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통 속에
빛 바랜 셔츠 한 장
이놈의 흰 옷은 두 번 못 입는다
슈퍼에서
순해서 아기 옷에도 쓴다는
판매원의 말을 듣고 산 표백제를
한 스푼 풀어 담근다
나도 담가본다
지워내고 또 지워내고
얼룩과 때가 벗겨지고 나서야
서서히 흰 살갗이 드러난다
서걱서걱
표백된 내가
흰빛 속에 앉아 있다
사랑도 그렇게
각자의 얼룩을 벗겨내고서야
서로의 따뜻한 색이 스민다
아주 천천히
호기심과 열정을 사랑하는 이야기꾼입니다. 다양한 경험과 취향을 통해 얕고 넓은 세상을 탐험하며, 그 속에서 얻은 통찰을 글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