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굴? 통영의 찐 맛_ 1. 계절을 담은 한 그릇
시댁 식구들은 여름에 전어를 세꼬시로 즐긴다. 세꼬시는 부산과 경남에서 생선을 뼈째 썰어 회를 뜨는 방식으로, 부산과 경남 사람들은 세꼬시 회를 종종 즐긴다. 세꼬시는 말에서도 느껴지듯이 일본어의 잔재가 묻어 있는 단어다. 일본어에 ‘せごし’라는 말이 있는데, 활어를 뼈째로 써는 방식을 가리킨다. 어쨌든 부산과 경남 등지에서 가리키는 세꼬시는 일본어에서 유래되었고, 이 지역의 횟집 간판을 둘러보면 ‘세꼬시’라는 말을 흔히 접할 수 있다.
결혼 전까지 세꼬시를 경험하지 못했던 나는 세꼬시를 처음 마주하고 다소 당황했다. 회라 함은 탱글탱글한 살이 가지런하게 썰려져 있는 모습인 반면, 세꼬시는 밥알처럼 뭉글뭉글하게 썰려진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젓가락으로 먹기 불편해서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했기에 회를 먹는 것 같지 않았다. 처음에는 먹는 둥 마는 둥 초장 맛으로 먹었던 것 같다.
결혼 생활을 하면서 세꼬시를 자주 접하였고, 지금은 거부감 없이 즐기고 있다. 깻잎 한 장에 붕장어 세꼬시 한 숟가락(?)을 듬뿍 넣고 초고추장과 콩가루를 올려서 한 입 거리로 싼 뒤, 소주 한 잔에 세꼬시 한 쌈을 먹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맛이다. 회를 싸 먹을 때에는 상추보다는 깻잎을 곁들이는 것이 훨씬 맛있고, 처음 세꼬시를 즐긴다면 아나고 세꼬시라고 불리는 붕장어 세꼬시를 추천한다.
평소 광어나 우럭, 돔 등을 두껍게 썰어서 즐기긴 하지만, 붕장어를 먹을 때에는 세꼬시로 먹어야 제맛이다. 그리고 또 하나, 전어 역시 세꼬시로 먹으면 훨씬 맛있다. 흔히 전어를 두고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하는 생선’이라고 한다. 이때 며느리도 돌아오게 하는 전어의 맛은 구이로 해 먹었을 때의 맛이다. 전어는 가을이 되면 살이 제법 통통하게 오르는데, 이때 소금으로 간을 살짝 해서 구우면 그 향도 그 맛도 꽤나 훌륭하다. 처음 시댁에서 전어 구이를 즐겼을 때에는 시아버지가 일일이 살을 발라 주셨다. 살을 다 발라주신 뒤, 시아버지는 놀랍게도 전어를 뼈째 드셨다. 그 모습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
‘며느리는 살만 발라 주시고, 시아버지는 살 바르는 게 귀찮으셔서 저렇게 드시는 구나.’
되돌아보면 웃음밖에 안 나오는 생각이었다. 전어는 뼈가 워낙 부드러워서 손으로 들고 뼈째 뜯어 먹는 게 더 맛있다는 데 말이다. 전어 구이를 한참 맛있게 먹고 있는데 시아버지께서 그러셨다.
“전어는 여름에 세꼬시로 먹으면 훨씬 맛있데이.”
다음 해부터 여름에 전어회를 즐기기 시작했던 것 같다. 전어 세꼬시는 뼈가 아주 부드러워서 먹기에 부담스럽지 않을 뿐더러, 맛 또한 고소해서 시어머니표 쌈장에 찍어 먹으면 최고다. 시댁에서 여러 회들을 다양하게 맛본 덕분에 붕장어 세꼬시는 초고추장에 듬뿍 찍어야 제 맛이고 전어 세꼬시는 쌈장에 찍어야 제 맛이라는 걸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전어 구이와 전어 세꼬시 때문에 당분간(?) 집을 나가진 않을 것 같다. 매년 여름과 가을이면 시댁에 가서 꼭 먹어야 하기에. 전어 구이는 시아버지께서 구워 주신 게 맛있고, 전어 세꼬시는 시어머니가 만드신 특제 쌈장을 곁들여야 맛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