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든 빛이 나는 아이들의 공통점

by 여슬

Beautiful things don't ask for attention.

(아름다운 것들은 관심을 바라지 않지.)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중-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그냥 영어만 잘하는 아이가 있고, 영어도 잘하는 아이가 있다. 두 아이의 차이점은 배려이다. 어차피 번역기와 함께 살아갈 아이들에게 영어 실력이 그리 중요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토록 영어 앞에서는 작아지고, 지금도 고통스러워하는 걸까.

영화를 보다가 마음에 꽂히는 대사가 있다면, 자막 설정을 영어로 변경하여 다시 한번 해석해보기를 권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이런 이유로 설득하기에는 무리다. 종종 아이들은 파파고가 있는데 왜 영어를 배워야 하냐는 질문을 한다. 그들 눈높이에서 난 이렇게 답한다. “핫도그 세 개가 필요할 때, hotdog world(핫도그 세계)로 번역해주기도 하거든, 통역 앱 너무 믿지마”


사람 사이에 소통하는 것이, 어디 말재주만 있어서는 되겠는가. 눈빛과 몸짓과 가벼운 농담 등이 부드러운 표정과 적절한 시간에 버무려질 때 서로 ‘통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상대방이 어떤 단어에서 힘을 주어 말하고, 눈꺼풀이 치켜떠지는지의 찰나는 놓칠 수밖에 없다.


노력한다고 모두가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어른들은 대부분 알고 있다. 어떻게 노력하는지가 중요하고, 상당 부분 ‘운’도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용기’와 ‘운’이 만날 때 주목할 만한 결과가 나오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그리고는, 나의 능력이라고 허세를 떤 적도 많았다. 그 허세를 감추기 위해 아이들에게는 잔인할 만큼 ‘노력’을 강요하는 어른이 되는것은 치사하다.


지식의 양으로 지성인이 되기는 글렀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내 아이를 키우는 처지에서 나는 좀 더 솔직해져야 한다.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우리는 모두 같은 출발선 앞에 서게 된다. 그래도 리더는 언제나 필요하다. 각자가 찾은 지식을 무슨 기준으로 엮을 수 있는지를 정해줄 모둠장 말이다. 또한, 그렇게 분류해둔 지식을 잘 편집해 두었다가 필요한 순간에 순발력 있게 꺼내어 맛깔나게 전달할 수 있는 발표자도 있어야 한다.

이제는 훌륭한 1등은 힘을 잃어가고, 팀원들의 사랑과 공감을 얻은 리더와 발표자가 권력을 갖게 되는 분위기다. ‘같이’의 ‘가치’를 이해하고, 구성원들이 지속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 존경받는 시대이다. 어차피 많이 학습하는 양으로 치자면 잠도 안 자고 술도 마시지 않아 늘 제정신인 인공지능을 우리는 따라갈 수 없다. 가끔은 이성을 잃고 감정에 휘둘리고, 술에 절어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지만, 공감과 배려, 공동체 의식은 우리 인간에게만 있다. 그러니 여전히 아이들을 줄 세우고 있다면 어서 전략을 바꿔야 한다.

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틀린 답을 말하는 아이를 혼내지는 않는다. 다른 친구가 정답을 찾지 못해 어쩔 줄 몰라 할 때, 조용히 알려주는 아이를 칭찬한다.


내가 부자 아빠의 품에서 살 때는 가난한 자들은 게으름의 결과라는 위험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지금 더없이 성실하고 착한 남편의 아내가 되어보니 가난과 부유함은 그냥 모기에 물리는 것과 같다는 걸 알았다. 누구나 쉼없이 노력하고 있지만, 모기는 불운처럼 아무나 막 무는것처럼 말이다.


나는 지금 아이들 모두가 빛이 나는 것처럼 그렇게 어른이 되길 바란다. 분명히 존재하는 계급, 그것에 주눅들지 않고 의연하게 모기 정도로 여기며 삶의 재미들을 하나씩 찾아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찾아낸 보물은 뺏기지도 뺏을 수도 없는 아이만의 무기가 된다.

천상병 시인은 죽음을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이라고 하셨다. 소풍의 하이라이트는 보물찾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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