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재 중 시,냇물 29화

여름

詩,냇물_29

by 앤 셜Lee

엄마.

낑낑대는 매미가 불쌍해서

나무 위에 올려줬어.

엄마 나는 껍질 속 꿈틀대는 매미를 보면

얘가 잘 됐으면 좋겠어.


엄마.

매미가 문 앞에 있어.

무서워서 문을 못 열겠어.


엄마.

매미들이 어둠이랑 같이 깔린 밤이면

발을 옮기기가 힘이 들었어.

영화 속 거인 같은 내 발을 드느라

달빛도 별빛도 다 끌어모아.

너무 힘들어서 배가 고파.


너는 무얼 배워온 것이냐.

어느 날 매미가 너의 이마를 치고 갔던

통곡의 골목에서 ,

책 한 권에서,

학교의 책상에서,

누군가의 아름다운 노래로

다른 싹을 키워냈구나.


다리 다친 사마귀를,

친구를 못 찾아 괴로운 지렁이를,

너는 조용히 살펴준다.

꼭 다문 입술을 하고.




쌀가마니 같은 가방을 메고

여드름꽃 다 터트려 분화구가 된 얼굴로

“엄마~ 배고파..” 말하는 나의 은동이.

어제 같은 기억으로 너를 그리워한다.

오늘도 좋았고 어제도 좋았다. 나의 은동아.

keyword
목요일 연재
이전 28화꼭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