 회사건물옆 유원지의 대관람차 바퀴가 빠져나와 굴러갈 것 같았다.

요동쳤던 철골 구조물

   시도 때도 없이 급습하는 여진으로 마음고생을 많이 하였다. 12여 년의 생활 중 지진 후의 약 2년간의 기록이 지워져 있었다. 매일매일 아수라장 후쿠시마 원전 신문 뉴스를 스크랩했었지만 지진 발생 6년 후 귀국하면서 몽땅 버리고 왔다.

새벽에 일어 났던 여진 상황

   복구된 Portable Drive를 뒤져 보아도 당시의 관련 자료가 별로 없다. 잊어버리고 싶은, 잊어버리기를 기대하였다는 증거다. 지진 당일 패잔병처럼 터벅터벅 힘없이 걸어서 숙소로 돌아온 아픈 기억이 있다. 이 영화가 아픈 과거의 기억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지진과 쓰나미의 추억

그 영화를 보면서 지진과 쓰나미 관련하여 특히 세 명의 여성과 기적의 소나무에 대한 단상이 떠올랐다.

 

천사의 목소리 주인공 (출처 : 세계 다크투어)

첫째, 여성 공무원

   엔도 미키(遠藤未希)는 미야기(宮城) 현 미나미산리쿠초(南三陸町) 동사무소의 위기관리과 여직원이었다. 오후 3시 15분, 10m가 넘는 파도가 그녀를 덮칠 때까지 방재대책청사 건물에서 쉴 새 없이 안내방송을 계속하였다. 덕분에 목숨을 건진 주민들은 확성기를 통해 전해지던 그녀의 음성을 천사의 목소리로 부른다.     

 

   엔도는 쓰나미에 휩쓸린 지 43일 뒤인 19114월 23일 남편이 선물한 발찌를 찬 시신으로 발견됐다. 5월 2일 장례식이 치러졌다. “안내방송을 듣고 정신없이 고지대로 달아났다. 방송 덕에 살 수 있었다.” 장례식장에 달려온 주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엔도의 영정 앞에 두 손을 모았다. 엔도의 관이 식장을 빠져나갈 무렵 비도 오지 않은 하늘 저편에 무지개가 걸렸다. 당시 그녀는 신혼 8개월, 24살 꽃다운 나이였다. 영화 속의 역할로 보면, 미미즈(지진 재앙)와 싸우는 스즈메와 소타같은 타인을 위하여 자기를 희생하는 따뜻한 존재로 기억에 남는다.         

  

폐허 속의 마음

둘째, 폐허 속의 여성

   미야기(宮城) 현 나토리시의 한 여성이 강진과 쓰나미가 휩쓸어 간 폐허 속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리고 있는 장면을 기자가 포착했다. 대자연 앞에 나약한 인간을 표현한 사진으로 모두에게 심금을 울려 주었다. 영화 속의 역할로 보면, 미미즈(지진 재앙)에 희생당하는 미약한 사람이다.     

지진 체험 차량 (진도 3 정도에도 탈출하기 어렵다. 우선 탁자등 밑에 들어가 머리를 보호한다. 심폐소생술등을 체험할 수 있다)  

셋째, 사무실 회의실 구석에서 울고 있는 여직원  

   내진설계가 잘 된 철골 건물(땅과 최 저층 구조물사이에 대형 베어링들이 설치 유격되어 있음, 겐쵸지의 건물과 지반 사이에 유격 설치된 원형의 나무가 충격을 흡수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라 충격을 흡수하느라 심하게 이리저리 휘청거리며 요동쳤다. 건물밖으로 튕겨져 나갈 것 같아 사무실 책상을 부여잡고 비티고 있었다. 허리를 다쳐 한동안 고생했다. 레일 위에 바퀴 달린 서가형 캐비닛이 요동치며 서류 더미를 쏟아냈다. 멀리 보이는 석유단지의 탱크에서 불이 일어났다. 사무실 회의실 구석에서 어느 여직원이 울고 있었다. 철도 노선이 마비되어 원거리 출퇴근 직원들은 사무실 바닥에서 잤다. 미미즈(지진 재앙)에 힘없이 굴복하는 가련한 인간들이다.  


넷째, 지진대비하는 시설물들

피난 사다리 뚜껑(좌측, 뚜껑을 열면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사다리가 펼쳐진다)


피난 난간(호텔 외벽에 비상 탈출 난간이 둘러져 있다. 외관은 고려하지 않는다.)

   

가마쿠라시 겐쵸지 목조 건물(지진 대비, 목조 구조물,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기둥과 분리된 원형의 받침대

사찰 시설물의 기둥


   

기적의 소나무

다섯, 기적의 소나무 (奇跡一本松)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시의 다카다 소나무숲이 쓰나미로 쓸려 사라졌다. 이후 한 그루의 소나무가 살아남은 것이 발견되어 기적의 소나무로 불리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그러나 결국 이 소나무는 뿌리가 썩어 고사했다. 당국은 나무를 방부처리하고 속을 파서 철골을 심고, 잔가지와 잎은 모조품을 붙이는 방식으로 보존했다고 한다. 영화 속의 역할로 보면, 미미즈(지진 재앙)와 버티며 싸우는 '요석' 같은 상징성이 있다.     


2. 문의 의미와 연관어

   두 개의 다른 세상을 이어주는 문이다. 작가는 한국의 도깨비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1Q84에 나오는 두 개의 달이 떠올랐다. 주인공 아오마메는 교통체증이 극심한 한 도로의 택시 안에서 운전기사의 말에 따라 약속장소에 늦지 않게 터널 내부의 쪽문을 통해 나가게 되지만 그곳은 밤이 되면 달이 두 개 뜨는 세계가 있다. 노란색 달 뒤편에 희미하게 떠 있는 초록빛의 또 다른 달이다.     


3. 스즈메의 문단속에 나오는 인물들

스즈메

1) 이와토 스즈메(岩戸 鈴芽 , いわとすずめ)

   참새(すずめ)라는 예쁜 이름이다.  규슈(九州) 미야자키현의 한적한 시골에 이모와 10년 넘게 살고 있는 열일곱 살 여고 2년생이다. 지진과 쓰나미로 네 살 때 어머니를 잃었다. 아침 등교 중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내려가다가, 올라오고 있는 청년(소타)과 마주친다. 청년이 근처에 폐허가 없느냐 묻는다. 산속에 지진으로 폐허가 된 온천 거리를 알려 주고 학교 근처까지 내려온다. 그러나 뭔가 모를 힘에 이끌려 학교 근처에서 자전거를 다시 돌려 폐허 장소로 올라간다. 문 근처에 있는 요석을 뽑음으로써 다이진(고양이)이 출현하여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모에게는 친구집에서 잔다고 핑계를 대고, 의자로 변신한 소타와 함께 재앙을 막는 문단속을 하기 위하여  규슈 고베 도쿄를 함께 종횡무진한다.     

소타

2) 무나카타 소타 (宗像草太, むなかたそうた)

   재앙을 불러일으키는 문을 닫는 일을 사명으로 하는 토지시(閉師, とじし). 일본 각지 폐허 지역에 있는 문을 찾아가던 중 스즈메를 만난다. 다이진(고양이)의 심기를 거슬려 의자로 모습이 바뀐다.     

지진을 일으키는 미미즈를 가두어 놓는 요석을 전국적으로 관리하고, 뒷문이 열려 있으면 문단속을 하며 전국을 누빈다. 대학생으로 집안 대대로 물려받은 토지시 일을 하면서 교사를 목표로 공부를 하고 있다.     

마지막 3번째 문을 닫을 때 소타는 점점 얼어가며 요석이 되어가고 있었다. 3번째 문을 닫지 못한 상태에서 반드시 요석이 필요한 순간이 되자 다이진(고양이)은 소타에게 요석이 될 것을 강요한다. 소타는 미미즈를 막고 끝내 요석이 되고 만다. 그러나 스즈메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다시 인간이 된다.    

 

스즈메 의자

3) 스즈메의 의자 (鈴芽 椅子, すずめのいす)

   다이진(고양이)의 주문으로 소타는 의자로 변신한다. 스즈메가 아끼던 엄마의 유품이며 눈도 달린 아동용 노란 의자다. 다리가 3개여서 뒤뚱거리며 움직이지만 말을 할 수 있다. 공중부양도 하고 졸기도 하는 인간성과 감성을 가진 귀여운 의자다.     

스즈메의 문
다이진

4) 다이진(大臣, ダイジン)

   미미즈가 나오지 못하도록 뒷문을 지키는 요석이다. 미미즈를 억누르는 역할을 한다. 말을 할 줄 아는 흰 고양이다. 문이 열리는 장소에 출몰하여 스즈메 일행을 괴롭힌다. 두 마리의 다이진이 나온다. 흰 고양이는 다이진(大臣)이고, 큰 검은색 고양이가 사다이진(左大臣)이다.      

스즈메가 요석을 뽑자 살아있는 고양이 모습으로 변한다. 사람들 관심을 받는 에스엔에스 스타가 되어 전국적인 인기를 누린다. 다이진의 위치를 쉽게 파악하여 스즈미 일행이 추적한다.    

       

5) 사다이진(左大臣, サダイジン)

   큰 검은색 고양이다. 미미즈를 억누르는 역할을 하는 2개의 요석 중 하나이다. 토지시들의 문단속도 임시방편이고 두 요석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으면 미미즈의 본체가 빠져나와 대재앙이 일어난다.

미미즈 출현(검붉은 형상)

6) 미미즈(ミミズ)

   지렁이(미미즈, ミミズ)를 닮은 재앙을 형상화한 작가의 의도가 참신하다. 대형 지진을 일으키는 재앙의 근원이다. 색깔은 검붉고 거대하며 지렁이처럼 길다.      

요석역할을 하는 다이진, 사다이진이 없다면 미미즈가 이 세상으로 넘어와 대재앙을 일으킨다. 저 세상의 뒤틀림이 쌓이다가 이 세상에 풀어져 나오며 지진을 일으킨다.  미미즈의 형상은 스즈메나 토지시등 특별한 사람에게만 보이며 일반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7) 이와토 츠바메(岩戸 椿芽, いわとつばめ)

   스즈메의 어머니다. 영화 초반에 스즈메가 4살 때 엄마를 찾으려 다니는 장면에 잠깐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에 엄마를 만나는 장면으로 아름답게 매듭짓는다. 손재주가 좋아 요리와 공작이 특기이다. 스즈메에게 의자를 만들어 주었다. 타마키의 언니다.
 
 8) 이와토 타마키 (岩戸 環, いわとたまき)

   스즈메 이모다. 스즈메가 4살 때 지진으로 엄마를 잃자, 스즈메를 10년 넘게 보살피고 있다. 남자 친구가 없으며, 어협에서 일하고 있다. 조카 스즈메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이모로서 과보호를 한다.
 

9) 오카베 미노루 (岡部 稔, おかべみのる)

   어협에서 근무하고 있는 타마키의 동료며, 타마키를 짝사랑하고 있다.     


10) 아마베 치카 (海部 千果, あまべちか)

   스즈메와 동갑내기로 시코쿠 에히메 현에서 만났다. 가족과 함께 민박집을 꾸리고 있다.
 

11) 세리자와 토모야 (芹澤 朋也, せりざわともや)

   소타의 친구다. 말투와 태도는 거칠지만 친구를 끔찍이 아끼는 청년이다. 중고 빨간 스포츠카를 몬다.
 

12) 무나카타 히츠지로 (宗像 羊朗, むなかたひつじろう)

   토지시로 소타의 할아버지다. 도쿄의 병원에 입원해 있다.
 

13) 니노미야 루미 (, にみや ルミ)

   간사이 효고현 고베에서 히치하이크로 만난 여성이다. 쌍둥이들 엄마다. 히치하이킹을 하고 있던 스즈메를 태워준다.      


4. 줄거리

   스즈메는 자전거를 타고 가는 등굣길에 우연히 폐허를 찾아다니는 소타를 만난다. 소타는 폐허 장소를 물었고 스즈메는 지진으로 폐허가 된 온천거리를 알려준다. 스즈메는 소타가 마음에 걸려 자신이 알려줬던 폐허를 찾아갔다가 문을 발견한다. 물웅덩이에서 고양이 석상을 고양이 석상(요석)을 들어 올린다. 이것이 고양이(다이진)로 변신하여 사라진다. 학교로 돌아와 친구들과 잡담 중에 산속에서 검붉은 연기(미미즈)가 피어오른다.      


   온천거리로 간 스즈메는 미미즈와 싸우고 있는 소타를 도와 문을 열쇠로 잠가 미미즈를 잠재운다. 팔에 부상을 입은 소타를 자기 집으로 데려와 치료를 해준다. 그때 스즈메의 방 창틀에 야윈 흰 고양이(다이진)가 나타난다. 멸치 몇 마리와 물을 주자 살이 오른 흰 고양이는 스즈메는 상냥해 “라고 말한다. 소타를 쳐다보면서 너는 방해돼라고 말하며 스즈메의 의자에 앉아 있던 소타를 의자로 변하게 한다.     

의자로 변신한 소타와 스즈메가 함께 흰 고양이(다이진)를 추격한다. 전국을 떠돌며 재앙을 일으키는 미미즈를 억제하는 문을 닫는 여정(문단속)을 시작한다. 그 문은 이 세계와 저 세계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문을 경계로 이승과 저승이 나누어지고, 과거와 현재를 이동한다.      


   소타는 미나미가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게 문단속을 하는 소임을 가업으로 물려받은 인물이다. 지진은 일본에서는 트라우마가 된다. 이 작품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모티브로 했다. 대지진은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고, 아름다운 마을을 폐허로 만든다. 미미즈라는 재난을 막는 스즈메와 소타를 통해 사람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주고 위로를 해준다.     


   스즈메는 어린 시절 대지진으로 인해 엄마를 잃고 엄마를 찾아 울며 찾아다닌 기억이 있다. 소타가 하는 이 일을 자기 일로 받아들인다. 문을 닫기 위해서는 폐허가 되기 전 사람들이 나눴을 이야기들을 떠올려야 한다. 그래야 문을 잠글 수 있는 열쇠구멍이 생겨난다. 일상의 소중함을 떠올리게 한다.      


   두 사람의 여정은 너무나 아름답고 따뜻해 마치 친구와 함께하는 즐거운 여행길 같다. 그 과정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사람들과 인간적인 온정을 나눈다.     


   인간은 곧 벌어질 비극(미미즈, 재앙)을 모른다. 스즈메와 소타는 진짜 비극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자기희생을 기꺼이 감내한다. 세발다리 의자는 엄마가 만들어준 꼬마의자라는 점에서 엄마와의 연결고리를 갖는다.     

희망

   결국 스즈메는 이 세계에서 저 세계로 넘어가는 문을 열고 들어가 자신의 트라우마를 마주한다. 폐허 위에서 엄마를 찾으며 울고 다니는 어린 스즈메를 엄마는 끝내 안아준다. 그리고 스즈메에게 밝은 미래가 펼쳐질 거라는 희망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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