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지만 가끔은 여행자가 되고 싶다_ 3. 통영에서 산책을 즐기다
남편과 나는 공원 데이트를 즐긴다. 연애 시절에도 틈만 만나면 공원으로 가 자전거를 타고 배드민턴을 치면서 놀았다.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난 뒤에도 공원을 자주 간다. 공원을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는 없지만, 공원에 가면 마음과 생각이 트이고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누군가는 이렇게 물었다. “공원에 가면 대체 뭐해요?”라고. 딱히 하는 건 없다. 그냥 걷고, 걷다가 지치면 벤치에 앉고, 그것도 지루해지면 나무도 보고 꽃도 보면서 자연을 느끼는 게 전부다. 아이도 계절에 따라 바뀌는 꽃과 나무를 관찰하고, 잠자리나 나비 같은 걸 쫓아다니며 시간을 보낸다. 공원 데이트를 즐기는 탓에 시댁에 가서도 근처 공원에 나가려고 한다. 통영에서 이름난 공원부터 동네 구석에 있는 공원까지 여러 군데 가 봤는데, 그중 특히나 우리가 좋아하는 공원은 달아공원과 이순신공원, RCE세자트라숲이다.
달아공원은 산양일주도로 중간에 위치한 공원으로, 일몰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차가 공원 가까이까지 올라갈 수 있어서 얼마 걷지 않아도 해가 넘어가는 멋진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그래서 가족들과 함께하기 좋다. 어색한 상견례를 끝내고 숙소에 짐을 풀어놓은 뒤, 친정 식구들과 일몰 때에 맞춰 달아공원을 찾았다. 숙소도 달아공원에서 멀지 않았고, 남편이 통영까지 왔으면 달아공원의 일몰 정도는 봐야 한다며 부모님을 모시고 공원에 들르라고 몇 번을 이야기했다. 서울에서 경산, 경산에서 통영으로 이어지는 강행군과 상견례로 인한 긴장감으로 인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여기까지 함께 해 준 친정 식구들을 위해 무거운 몸을 이끌고 공원을 올랐다. 그리고 일몰을 감상했다. 달아공원 정상에서 내려다본 바다는 한 폭의 수묵화 같았다. 해가 넘어가면서 바다 위의 섬들이 먹을 뿌려 놓은 듯 까맣게 물들었고, 하늘은 영롱한 붉은빛을 띠다가 금세 까맣게 어두워졌다. 피로감과 긴장감이 싹 가실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곳곳에 피어 있는 동백꽃도 한몫하는데, 초봄에 찾았던 덕분에 일몰도 동백꽃도 모두 감상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이순신공원은 한산대첩의 학익진이 펼쳐졌던 공원이다. 다른 공원들에 비해 관광지(?) 느낌이 많이 나서 시끌벅적할 것 같지만, 공원이 워낙 넓어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남편과 단둘이서 데이트를 할 때에는 샤랄라 분위기가 풍기는 원피스를 입고 해안산책로를 천천히 걸었고, 아이와 함께 찾을 때에는 돗자리랑 간단한 먹을거리를 챙겨 숲 놀이를 즐겼다. 또 가족들을 대동한(?) 날에는 나름 가이드가 되어 공원을 안내하기도 했다. 사람들에게 소개하기도 좋고, 우리가 즐기기에도 좋아 유독 이순신공원에서 찍은 사진들이 꽤 많다.
RCE세자트라숲은 통영이 지속가능발전교육센터로 지정되면서 조성된 곳이다. 지속가능발전교육센터는 지속가능발전교육을 확산하고 실천해 나가는 곳이다. 지속가능발전이란 인간과 자연이 함께 발전하고 환경과 경제, 사회문화들이 조화롭게 발전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이를 교육을 통해 실천하자는 뜻에서 세계 곳곳에 지속가능발전교육센터가 설립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RCE세자트라숲인 것이다. 세자트라(Sejahtera)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공동으로 사용되는 산스크리트어로 ‘지속가능성’, ‘공존’을 가리킨다. 예전부터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교육에 관심이 있었던 터라 아이와 함께 꼭 가 봐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지금까지 서너 번 방문하였다. 미리 계획을 하고 방문을 한 것이 아니라 따로 교육프로그램을 신청하진 못했지만, 공원 곳곳에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이야기가 녹아져 있다. 직접 먹거리를 수확하고 땅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텃밭 체험장, 습지생물들을 만날 수 있는 정화습지원, 적정기술을 접목한 놀이터 등을 통해 아이들에게 직간접적으로 공존의 가치를 전달하고 있는 듯했다. 개인적으로 자가발전 놀이기구가 인상적이었는데, 아직 아이가 어려 이해를 못하지만 좀 더 크면 에너지 생성과 쓰임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려고 한다. 기회가 되면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아이와 함께 자연과 환경 문제에 대해 느껴보고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