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냇물_29
엄마.
낑낑대는 매미가 불쌍해서
나무 위에 올려줬어.
엄마 나는 껍질 속 꿈틀대는 매미를 보면
얘가 잘 됐으면 좋겠어.
엄마.
매미가 문 앞에 있어.
무서워서 문을 못 열겠어.
엄마.
매미들이 어둠이랑 같이 깔린 밤이면
발을 옮기기가 힘이 들었어.
영화 속 거인 같은 내 발을 드느라
달빛도 별빛도 다 끌어모아.
너무 힘들어서 배가 고파.
너는 무얼 배워온 것이냐.
어느 날 매미가 너의 이마를 치고 갔던
통곡의 골목에서 ,
책 한 권에서,
학교의 책상에서,
누군가의 아름다운 노래로
다른 싹을 키워냈구나.
다리 다친 사마귀를,
친구를 못 찾아 괴로운 지렁이를,
너는 조용히 살펴준다.
꼭 다문 입술을 하고.
쌀가마니 같은 가방을 메고
여드름꽃 다 터트려 분화구가 된 얼굴로
“엄마~ 배고파..” 말하는 나의 은동이.
어제 같은 기억으로 너를 그리워한다.
오늘도 좋았고 어제도 좋았다. 나의 은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