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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오름이 전하는 말

by 송단아


초여름 비가 한차례 지나간 6월, 제주는 제법 여름 냄새를 풍겨요.

혼자 찾아든 나그네, 오늘 관광객 발길 뜸한 한적한 오름길에 나서요.


초입의 널따란 흙밭, 아직 꺾이지 않은 푸릇한 고사리들이 고개를 들어요. 마치 하늘을 유영하는 구름 같아 한 줌 따서 꽃다발을 만들어요. 이 작은 고사리다발이 '예쁘게 살라'는 말을 건네는 것만 같아요.


내려올 것을 왜 저리 힘들게 오르나 했던 산.


오늘은 무슨 용기가 솟아 정상까지 발걸음을 재촉해요. 통통해진 초록 나뭇잎들과, 산새들의 노랫소리가 길동무에요. 가파른 계단까지 오르니, 마침내 정상이에요. 벌개진 얼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이 이상하게도 개운한 기분을 안겨줘요. 정상에서 매일 산을 오른다는 다정한 중년 부부를 만나요. 산은 역시 낯선 이에게도 반가운 인사를 건네게 하는 곳인가 봐요. 제주 시내를 내려다보며 잠시 쉬어가요.


새소리에 취해 미처 맡지 못했던 온갖 식물의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혀요. 자연 그대로의 향기는 마치 한약방 같아요. 가슴을 활짝 열고 그 향기를 깊이 들이마셔 보아요.


좋은 향기 배부르게 마셨지만, 어느덧 배가 슬슬 고파와요.

시원한 초계국수 집. 가게 안은 시끌벅적한데 사장님은 친절하게 주문을 받아요. 따뜻한 마음은 말하지 않아도 전해진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이죠. 시원하고 담백하고 쫄깃한 면발을 건져먹고, 국물까지 시원하게 호로록 마셔요.


이담에 꼭 가족과 함께 다시 와야겠다고.

맛있게 먹을 가족의 얼굴이 생각나자, 마음은 이미 집에 가 있어요.






여름날 제주 오름의 푸르름 속을 홀로 걸으며 자연이 준 선물과 내면의 울림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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