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선생 Nov 11. 2019

엄마, 우리 둘 제발 놔주면 안 될까?

미안해, 엄마..

“엄마. 우리 둘은 정말 우리 문제로 싸운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늘 크게 싸우게 될 때는 우리 집, 명절 때문이라구요. 제발 좀 나 좀 놔주면 안 될까?”
“그럼, 너네들이 힘든 게 다 엄마 아빠 때문이란 말이니?!”
“맞아요. 네. 맞다구요.”
“...... 그래.. 가라.. 어여 집에 가....”


 냉정하게 쏘아붙이고 돌아섰다. 뒤는 돌아보지 않았다. 한참을 엄마가 지켜볼 것을 알았지만 그저 앞으로 또 앞으로 걸어갔다. 양보할 것도 아니니까. 쓸쓸한 엄마 얼굴을 훔쳐보면 마음이 또 아프니까. 이기적인 나를 보호하려고 돌아서지 않았다.


다음 명절엔 우리 방식대로 명절을 보내겠다고 선전포고를 한 뒤다. 엄마도 아빠도 원하는 명절의 모습이 있겠지만, 그런 명절을 원한다면 내 아내와 나는 함께 살기 어렵다며 차갑게 말했다. 모두에게 힘든 저녁이었다.  


“여보, 나 이제 집에 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어머님이 뭐라고 안 하셨어? 힘들었지..”
“응, 괜찮아. 별 얘기 안 했어.
아빠랑 다 기분 좋게 밥 먹었고, 엄마가 배웅나와서 몇 마디 나눴어.”


거짓은 없었다. 아주 많은 생략이 있었을 뿐이다. 아내는 더 묻지 않았고, 나도 더 이야기하지 않았다. 서로의 마음을 아니까. 나쁜 사람은 누구도 없지만, 모두가 나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 앞에서 악역 배우가 된 우리 모두는 힘들 수밖에 없다.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우리가 선 무대가 그런 곳일 뿐이다.


“엄마가 고구마 보내준다고 해서 주소 불러줬어.”
“아.. 여보. 진짜 감사한데, 요즘 어머님 어려워서 여보도 신경 쓰이잖아. 안 그래도 돼.”
“아니야. 받는 게 더 마음이 편해. 얼른 집에 들어갈게.”


겉도는 이야기 몇 마디를 더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


아내가 많이 미안해했다. 자신 하나만 양보하면 모두가 평화로와질 거라는 걸 알지만, 그렇게 살 수는 없다는 아내. 누구의 아내, 누구의 며느리가 아닌 자신으로 살고 싶다는 그녀다. 아내 말대로 힘들 때가 있다. 그래도 약속했고, 지지하고, 사랑하기에 우리는 함께하고 있다. 사랑하는 엄마를 잠 못 이루게 할 것을 알면서도.


며칠이 지났다.

조회시간에 아이들이 부쩍 말을 자주 건다.

“선생님. 요즘 무슨 걱정있으세요?”
“선생님. 다크 서클이 볼까지 내려왔어요.”
“부부싸움하셨어요?”

여자아이들이라 그런지 내 표정에서 섬세하게 지난 며칠간의 사건을 찾아낸다.

“너희 때문에 힘드냐는 질문은 없는 거지?”

농담으로 말을 받았다.


힘이 들지. 그럼. 평생 고생만 한 우리 엄마에게 그 모진 말을 했는데...


밤에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뒤척이던 중 카톡이 왔다. 엄마다. 장문의 카톡이다. 뭐라고 썼을까.. 읽을 용기가 잘 나지 않았다. 한참을 망설이다 글을 읽었다.


아들이 그렇게 힘들다는 말에 네 뒷모습을 보면서 한없이 울었구나.

잠자리에 들어서도 잠을 잘 수가없었고, 종일 일을 하면서도 너희들 생각에 엉킨 실타래처럼 맘이 복잡해서 어쩌면 좋을까나.

 아들아 이런저런 엄마생각 하지 말고 너희들이 행복해야 엄마도 행복하다는걸 알아주면 좋겠구나.

아들아 하지만 이말 만은 아들, 네가 엄마 맘을 헤아려주면 고맙겠구나. 서로의 생각이 달라서 그런 것이지 않겠느냐.

어쨌거나 엄마는 아무렇게나 어트게 살아도 괜찮으니 네 처한테 잘해주고 위로해 주거라.  

차후에 언제든지 함께 차 한 잔 하면서 맘을 풀어 보자구나. 울 아들 엄마가 사랑한다.


그 날 많이 울었다.

이전 04화 엄마, 미안해. 불효자가 돼야겠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