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일기
매주 한 번 자식들이 면회를 온다. 이번 주에는 딸이 왔다. 그런데 나를 찾아온 딸의 모습이 초췌하다.
딸은 나를 데리고 병원에 가는 날이면 언제나 예쁘게 꾸미고 왔다. 그리고 내게도 깨끗하고 좋은 옷을 입으라고 하고, 병원 갈 때 입으라며 옷을 사다 주기도 했다.
“노인들이 외출할 일이 뭐가 있어. 병원 갈 때나 외출하는 거지. 그러니까 예쁘게 입으셔.”
딸은 나를 고운 할머니로 꾸며 주고 자신도 꾸며 당당한 모습으로 나섰다. 병원에 가야 하는 상황에 위축되지 말라고 그러는 걸 알고 있었다. 아프고 힘없는 노인으로 무시당하지 말라는 거였다. 나는 딸의 마음을 헤아려 딸이 하라는 대로 하곤 했다.
늘 세심한 것까지 챙기던 딸이 오늘은 눈도 퀭하고, 머리도 헝클어져 있다.
“엄마.”
겨우 나를 한번 부르더니 다른 말 없이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내 손등에 엎드린다.
나는 눈이 동그래져서 딸을 본다.
‘왜 그러니? 무슨 일 있니?’
말하고 싶은데 숨소리조차 크게 낼 수 없어서 괴롭다.
언젠가 시집간 딸이 내게 물었다.
"엄마, 나 다시 집에 돌아온다고 하면 어떡할 거야?"
딸은 농담을 하듯 말했다. 하지만 나는 딸이 마음속 괴로움을 숨기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두 번 생각하지 않고 말했다.
“돌아오면 돌아오는 거지. 집에 와 살고 싶으면 그렇게 해.”
언제인가는 사위와 심하게 다툰 건지 못살겠다며 내 앞에서 울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집으로 오라고 할 수 없었다. 어린 손녀들이 막 자라고 있던 시기였다.
“네가 조금 참아봐. 부모가 헤어지면 애들이 얼마나 힘들겠니? 어른인 네가 참고 견뎌야지, 어린것들한테 참고 견디라고 할 수는 없잖아. 안 그래?”
딸도 엄마니 내 말을 이해하는 거 같았다. 그 후로 딸은 한 번도 내게 돌아와도 되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딸은 내 손을 붙잡고 한참 엎드려 있다. 기도를 하는 거 같은데, 그렇게 엎드려 눈물을 흘리는 것도 같다.
몸이 나빠지면서 자식들에게 밥 한 끼 해 먹일 수 없게 되었다. 나는, 그런 내가 한심했다. 나는 엄마도 아니구나 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엄마였다. 딸이 얼마나 힘든지 느껴졌다. 그래서 목관의 답답함보다 더 심한 답답함을 느끼고, 전해질지 알 수 없는 말을 계속 되뇌었다.
‘실컷 울고 힘내서 돌아가렴. 엄마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잊지 말고.’
나는 손으로 쓰다듬듯 눈으로 머리칼 하나하나까지 살폈다.
‘이렇게라도 살아서,
엄마가 이렇게라도 살아있는 것이
네가 힘들 때 와서 울 수 있는 곳이 된다면
조금 더 견뎌보마.’
*소설 <연명셔틀에 올라타고 말았다1>을 마무리합니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잠시 준비 시간을 거쳐 <연명셔틀에 올라타고 말았다2>로 찾아오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