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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아버지카페 딸 Sep 30. 2022

가족,
할아버지카페를 하기로 마음먹다.  

할아버지카페의 시작 

할아버지카페는 우이동 권역의 북한산 국립공원 입구에 있습니다. 그래서 공휴일뿐만 아니라, 날씨가 좋은 나들이 철에는 가게 앞의 좁은 도로가 등산객으로 가득합니다. 젊은 친구들은 잘 모르겠지만, 할아버지가 젊은 시절에는 공원 주변이 전부 이름난 유원지였습니다. 그래서 휴가철이 되면 어린 아들과 딸의 손을 잡고 유원지에 놀러 와 물놀이를 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시절에는 계곡에서 고기도 구워 먹고, 밥도 해 먹었지요. 지금은 생각도 하지 못할 일이지만, 제게는 젊은 시절의 소중한 추억이지요.  

    

지금으로부터 오 년 전의 일입니다. 도선사에서 불공을 드리고 내려오던 아내가 갑작스레 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도선사는 북한산 국립공원 안에 자리한 고찰이지요. 아내는 도선사에 이십 년 넘게 불공을 다니고 있었지요. 아내는 뭐가 그리 벅차고 신이 나는지, 목소리만으로도 날아갈 것 같았습니다. 집에서 파자마 바람에 누워 심드렁하게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저에게, 


여보, 우리 카페 계약했어!


하고 소리치듯 말했습니다. 저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한참을 말없이 핸드폰을 든 채로 앉아 있었지요. 그 사이 아내는 카페, 카페, 카페…. 하는 소리를 백번도 더 했던 것 같습니다.    


그 무렵의 저는 도시 생활에 영 적응을 하지 못하고 가족들에게 걱정을 끼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저 방안에 일없이 앉아있다가 무작정 짐을 꾸려, 온다 간다 말도 없이 사라졌지요. 그러고는 친분이 있는 도인의 거처나 지방의 사찰에 객식구로 얹혀 지냈습니다. 저는 그저 답답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어서 그랬던 것뿐인데, 가족과 친지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 때문에 오랫동안 해왔던 솔밭공원의 태극권 모임도 문을 닫았고, 한 번은 해외에 나가서 일하던 아들이 저를 찾느라 급하게 휴가를 얻어 귀국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상황이 이쯤 되고 보니, 아내와 아이들은 제게 마음 붙일 만한 일거리를 하나 만들어주자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가족들의 걱정을 그저, 남의 일처럼만 여길뿐이었습니다. 사실은 저를 제외한 가족 모두 공연한 짓을 한다고만 여겼지요. 그 무렵의 저는 딱히,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고, 설사 일이 있다 해도 의욕이 없었습니다. 그냥, 다른 늙은이들처럼 죽을 날만 기다린다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제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남았던, 제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제가 그토록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는 것과 달리, 아내와 아들아이는 저의 소일거리를 찾는 일에 몹시도 극성맞게 나섰습니다. 마치, 집안의 사활을 거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리고 아내가 도선사에서 불공을 마치고 내려오다 발견한 것은 바로, 그 카페를 아래에 적당한 점포 자리였습니다. 바로, 오래된 정육점 자리였지요. 아내는 우리 딸아이가 가족들 몰래, 제 엄마에게 맡겨놓은 쌈짓돈으로 덜컥 가게를 계약하고 말았습니다. 그 무렵만 하더라도, 딸아이는 제 엄마나 남동생과 달리 카페에 대해 조금 시큰둥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때문에 허락도 없이 제 몫의 돈으로 가게를 계약한 것에 대해 두고두고 말이 많았지요. 


어쩌다 보니 우연히 앞에서도 잠시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우리 가족이 카페 자리를 계약한 곳은 우리 가족들과 퍽 인연이 깊은 곳이었습니다.  제가 젊었을 적, 아이들을 데리고 근처 계곡에 놀러 왔을 때, 구워 먹을 고깃감을 종종 사가던 정육점이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가게 계약을 마치고 오랜만에 정육점에 들러 주인 내외를 마주하니, 그 시절 그대로더군요.


그나저나, 가게를 덜컥 계약하기는 했으나 난감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지금껏 정육점을 하던 자리에 어떻게 카페를 차리겠다는 것인지, 또 카페를 하려면 인테리어며 기계 값이 만만치 않다던데, 그 많은 돈은 어찌 마련할 것인지 눈앞이 캄캄했다는 것이 제 솔직한 마음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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