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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백

by 송단아

빨래통 속에

빛 바랜 셔츠 한 장


이놈의 흰 옷은 두 번 못 입는다


슈퍼에서

순해서 아기 옷에도 쓴다는

판매원의 말을 듣고 산 표백제를

한 스푼 풀어 담근다


나도 담가본다

지워내고 또 지워내고

얼룩과 때가 벗겨지고 나서야

서서히 흰 살갗이 드러난다


서걱서걱

표백된 내가

흰빛 속에 앉아 있다


사랑도 그렇게


각자의 얼룩을 벗겨내고서야

서로의 따뜻한 색이 스민다


아주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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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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