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초여름은 따뜻한 숨결로 내 어깨를 살포시 안아주었지. 혼자 걷는 길 위에서, 오롯이 마주하는 시간.
늘 마음에 걸렸던, 칼국수. 삼남매 먹여 살리려 몸 아끼지 않고 끓이던 엄마의 한숨 같던 맛. 악착같이 아끼고 묵묵히 품던 그 희생이 목울대에 걸려 차마 삼킬 수 없어, 멀리했던.
하지만 오늘은 어쩐지 뜨거운 김나는 보말 칼국수의 품으로 찾아든다. 바다의 품으로, 엄마의 품으로.
내 몸 안팎을 채우는 이 온기.
작은 고둥, 보말. 나는 미처 몰랐다. 수백만 번 아픔 견뎌낸 황제의 빛깔을.
오직 고둥만이 낼 수 있던 그 보랏빛, 로마 황실을 찬란히 감싸기 위해 비단 한 필에 수백만의 희생을 녹여내던 아득한 역사 한 조각인 줄을.
보랏빛을 좋아했던 엄마. 가족을 품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갈아 넣던 수십 년의 희생, 묵묵한 아픔.
그 고귀한 헌신은 보말의 보랏빛 염료처럼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가장 찬란한 권위였다.
그 고둥, 엄마를 닮았을 줄을.
지금, 내 안을 채우는 이 국물.
몸속으로 스며드는 보랏빛 기운은 아물지 않던 상처를 보듬고, 내 안의 힘을 일깨운다.
엄마의 색깔을 품은 이 바다 위로. 그 웅장한 서곡 위로 나는 다시 걸어갈 힘을 얻는다.
제주의 따스한 바람 속에서, 저는 늘 마음에 걸렸던 한 음식을 마주했습니다. 바로 '칼국수'입니다.
삼남매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던 엄마의 희생이 담겨, 차마 삼킬 수 없어 멀리했던 맛.
하지만 제주에서 만난 보말칼국수는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이 작은 고둥이 로마 황실을 감싸던 '황제의 빛깔'을 품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갈아 넣었던 엄마의 숭고한 헌신 또한, 그 어떤 권위보다 찬란한 빛깔이었음을.
이 시는 제가 제주에서 만난 한 그릇의 보말칼국수를 통해, 엄마의 삶을 재발견하고, 그 속에서 제 자신을 치유하며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진 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