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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하늘보다 오늘의 하늘이 12

344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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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


보는 마동과 보여지는 마동의 다른 시간성이 한 곳에서 마주하고 있었지만 비현실적이지 않았다. 보여지는 마동에게서는 죽음의 냄새가 빠져나오고 있었다. 두려움의 공포에 한없이 쪼그라들어서 또 다른 자신은 너무나 보잘것없고 작아 보였다. 그 순간, 누군가 아니 여러 명의 어떤 존재들이 마동의 팔다리를 붙잡고 꼼짝 못 하게 했다. 마동은 고개를 돌려보니 해변의 목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자신의 팔과 다리를 붙들고 있었다. 마동은 목 없는 사람들에게 놓으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소리라는 곳이 공명에 지나지 않았다. 마동이 부르짖는 소리는 마동의 입 밖으로 나와서 소리라는 형태를 띠지 못하고 소멸했다. 마동은 그저 입만 벙긋벙긋거렸고 목 없는 사람들이 마동의 사지를 강력하게 붙들고 있었다. 입에서 소리는 나오지 않은 채 팔다리를 목이 없는 사람들에게 내주고 철길 위에서 무릎을 꿇고 벌벌 떨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기괴한 모습의 철탑인간이 웃고 있었다. 웃고 있는 건지 알 수는 없었다. 그런 얼굴 형상을 하고 있었다. 철탑인간은 쇠붙이 몸뚱이의 철탑 형태에서 악의에 가득한 징그러운 진액을 질질 흘리며 서 있었다. 괄태충이 은밀하게 꿈틀거리고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며 철탑인간의 몸에서 빠져나왔다가 흡수되었다. 철탑인간의 얼굴은 마동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징그러움의 극한을 보여주었다. 마동은 철탑인간의 얼굴에서 시선을 돌려 버렸다.


“그래 눈을 떴구만, 자 이제.” 철탑인간은 마동의 눈앞에 칼날을 가져왔다. 철탑인간의 손에 들린 칼날은 마동의 눈앞에서 펜치와 메스로 스르르 변하였다. 철탑인간은 펜치가 제대로 된 형태를 띠고 있는지 이리저리 돌려보고 작동을 여러 번 해 본 후 다시 허리를 구부렸다.


“이봐, 워밍업이라는 게 있잖아. 자네의 동공을 도려내기 전에 고통이라는 게 어떤지 맛보기를 보여주겠네. 인간은 참으로 나약한 존재라는 건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네. 인간은 고통을 잘 참아내지 못하지. 여러 가지 고통 중에 치통은 참으로 아프지. 역시 단지 아프다는 말로 모자람이 있다네. 이제 자네의 치아를 뽑은 다음 치아신경을 건드려볼 거네. 이건 말이지 나치가 오래전에 감행했던 고문의 한 방법이네. 그들은 알았던 거지. 인간의 고통 중에서 치통이야 말로 엄격하게 제일 심한 고통이라는 걸 말이야. 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알았겠나. 그때에도 내가 가르쳐주었지. 실험의 용도가 아니라네. 고문이었지 고문.” 철탑인간은 마동을 입을 벌렸다. 철탑인간이 벌린 게 아니라 다른 어떤 힘에 의해서 마동의 입이 벌어졌다. 마동은 힘을 주어 입을 벌리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마동의 입을 벌리는 힘은 굴삭기와 맞먹었다. 발버둥을 치고 몸을 비틀어 봐도 꿈쩍도 하지 않았고 입은 그대로 벌어졌다. 입이 벌어지고 나니 마동의 가슴은 두근거렸다. 심장이 불판 위에서 팝콘처럼 크게 부풀어 올라 엄청나게 뛰었다.


“아플 거야, 하지만 말이야, 고통이라는 걸 느끼는 게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보다 훨씬 값진 것이라네. 그 편이 낫다네.” 철탑인간이 쇳가루와 진액을 흘리며 말했다. 입은 물론이고 팔다리와 손가락도 움직일 수 없었다. 벌린 입으로는 침이 계속 새어 나왔다. 철탑인간은 펜치를 마동의 벌어진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차가운 금속의 성질이 치아에 닿는 느낌이 들었다. 소름이 돋았다. 마동의 몸이 심하게 떨렸다.


그때 ‘뻑’하는 느낌이 들더니 철탑인간은 치아하나를 뽑아내어 마동의 눈앞에 들이댔다. 긴장이 극도로 달아올라 있어서 그런지 아프다는 감각이 전혀 없었다. 마치 마취를 하고 수술을 한 것처럼 이를 뽑아내는 느낌이 마동의 머리에 전달되지 않았다. 치아가 빠져나간 결손 된 자리의 공백에서 피가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혀가 따뜻했다. 피는 침과 함께 새어 나와 턱밑으로 흘러내렸다.


“자, 이제 고통을 맛 보여주겠네.”


철탑인간은 메스로 변한 칼날을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철탑인간은 마치 치과의사처럼 한쪽 눈으로 마동의 입안을 재어 보더니 메스로 끊어져버린 신경, 치수를 건드렸다. 그 순간, 마동은 눈이 커지고 대형냉장고가 1미터 높이에서 떨어져 발동을 찧었을 때처럼 고통스러웠다. 마동은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소리는 구강을 통해 밖으로 나오면서 소멸되어 버렸다. 철탑인간은 마술사 같은 표정을 지은 다음 메스로 치조골을 찔러서 그 밑을 흐르고 있던 신경계인 치수의 골을 푹 건드렸다. 마동의 눈에서 눈물이 뚝 흘렀다. 마동은 너무 아팠다. 콧물도 눈치 없이 흘러나왔다. 참을 수 없는 아픔이라는 것이 이렇게 힘들고 고통스러울 줄은 몰랐다. 머리를 누군가에게 망치로 힘껏 세 번 맞는 기분과 흡사했다. 철탑인간이 치아의 신경을 건드릴 때마다 온몸의 세포들이 일제히 아우성을 쳤다. 마동은 다리에 엄청난 힘이 들어갔다가 풀렸다가 했다.


“어떤가, 이건 방금 전에도 말했지만 워밍업에 불과하다네. 자네의 동공을 도려낼 거야. 이 고통보다 더 심할지도 몰라. 잘 견뎌보게. 흔히 인간들은 마음의 고통을 치통에 비유하기도 하지. 굉장하거든. 하지만 이제부터 할 작업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르는 거라네. 난 자네의 뇌가 탐나거든. 그 속에 그것이 말이지.”


철탑인간은 쇳가루를 입에서 떨어트렸다. 철탑인간의 세 개의 손(그것을 손이라 부른다면)에는 메스가 어느새 본래 칼날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철탑인간은 쇳가루를 만들어내며 몸을 움직여 마동의 눈앞으로 칼날을 들이댔다. 그 칼은 확실히 는개가 사들고 온 칼이었다. 마동을 위해서 회를 뜨기 위해서 대형마트에서 같이 구입한 칼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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