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어린이집 자리 찾기 고군분투기
2024년 3월 작년 이맘때 아이를 낳으며 내년 3월이 되면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아이와 행복한 봄을 보내고 있겠지 라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웬걸..
2024년 3월 나는 오후 2시만 되면 화장을 하고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서 동네 어린이집을 순회한다. 소문으로 듣자 하니 벌써 올해 입학하는 아이들이 다 결정이 되었고 슬슬 입학 소식을 우편으로 전화로 알리고 있다고 한다. 나의 핸드폰은 울리지 않고 우리 집 우체통은 쓸데없는 전단지로만 꽉 차있다. 태어나자마자 어린이집 입학을 등록해 놨는데 이렇게 연락이 오지 않는 게 믿기지 않을 뿐이다.
첫아이이긴 하지만 맞벌이이라서 금방 자리를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다.
떨리는 손길로 어린이집 벨을 누른다. "지이이잉"
저 멀리서 선생님으로 보이는 분이 바쁜 걸음으로 나와 문을 연다.
나는 최대한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활짝 웃으며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제 아이를 위한 키타 자리를 찾고 있는데요 올해 원서가 다 나간 게 맞나요?"
"네 저희는 올해 입학할 아이들이 벌써 결정 났어요."
"혹시 비는 자리는 없을까요?"
" 이달 15일까지 학부모들이 입학 여부를 결정해서 우편으로 보낼 거예요. 아마 그 이후에 자리가 있는지 확인될 거 같은데 그 이후에 한번 다시 오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아... 올해 입학할 아이들이 다 결정됐다는 소문이 사실이었구나. 그런데 우리 아이는 자리를 받지 못했구나. 독일의 어린이집은 0세-3세 아이를 받는다. 출산율이 한국과 다르게 높아서 그런지 어린이집 자리받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다. 아이를 맡길 수 없어서 육아휴직을 연장했다는 엄마들도 보이고 애초에 어린이집 보내기를 포기하고 3살까지 음악수업, 체육수업 등 다양한 수업을 보내며 하루하루 보내는 엄마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독일이 애 키우기 좋다고 하는 사람 좀 나와봐라! 당장 어린이집 자리 하나 받기가 이렇게 힘든데 독일 교육 시스템이 좋아서 이민 와야겠다고 하는 사람 만나서 말리고 싶다.
가만히 집에서 연락만 기다릴 수 없어 아이를 안고 또 다른 어린이집을 찾아갔다.
"아이가 몇 개월이죠?"
"12개월이요"
"흠... 0-3세 반은 자리를 확답하기 힘들 거 같아요."
"자리가 나면 꼭 연락 부탁드려요"
읍소를 하고 나오는 길 하원하는 아이를 데리러 온 엄마들이 부러웠다. 어떻게 자리를 받은 거지?
다른 어린이집에서는 올해 7자리가 났는데 500명의 가족이 자리를 기다린다고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500명 중 몇 위일까? 올해 9월 입학원서까지 다 나갔고 다음 입학은 내년 4월인데... 그럼 우리 아이는 2살이 된다. 0-3세까지 받아주는 어린이집에서는 2살 아이보다는 더 오래 다닐 수 있는 1살 아이를 선호한다고 한다. 또 밀리고 밀려서 3살까지 가정보육을 해야 하는 걸까?
결국 우리 아이는 아무 어린이집에서도 연락을 받지 못했다.
나도 아이 유치원 자리 때문에 육아휴직을 연장해야 하는 걸까? 고민이 많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