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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리원 Oct 24. 2021

물메기탕을 들어보셨나요?

통영=굴? 통영의 찐 맛_ 1. 계절을 담은 한 그릇

우리 집 책장 한 편에는 <뭐 무꼬?: 우리 지역 맛집 100선>이라는 책이 있다. 각자의 자취방에 있던 책들 중에서 꼭 소장해야 할 가치가 있는 책들만 신혼집 서재에 가지고 오기로 했는데, <뭐 무꼬?: 우리 지역 맛집 100선>은 남편이 가지고 온 책 중 하나였다. 평소 소설이나 예술 서적을 즐기던 남편이 맛집과 관련된 책을 가져온 게 놀라웠다.


“이 책은 뭐야? 맛집 투어 하게?”
“아니. 여기에 우리 엄마 예전에 했던 식당이 소개되어 있어.”


시부모님께서는 오랫동안 음식 장사를 하셨다. 삼겹살, 돼지국밥, 족발 등을 하시다가 근래까지 했던 장사가 회식당이었다. 내가 결혼할 무렵에는 음식 장사를 하고 있지 않으셔서 몰랐는데, 시어머니의 요리 실력이 워낙 뛰어나서 음식 장사로 손님 좀 끌어모았다고 했다. 여러 식당 중에서도 단연코 회식당은 시어머니의 요리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식당이다. 시어머니의 주특기인 도다리쑥국과 물메기탕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뭐 무꼬?>라는 책에서도 시부모님께서 운영하신 식당을 첫 줄에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회보다는 국물로 유명한 집.


시댁 식구들이 국물을 즐기는 이유가 바로 시어머니의 국물 요리 때문인 듯하다. 특히 남편은 시어머니께서 해 주신 국물 요리를 먹을 때엔 유독 국물만 먹어댄다. 그 많은 국물이 배에 들어갈 수 있나 의심이 들 정도로 국물을 한 대접, 아니 두 대접을 먹는다. 시어머니표 국물 요리는 ‘시원한 맛’이 넘쳐흐른다. 해장용 국물로 딱인 셈이다.


다양한 국물 요리 중에서도 시어머니표 국물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요리가 바로 물메기탕이다. 물메기탕은 결혼하고 나서 처음으로 맛본 음식이었다. 메기 요리라 함은 메기매운탕을 가장 먼저 떠올릴 정도로, 메기 음식에 대한 지식이 얕다. 개인적으로 민물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터라 메기를 먹어 본 기억도 거의 없다. 그래서 시어머니께서 물메기탕을 해 주신다고 했을 때, 민물고기인 메기 요리인 줄 알고 살짝 겁먹었다. 나중에야 내가 생각한 메기가 아니라 바다에 사는 물메기라는 걸 알고 안심했지만. 물메기 비주얼은 처음 마주한 사람들은 분명 깜짝 놀랄 것이다. 못 생겨도 이렇게 못 생긴 생선이 있나 싶다. 여태껏 못 생긴 생선으로 아귀를 꼽아 왔는데, 물메기를 보고 나서 아귀가 살짝 귀여워 보이기까지 했다. 뭐 아귀나 물메기나 못 생긴 걸로는 막상막하지만.


아귀가 그렇듯 물메기도 생긴 것은 별로지만, 맛은 끝내준다. 미나리를 곁들인 아귀수육과 아귀탕을 좋아한 탓에 물메기탕에 대한 거부감은 딱히 없었다. 국물 역시 아귀탕만큼이나 시원칼칼했다. 다만 씹는 식감을 좋아하는 나로서 물메기의 흐물흐물한 살은 다소 낯설었다. 생선구이도 살이 너무 부드러운 가자미나 갈치보다는 약간은 살이 탄탄한 고등어를 좋아하기 때문에, 물메기 살은 나에게 부드러워도 너무 부드러웠다. 그런데 부드럽고 연한 살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물메기탕은 국물 요리로서 안성맞춤인 듯하다. 살이 너무 연해서 후루룩 마시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네 살인 아들 역시 시어머니께서 물메기탕을 해 주실 때면 거기에 밥을 말아 수프처럼 후루룩 먹는데, 부드럽고 뜨근한 맛에 금세 취해버리곤 한다. 한날은 남편이 이런 말을 했다.


“엄마가 세상에 없으면 가장 생각날 것 같은 음식이 물메기탕일 거 같아.”


그만큼 남편이 좋아하는 시어머니 음식  하나가 물메기탕이다. 처음에는 그냥 흘러들었는데, 지금은 시어머니께 한번 배워 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제철 음식으로 제격이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남편(?) 위해 시어머니표 음식들을  가지 알아두는 것도 필요할  같다. 그런데 시어머니께서 물메기탕을 끓이실  옆에서 지켜봤는데, 미원을 꽤나 많이 넣는다는  알았다. 역시 음식 맛은 미원 맛인가. 시어머니 말씀으로는 생선을 넣은 국이나 탕은 미원이  들어가야 맛있다고 하셨으니, 그렇게 생각해야겠다.


시어머니께서 끓인 물메기탕! 얼큰한 국물맛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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