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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생활자 Oct 04. 2020

클라라의 떡과 커피

우리 동네 작은 카페 이야기

읍내의 시장 가까이에는 ‘클라라의 떡과 커피’라는 작은 가게가 있다. 떡과 커피라니 낯선 조합이지만, 이 가게는 우리 동네에서 제법 인기가 많다. 

관광지로 잘 알려진 우리 동네 대부분의 카페들은 커피 한 잔에 7천 원에서 9천 원의 가격을 받는다. 대부분 풍경과 자리 값이라 하지만, 동네 사람들이 매일 마시는 커피를 그 가격에 살 수 있을 리 없다. ‘클라라의 떡과 커피’는 아메리카노는 2천 원, 카페 라테는 2천5백 원에 판매한다. 양은 적지만, 아침을 깨우기엔 충분하다. 그래서 매일 아침 이 작은 커피 집 앞이 웅성웅성 붐빈다. 

다섯 평도 채 되지 않는 작은 카페는 커피를 내리는 곳과 떡을 진열한 곳, 손님들 2~3명이 앉는 좁은 자리가 전부다. 사실 카페 옆으로 방앗간이 있다. 그곳에서 카페 사장님의 부모님께서 떡을 만드시는 듯하다. 시루떡과 백설기, 절편, 인절미 등 몇 종류의 떡이 전부다. 서울의 화려한 떡 카페에 비하면 소박하기 그지없다. 대부분 카페를 들른 김에 떡도 산다. 점심시간이 지나면 떡은 이미 다 팔리고 없다. 아마도 카페가 없었다면 이렇게 떡이 매일 마감되진 않겠지. 

처음 이 동네에 왔을 때, 커피가 너무 비싸서 놀랐다는 나에게 누군가 이 카페를 소개해줬다. 너무 작은 가게라서 반신반의하며 가게에 들어서서 뻘쭘하게 주문을 했다. 

“카페라테 한 잔이요.”

호리호리 가냘픈 사장님이 별말씀도 없이 에스프레소 기계를 이용해서 천천히 커피를 뽑는다. 이미 사용한 원두를 탕탕 두어 번 쳐서 스텐 통 안에 버리고 남은 원두 찌꺼기를 솔로 싹싹 긁어낸다. 다음엔 그라인더 안의 원두 가루를 담는다. 기계가 지저분해지지 않도록 원두 가루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에스프레소 기계에서 뜨거운 물을 조금 내려 에스프레소 잔을 데웠다. 기계에 철컥 원두를 걸어 놓고 이번엔 우유를 끓인다. 

남은 우유 찌꺼기를 빼내려는 건지 스팀기는 두어 번 스팀을 칙칙 뿜는다. 우유를 담은 통을 스팀기에 넣고 통의 온도를 손바닥으로 확인하는 사장님의 손길은 군더더기가 없다. 손에 온도가 오르자 우유를 담은 통을 빼내고 옆에 있던 면수건으로 스팀기를 재빠르게 닦았다. 그때도 다시 칙칙, 스팀기는 스팀을 뿜었다. 



고소한 우유 거품이 올려진 라테가 나에게 주어진다. 어김없이 맛있다. 이 모든 과정이 너무나 잘 짜여진 한 장면 같다. 손님이 많던 적던 이 장면은 NG가 없다. 사장님은 한 치의 서두름도 없이 매번 똑같은 커피를 만든다. 먼지 한 톨 없는 에스프레소 기계는 커피나 우유가 튄 자국조차 없다. 반들반들 윤기가 난다. 

가끔 이 완벽한 장면을 보러 ‘클라라의 떡과 커피’로 간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2천5백 원으로 나는 고소한 라테와 완벽한 삶의 한 장면을 얻는다. 그러고 나면 좀 더 열심히 살고 싶어 진다. 나도 그 사장님처럼 내 인생의 한 장면을 한치의 서두름도 없이 성실하게 살아내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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