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Sep 09. 2024

손톱깎이를 빌려 달라는 남자 4

소설


4.


  손톱 밑이 또 아프기 시작했다. 나는 손톱 위 손가락 마디를 힘을 다해 꾹 눌렀다. 그때 검은 부분이 빛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 주방으로 갔다. 일어날 때 반동으로 침대가 울렁거렸지만 아내는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주방으로 가서 칼을 들어 새끼손톱을 자르려고 했다. 가슴이 심하게 뛰었다. 손톱의 검은 부분은 보란 듯이 반짝이며 빛을 냈다.


  남자는 어디선가 나타나서 왜 하필 내가 일하는 가게 앞의 로비에 앉게 되었을까.


  전조 같은 것도 없었다.


  물어보는 수밖에 없다.     


  남자를 디태치먼트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남자를 몹시 신경 쓰고 있었다. 남자의 모호한 눈빛과 무표정한 얼굴은 일반적인 얼굴에서 벗어났다. 남자가 그녀와 관계가 있다면 나는 남자에게라도 그녀에 대해서 무엇인가 말을 해야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나를 이루고 있는 삶의 여러 부분이 쪼개지고 부서지고 하나씩 빠져나가 버려 나중에는 껍데기만 남을 것 같았다. 칼날을 손가락에 대는 순간 통증이 일며 반짝이던 빛이 사라졌다. 나는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오늘 밤은 잠들지 못할 것 같았다. 식탁에 앉아서 냉장고에 있는 술을 꺼냈다.


  눈을 뜨니 아내는 출근을 했고 오전 10시였다. 어제는 새벽 늦게 잠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10시까지 잠들어 있었다니. 분명 남자는 로비에 나와 있을 것이다. 나의 모든 생각은 남자에게로 가 있었다. 남자를 보면 가게 문을 열기 전에 남자에게 질문을 할 것이다. 나는 머리도 감지 않고 허둥지둥 집을 나와서 가게로 갔다. 하지만 남자는 내 예상과는 달리 나와 있지 않았다. 나는 11시가 훨씬 넘어서야 가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예상하고 있었던 상황에 대해서, 확실하다고 느끼는 것에서 벗어나면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이고 만다. 가게 앞에서 문 열 생각도 하지 못하고 멍하게 있으니 옆의 가게에서 사람이 나와서 몸은 괜찮으냐고 물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119에 신고를 하고 구급차에 실려 갔을 때 많은 사람들에게 구경거리를 제공했다. 나는 괜찮다고 했고, 문을 열고 양말을 꺼내놓고 음악을 틀었다.


  아침에 아내는 식탁 위에 쪽지를 두고 나갔다.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그러니 아무 걱정 말고 푹 자고 나와요, 라는 쪽지가 있었다. 이상한 것은 아내의 말처럼 오늘부터 괜찮았다. 그러니까 어떤 식으로 괜찮아졌냐고 한다면 남자가 나타나기 이전의 날과 동일했다. 가게로 왔을 때의 느낌. 상쾌함, 남자를 신경 쓰며 일을 하는 등등의 문제에서 벗어난 것이다. 일층에서 일하는 사람들 몇몇이 와서 나의 안부를 물었고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일일이 화답했다. 사람들이 가고 나서 첫 손님이 와서 마수걸이를 했다. 그랜 토리노의 사운드트랙 중에 클린트 이스트 우드와 제이미 칼럼이 부른 그랜 토리노를 틀었다. 노래를 듣고 있으면 그랜 토리노를 두고 떠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괜찮아진 하루를 보내면서 손톱을 자꾸 쳐다보았다. 자동적으로 그녀가 떠올랐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전화기 너머에서 울부짖던 모습이 생각났다. 그 반대편에서 나는 무표정하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전화기를 끊어 버렸다. 그 무표정하던 얼굴이 로비의 남자 얼굴처럼 보였다. 나는 냉정한 사람도 아니었고 냉철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맺고 끊음에 있어서 망설이고 생각이 많은 축에 속한다. 그런데 그녀에게 아주 매정하고 무표정으로 대하고 말았다. 나는 그녀를 좋아했고 그녀 역시 나를 몹시 좋아하고 있었다. 그것을 알고 있어서 그랬을까, 당시에는 역시 고등학생이었고 아직 어떤 부분에 있어서 있어서는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는 시기라서 그랬을까. 그녀를 내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는, 무엇인가 손해를 봤다는 느낌 때문이었을까. 어떤 식이든 나는 그녀에게 잘못을 한 것이다. 그녀는 나에게 손톱 밑의 상처를 남기고 떠났다. 손톱 밑의 검은 상처는 내내 그녀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녀가 남겨 놓은 상처는 나를 따라다녔다.


  누가 나를 불렀다. 나는 그것도 알아듣지 못하고 가게에 앉아서 생각에 몰두했다. 누가 보면 아마도 음악에 심취한 사람으로 보였을 것이다. 아내였다. 그녀를 생각하고 있는데 아내가 왔다. 나는 마치 잘못한 행동을 들킨 아이처럼 아내를 맞이했다.


  “점심 먹어야죠.” 아내는 조금 놀라며 왔냐고 말하는 나에게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벌써 그렇게 되었나?” 목소리는 평소의 내 목소리를 찾았다.


  “몇 시에 일어났어요?”


  “눈을 뜨니 10시가 되었지 뭐야. 너무 놀랐어.” 평소에 나 같지 않은 말투였다.


  “가끔은 괜찮아요. 뭐, 매일 그러는 것도 아닌데.” 아내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아내는 내 말투나 늦게 일어난 것에 대해서 크게 생각을 하지 않고 가게 안에 식탁을 마련했다. 도시락은 샌드위치와 주스였다.


  “당신은 커피로 드려요?”라고 아내가 물었다. 나는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아내는 오전에 식사를 도시락으로 싸오지 않고 샌드위치 전문점에서 샌드위치를 사가지고 온 모양이었다.


  “저도 당신 때문에 잠을 설쳤어요. 조금 늦게 일어났어요.”


  “그런데 왜 깨우지 않았어?”


  “제가 일어나서 당신에게 아는 척을 한다고 해도 도움이 되는 것이 있었을까요? 당신은 혼자 있기를 바라지 않았을까요.” 아내는 입술을 위로 올리며 그렇게 말을 했고 식탁 위에 샌드위치를 보기 좋게 늘어놓았다. 종이컵 두 개에 주스도 부었다. 아내는 샌드위치를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런데 오늘부터 남자는 보이지 않네요. 당신, 그 남자 때문에 많이 신경 쓰는 거 같던데 잘 됐어요.”


 “그래, 당신 말대로 오늘부터 괜찮아지겠지. 모든 것이 말이야.”


 아내는 내 말에, 제가 그랬어요? 라는 표정을 지었다.


 “혹시 남자와 어디선가 만난 적은 없었어?” 나는 샌드위치를 먹다가 용기를 내어 아내에게 물었다.


 “남자요? 여기 맨날 오는 남자 말이죠? 제 기억으로는 그 남자는 처음 보는 남자였어요. 왜 그래요?”


 “아니야. 여기 맨날 와서 가게 안을 쳐다보고 있으니 우리를 알고 있는 사람인가해서. 아니면 어디선가 마주쳤다거나 어쩌면 당신을 흠모하고 있는 스토커가 아닌가. 해서 말이야.”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저렇게 대놓고 당신 가게 앞에 오는 것은 이상해요. 내 스토커면 여행사에서 저를 훔쳐봐야죠. 왜 당신 가게 앞에 앉아 있어요?”라며 깔깔거리며 웃었다. 나는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중학교 때 혹시 이 도시에 있는 중학교와 교류 같은 것은 하지 않았냐고 물었지만 전혀 그런 것은 없었다고 했다.


  아내가 여행사로 돌아가고 나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아내와 그녀도 만난 적은 없다. 그녀와 아내는 무관했다. 손톱의 검은 부분은 그녀를 떠올리게 한다. 아내는 손톱을 애써 외면했다. 남자가 나타나고 손톱의 검은 부분에서 통증이 시작됐고 빛이 나기 시작했다. 하루는 평온하게 흘러갔다. 남자는 하루가 저물어갈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저녁에 집에서 아내와 밥을 먹는데 다른 날보다 간이 짰다. 아내는 괜찮은데요? 라고 했다. 아내는 나의 목을 감으며 억억 소리를 냈다. 소리가 크게 들렸다. 침대 위에서 들리는 아내의 신음소리는 내가 알고 있는 신음소리에서 확실하게 벗어났다. 아내는 상관없는 것 같았다.


  남자는 6일째에도 나타나지 않았고 7일째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남자가 나타나지 않아서 내가 체감하는 생활의 전반은 평안했다. 그렇지만 나는 정당하게 내가 취해야 할 자세에 대해서 의문점이 들었다. 나는 마음을 먹으면 곧잘 마음먹은 대로 하는 스타일이지만 로비에 남자가 나타나지 않아서 그 이전의 생활의 나로 돌아가야 하지만 왜 그런지 나는 발목을 들여놓은 늪지대의 세상에서 헤매는 것처럼 생활 전반에 대해서 태도를 확실하게 하지 못하고 있었다. 6일째에는 분명히 괜찮았다. 나의 상태에 관한 모든 부분이 아주 보통 적이었고 좋았다. 지금은 그것을 부인하고 싶다. 아내를 제외하고 내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대가 없었다. 하지만 아내에게도 더 이상 로비의 남자에 관해서, 내가 남자 때문에 느끼는 기이한 기분을(손톱에 관한 부분을 숨기며) 이야기하지는 못했다. 어쩐지 아내 앞에만 서면 이야기라는 형태가 흐리터분하게 변해 버렸다. 7일째 밤에도 아내는 침대에서 억억 소리를 냈다. 나는 물어보려고 했지만(침대에서의 분위기가 아니라 나에 대해서) 역시 말하지 못했다. 아내의 신음소리는 자연스러움에서 벗어나 있었다. 아내는 분명 나를 위해 노력을 하고 있었다. 아내는 내가 노력하는 아내를 쳐다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런 나를 아내는 긍휼히 바라보았다.


  8일째에도, 9일째에도 남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남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나는 남자가 없는 동안에도 내가 지니고 있는 무형태의 무엇인가가 자꾸 일탈되어 간다고 느꼈다. 하루에 손톱 밑의 검은 상처를 몇 번이나 쳐다보았는지 모른다. 검은 상처는 확실하게 나에게 사실을 떠올리게 했고 뒤따라서 남자가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10일째 되는 날에 남자가 나타나지 않는 걸 알고 나는 아내에게 점심은 혼자서 먹으라 전하고 시간을 내어 그녀가 살았던 동네를 찾았다. 주민자치센터에서 그녀와 그녀의 가족에 대한 등본을 떼었다. 요즘은 이런 것들은 인터넷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살았던 집을 한 번 가보고 싶었다. 그 집은 이사를 갔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래도 가보기로 했다. 그녀가 살았던 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상가가 크게 들어서 있었다. 그녀의 집은 아예 없어지고 만 것이다. 수소문을 하여 그녀가 죽고 나서 이사를 간 집을 또 찾아갔다. 이사를 간 집은 그곳에서 택시를 타고 한 시간 이상 가야 하는 곳이었고 아직 모기가 많은 하수구가 인근에 죽 붙어 있는 오래된 주택지였다. 집 뒤에 산처럼 있는 공단 때문에 맑은 개울물이어야 했지만 카페오레 색의 하수구처럼 변해 버린 곳이었다. 죽 늘어선 여러 집들 중에서 하나의 문 앞에 섰다. 어렵게 문을 두드리니 65살쯤 되어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이 나왔다. 첫눈에 그녀의 엄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눈매며 입술이 그녀와 닮았다. 나는 인사를 하고 오래전에 그녀와 알고 지내던 사람이라고 했고 그녀의 어머니는 시간이 이렇게 지났는데 기억해줘서 고맙다며 나를 집 안으로 이끌었다. 집으로 들어가기 싫었지만 물어볼 것이 있어서 들어갔다. 집은 오래되었지만 깨끗했다.


 “인근의 모기들이 아주 많아요. 그래서 대부분 집들은 방충망을 치고 있어요. 답답하게 생활을 하고 있어요. 바깥양반이라도 있었으면 좀 수월했을까.”그녀의 어머니는 나를 거실로 안내했다. 실내는 낮임에도 좀 어두웠다. 창문은 열려 있었지만 방충망이 몇 겹으로 쳐 있어서 그런지 거실은 밝지 않았고 거실의 대부분을 난초나 화분이 차지하고 있어서 기괴한 분위기가 있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밝았다. 웃는 모습이 그녀를 보는 것 같아서 나는 고개를 돌렸다. 어머니는 그 모습을 오래도록 잘도 유지하고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나와 그녀가 어떻게 아는 사이냐고 물었고 나는 몇 번이나 연습했던 대로, 같은 도서관을 다녔다고 했다. 나는 고3을 앞두고 있었고 그녀는 고등학교 입시를 앞두고 있어서 같이 공부를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그 부분에서 그녀의 어머니는 많은 생각을 하는 듯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커피를 냈다. 사과는 껍질째 잘라서 접시 위에 담았고 커피는 프랜차이즈 맛이 나서 조금 놀랐다.


 “아르바이트로 카페에서 일을 하지. 그곳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있는데 동네에서 어르신들 커피도 만들어 드리고, 꽤 재미있어요.”그녀의 어머니는 웃었다. 웃음 속에 그녀가 들어 있어서 나는 고개를 숙이고 커피를 마셨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동안 그녀에 대해서 이야기를 아끼며 살고 있었는지 그녀에 대해서 한 마디가 터지기 시작하더니 많은 말을 쏟아냈다. 아나운서가 되려고 했던 것부터 주말에만 입고 다니고 싶다며 샀던 청바지와 듣던 음악에 대해서 말을 했다. 죽기 전에 평소에 잘 듣지 않던 시끄러운 음악을 들었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녀의 인생은 16살에서 막을 내렸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의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싶었지만 더 할 수 없었다.


 “그 날은 많이 울었어요. 그렇게 심하게 울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많이 울었지. 좋아하던 남학생에게 자신의 마음이 전달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 무척 힘들었던 모양이에요.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지만 어디 당시에는 그런 말이 먹힐 리가 있나. 우리도 어릴 땐 으레 그랬으니 말이에요.”그녀의 어머니는 잠시 쉬었다.

 “병원에서 시신을 확인해야 하는데 관계자들이나 경찰이 아빠하고 남동생만 확인시키려 들었어요. 나에게는 보여주지 않으려 했지. 나는 미친 사람처럼 우리 딸을 보려고 했어요.”그녀의 어머니는 커피를 마시지는 않고 커피 잔만 쥐고 있었다.


 “그 말을 들어야 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그 모습이 악몽이 되어 꿈에 나타나니 말이에요. 보지 말았어야 했어요.”


 “남동생이 지금…….”


 시간을 두었다.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한 건 그 이후였어요. 아주 착한 애였고 여자애들에게 인기도 많았어요. 공부도 잘해서 우리를 기쁘게 해 주었는데 모든 것이 한순간에 조금씩 삐걱거리기 시작했어요.”


  그녀의 남동생은 정신적으로 이상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확하게 그녀가 그렇게 되고 3년이 지난 후 교통사고를 당한 그 날 실종이 되었다고 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의 남동생을 찾으러 다니느라 모든 재산을 버렸고 결국 건강에 큰 이상이 와서 재작년에 죽었다고 했다.


 “찾지 않으려고요. 이것이 운명이라면 이제는 그대로 생각하기로 했어요. 지금 그 녀석도 잘 살아가고 있으리라 생각하면…….” 그녀의 어머니는 말끝을 흐렸다.


 나는 그녀의 어머니에게 그녀가 있는 곳을 알려 달라고 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화장을 해서 재를 뿌렸으니 찾아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대신 그녀의 사진을 놓아둔 작은방을 보여주었다. 작은방에는 책상이 하나 있고 그곳에는 아직 그녀가 공부하던 책이 몇 권 있었고 그 앞에 환하게 웃고 있던 그녀가 있었다. 사진 속의 그녀를 보는 순간 손톱 밑의 상처가 빛나기 시작했다. 곧 통증이 오려나보다. 주먹을 쥐어 새끼손톱을 말아 넣고 그녀의 어머니에게 급하게 인사를 하고 집을 나오려 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나에게 고맙다고 했다. 시간이 많이 흘러 그 누구도 그녀를 알아주지 않는데 이렇게 친구라는 사람이 와서 그녀에 대해서 물어주고 사진까지 보고 가줘서 그녀의 어머니는 기쁘다고 했다. 나는 얼른 집을 나와서 마구 뛰었다. 반짝거리던 손톱 밑의 상처는 밖으로 나와서도 지속되었다. 그녀의 집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달려와서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나는 반짝이는 손톱의 상처를 보았다. 상처의 빛은 겁이 날 만큼 반짝였지만 아프거나 통증은 없었다. 빛을 내며 반짝이는 상처는 한 번씩 반짝일 때마다 내가 지니고 있는, 또는 내가 지니고 있으려는 확실함이라는 것이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서서 그 현상을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계속]


이전 03화 손톱깎이를 빌려 달라는 남자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