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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맹욱 Feb 01. 2024

맛있는 쿠키의 비법

힐끔 단편선 - 011.

 한 마을에 쿠키를 정말 맛있게 만드는 김사장이라 불리는 남자가 살았다. 그의 쿠키가 얼마나 맛있었냐면, 마을 사람들은 물론이고, 산 건너 물 건너서도 그의 가게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였다. 가게 앞은 매번 사람들로 북적였고, 쿠키는 모두 저녁 시간이 되기 전에 전부 팔려버렸다. 쿠키를 구매하지 못한 사람들은 아쉬운 마음에 집에 돌아가지도 않은 채 가게 앞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경우도 있었다..     


 맞은편의 최사장은 그가 너무도 부러웠다. 자신의 가게에서도 똑같이 쿠키를 팔았지만, 손님은커녕 파리만 왕왕 댔기 때문이다. ‘도대체 뭐가 문제지?’ 최사장은 생각했다. 김사장과 나는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똑같은 시간에 문을 열고, 똑같은 시간에 문을 닫는다. 김사장보다 최사장이 판매하는 쿠키가 더욱 화려하고 종류도 많았다. 똑같은 옷과 똑같은 헤어 스타일까지 가지고 있었지만, 왜 저 인간의 가게는 미어터지도록 잘 되고, 그의 가게는 이토록 파리만 날리는 걸까.     


 하루는 최사장이 김사장에게 물었다. “이보게, 김사장.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장사가 잘 되는 것인가?” 그 순간에도 김사장은 쿠키를 박스에 담고 투박한 손으로 포장을 하고 있었다. 김사장은 별 말을 하지 않은 채 그저 허허 웃을 뿐이었다. “아니 이보게. 웃지만 말고 말해주게. 도대체 쿠키에 뭘 넣길래 사람들이 저렇게 줄을 서 있냔 말인가!” 그러자 김사장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저도 별 다르게 넣는 건 없습니다. 아마 최사장님네와 똑같을 겁니다.”      


 최사장은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루는 자신의 아들을 시켜서 김사장네의 쿠키를 사 오도록 시킨 적이 있었다. 아들과 그는 식탁에 앉은 채로 김사장네의 쿠키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아들과 그는 천천히 서로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건…… 너무 맛있잖아.”     


 달콤하고 바삭한 것에 더해 황홀하기까지 한 이 맛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건 분명히 무언가를 넣은 게야. 아들과 최사장은 그리 생각했다. 무언가를 더 넣지 않고서는 이렇게 맛있는 쿠키를 만들 수 없다고 말이다. “김사장 그 녀석 매번 사람 좋게 허허 웃고만 다니더니 뭔가를 숨긴 게 확실해.”


 한참을 고민하던 최사장의 아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아버지. 제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최사장은 그의 말에 귀를 쫑긋 기울였다. 김사장 그 인간 너무 바빠서 가게를 전부 보진 못할 거잖아요? 그 사이에 매장 사이에 숨어서 불이 꺼지길 기다리는 겁니다. 그러고 나서 그 녀석이 숨겨둔 조미료를 찾아내버리는 거죠. “ 최사장은 무릎을 탁 하고 치며 말했다. “아들아, 너는 다 생각이 있구나! 내가 영리한 아들을 둬서 팔자를 펴게 생겼어. “ 최사장과 그의 아들은 하늘이 떠나가랴 크게 웃었다.     


 쿠키의 비법을 훔치기로 마음먹은 당일. 최사장과 그의 아들은 두꺼운 외투와 마스크. 그리고 모자를 쓴 채로 김사장네 제과점 앞에 줄을 섰다. 상당히 이른 시간임에도 그의 가게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추위 때문에 달달 떨면서도 그의 쿠키를 먹으려는 사람들을 보며 그들은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흥. 어차피 오늘이 지나면 우리 가게도 이만큼 줄을 서겠지. 김사장네 손님들을 모조리 빼앗아 줄테다.’     


 시간이 지나 문이 열리고, 김사장은 반갑게 인사를 하며 사람들을 맞이했다. 그들의 차례가 다가오자 아들은 김사장에게 다가가서 반갑게 말을 걸었다. 날씨가 너무 춥지 않냐느니, 밥은 먹었냐느니. 김사장은 그런 말에 또 함박웃음을 지으며 열심히 대답해주고 있었다. 최사장은 눈치를 살피다 가게 안으로 슬쩍 들어갔다. 그리고 주방 쪽으로 들어가서 잘 보이지 않는 구석 쪽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얼른 밤이 되길 기다렸다.


 김사장의 제과점은 정말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초코칩 쿠키 한 종류만 판매하는데도 정말 다양한 지역에서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모두 김사장을 향해 웃으며 대화를 나눴고, 그 역시 웃으면서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 그러던 중에 김사장에게 유독 웃으며 다가오는 여자가 한 명 있었다. 김사장 역시 표정을 보아하니 보통 사이가 아닌 것 같았다.     


 “아이고 추우신데 또 먼 길까지 오셨네요. 열 박스 맞으시죠?”     


 “맞아요! 저희 애들이 김사장님네 쿠키를 너무 좋아해서 또 사러 왔어요. 겸사겸사 김사장님도 보고!”  

   

 “매번 감사합니다. 오늘도 가게 문 닫으면 바로 배달해 드릴게요.”


  그 외에도 김사장은 손님들을 만나면 이름을 부르거나 정답게 인사하며 개인적인 대화를 주고받기도 했다. 그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은 죄다 행복해 보였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저 평범한 순간에서 뭐가 저리도 행복한 거지? 그리고 이내 최사장은 생각했다.


 ‘흥, 나도 저 레시피만 갖는다면 이름이 뭐야, 그 집의 젓가락 개수까지 외워버리겠어. 저런 것쯤이야 나도 할 수 있다고.’     


 구리고 이내 가게의 마감 시간이 다가왔다. 준비했던 쿠키를 모두 판매했던 김사장은 주방에 돌아와서 의자에 앉은 채로 기지개를 켰다. 잠시 쉰 후에 그는 일어나서 다시 쿠키를 만들기 시작했다. 최사장은 머리를 빼꼼 내민 채로 그가 쿠키 만드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분명히, 분명히 내가 모르는 어떠한 비법이 있을 거다. 하지만 그의 반죽은 자신과 별 다른 점이 없었다. 밀가루와 계란, 그리고 버터와 베이킹 소다. 마지막에 넣는 건 냄새를 보아하니 바닐라익스트랙 같았다. 초코칩도 나와 같은 걸 썼고 ‘이게…… 정말 끝이라고?’라는 생각이 앞섰다.     


 쿠키가 발효되는 동안 김사장은 조금 전의 여자가 주문했던 쿠키박스 열 개를 포장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달달한 냄새를 맡다 보니 배가 고팠다. 그 순간, 최사장의 배에서는 정말 요란하고도 웃긴 소리가 나버렸다. 김사장도 소리를 들었는지 포장을 멈추고 최사장 쪽으로 점점 다가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가 있는 쪽을 들여다보았다.     


 “최……사장님?”     


 이런 젠장. 최사장은 헛기침을 하며 아까 잠시 쿠키를 사러 들어왔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꺼냈다. 김사장은 더욱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아무 말을 하지 않은 채 그를 쳐다볼 뿐이었다. ‘안 돼. 이러다간. 김사장이 경찰에 신고할지도 몰라.’ 최사장은 결국 그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기로 결심했다.     


 “김사장. 미안하네. 사실은…… 자네의 쿠키가 너무 맛있어서 어떻게 만드는지 보고 싶은 마음에…….”   

  

 공포에 빠졌던 김사장은 그 말을 듣더니 오히려 표정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저번에도 같은 얘길 하시더니. 저도 별 다른 걸 넣는 게 없어요.”  

   

 “저번에 자네 가게의 쿠키를 한 번 먹었던 적이 있는데 말이야. 쿠키가 너무 맛있어서 이건 진짜 뭔가를 넣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네.”     


 “일단 지금 배달을 가야 해서 시간 괜찮으시면 같이 가보실래요?”     


 김사장을 차를 타고 최사장은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김사장은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를 부르며 운전을 하고 있었다. 이 사람은 내가 자신의 가게에 뭔가를 훔치러 왔다는 얘기를 듣고도 이렇게 기분이 좋을까. 그렇게 도착한 곳은 동네 외곽에 있는 보육원이었다.     

 

 “여기 원장님이 단골이여서요. 아이들도 쿠키를 좋아하고.”     


 문을 두드리자 오후에 봤던 여자가 나오며 반갑게 맞이했다. 그녀는 최사장을 보고도 알은체를 해왔기에 그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 아이들이 하나둘씩 모이더니 김사장이 건네준 쿠키를 받고 즐겁게 나눠먹기 시작했다. 김사장은 혹시 몰라서 조금 더 챙겨 왔다는 말을 했고 아이들은 뛸 듯이 기뻐했다. 최사장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묘한 감정이 든 것이다. 부럽다는 감정이. 어쩌면 그가 부러워한 것은 미어터지는 사람도, 그가 벌고 있는 돈이 아니라 행복해하는 저 표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김사장과 가게로 돌아가며 최사장은 그에게 다시 한번 사과의 말을 건넸다. 김사장은 이제 괜찮다며 손사래를 쳤고 최사장은 고맙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음 날부터 최사장은 마음을 달리 먹었다. 김사장의 가게와 자신의 가게를 비교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쿠키를 준비했고, 예쁘게 포장을 하고, 가게를 청소했다. 손님들이 찾아오면 반갑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기도 했다. 처음에 들어온 사람들은 뭔가 달라진 분위기에 흠칫 놀라는 듯했지만, 이내 쿠키나 빵을 골라 그에게 다가왔다.  

   

 원래라면 똥 씹은 표정으로 계산을 해주던 그였지만, 이번만큼은 함박웃음을 지어보려 노력하며 계산을 했다. 한 명, 두 명. 손님이 나가고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자 그의 인사와 웃음은 조금씩 자연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에게 먼저 인사를 하는 손님도 있었고, 안부를 묻거나 날씨 이야기 같은 것을 꺼내는 손님도 있었다. 그렇게 반죽을 하고 있던 도중에 그는 자신이 미소를 짓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어라?’ 그의 표정은 그가 그토록 부러워했던 김사장의 표정과 점점 닮아가고 있었다. 그는 거울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반죽했던 쿠키를 오븐에 집어넣었다. 시간이 지나자 그의 가게 안에는 맛있는 쿠키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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